병원거부로 재이송 年 6840건 달해
2022년 응급환자 329명 구급차서 숨져
“전문의 부재 탓” 34% “병상부족” 20%
권역별 의료센터·이송체계 강화 시급
이모(47)씨는 지난 10일 손가락이 절단돼 119구급차로 급히 전남 목포의 한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됐지만, 다시 구급차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처음 도착했던 병원에는 절단된 뼈나 혈관, 신경, 힘줄 등을 잇는 수지 접합 치료 전문의와 의료장비가 없어서다. 이씨는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광주의 한 전문병원에 가서야 가까스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119구급차량에 탔지만 치료받을 병원에 제때 도착하지 못해 심정지·호흡정지로 사망한 중증·응급 환자가 329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19구급차에서 심정지·호흡정지된 응급환자는 최근 5년간 약 3000명에 이르고 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26일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9구급차가 병원의 거부 등으로 환자를 재이송한 사례는 6840건이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8년(5068건), 2019년(6709건)보다는 많고, 코로나19로 병상 부족 등이 심화했던 2020년(7704건), 2021년(7802건)보다는 줄었다.

119구급차가 이송한 응급환자들 가운데 병원으로부터 2번 이상 거부된 환자 비율은 2020년 12.0%에서 2021년 13.3%, 2022년 15.5%로 점차 늘고 있다. 3번 이상 거부된 사례는 2020년 13건(4회 1건), 2021년 52건(〃 16건), 2022년 49건(〃 7건)이다.
병원이 이들 환자를 거부한 가장 큰 이유는 전문의가 없어서였다. 지난해 환자 재이송 사례(6840건) 중 33.6%가 전문의 부재 때문이었고 19.5%가 응급·수술·중환자실 등 병상이 부족해서였다. 1차 응급처치(9.5%), 환자 보호자 변심(4.5%), 의료장비 고장(1.5%) 등이 뒤를 이었다.
병원의 거부 등으로 구급차에서 사실상 목숨을 잃는 환자도 많았다. 이송 도중 심정지·호흡정지가 발생한 환자는 2018년 1234명, 2019년 915명, 2020년 221명, 2021년 279명, 2022년 329명 등 최근 5년간 2978명에 달했다.

지난해의 경우 구급차에서 심정지·호흡정지가 발생한 환자(329명)가 상대적으로 많은 시·도는 경기(86명), 서울(46명), 부산(24명), 강원·충남·경남(각 21명) 등이었다.
생명을 지키는 ‘골든타임’ 내 권역별로 중증·응급 환자를 최종치료 가능한 의료기관이 있었더라면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음을 시사하는 통계도 있다. 지난해 119가 출동해서 응급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평균 12분이었지만 출동에서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소요된 시간은 60분 이내 39.5%, 25분 이내 15.7% 등 평균 41.83분이 걸렸다. 60분을 초과한 경우도 10.0%에 달했다.
정 의원은 “정부가 이번 필수의료 기본계획에서 강조했듯, 국민의 생명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기 위해 소방청-보건복지부-의료기관 간 유기적 협력으로 이송체계 강화를 위해 함께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