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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클 월드’ 자체가 하나의 세상… 수용과 용서 ‘캣츠’ 메시지 어른들에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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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18 12:35:30 수정 : 2023-02-18 12: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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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 상주 연출 및 멍커스트랩 역 맷 크르잔 인터뷰

“‘젤리클 월드’ 자체가 하나의 세상인 셈입니다. 아기처럼 (신인 배우로) 왔다가 연장자 배우들을 보고 배우며 자신의 역할을 승화시켜 나가는 거죠. ‘캣츠‘ 안에 (제가 성장해 온) 삶이 다 녹아 있어요.”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한 세계적 뮤지컬 ‘캣츠’ 오리지널 내한공연에서 ‘멍커스트랩’ 역으로 나선 맷 크르잔(42)은 ‘캣츠’가 매우 각별한 작품이라고 했다. 19년 전 ‘캣츠’와 인연을 맺은 크르잔은 지난 1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뮤지컬 배우 되고 싶어 대학에서 노래와 연기, 춤을 배웠는데 졸업 후 처음 얻은 일자리가 ‘캣츠’였고 스윙 배우로 시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맷 크르잔. 맷 크르잔이 ‘멍커스트랩’으로 분한 모습. 에스앤코 제공

“처음 ‘캣츠’ 무대에 올랐을 때는 춤을 잘 춰야 하는 역할로, 멍커스트랩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어요. 하지만 나이를 먹고 성장할수록 앙상블에서 멍커스트랩 같은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이번 공연을 함께 하는 배우 대부분 이 작품 안에서 함께 자란 배우들이에요.” 

26마리 고양이가 등장하는 ‘캣츠’에서 멍커스트랩은 젤리클 고양이 무리를 이끌고 보호하는 지도자 고양이로 극 초반 1년에 한번 열리는 축제(무도회)와 고양이들을 소개해 ‘사회자 고양이’로도 불린다. 한국 무대는 처음인 크르잔은 이번 공연에서 상주 연출과 안무도 맡을 만큼 다재다능한 배우다.  

 

“개인적으로 한국은 물론 아시아 무대 자체가 처음입니다. 전에 한국에서 공연했던 동료들에게서 ‘한국은 플레이타임(젤리클 고양이들이 객석을 누비며 관객과 함께 즐기는 시간)에서 관객 반응이 뜨겁다’고 들었을 때는 ‘그래봤자지’라고 생각했어요.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도 공연을 많이 해봤으니까. 그래도 공연플레이타임이 시작되면 관객들이 뚱하게 쳐다볼까봐 긴장하게 되는데 한국 관객들이 엄청 환영해주고 신나게 즐겨 긴장감이 사라졌어요. 어린이들도 귀엽게 반응해주고, 아버지 뻘 되는 분들조차 하이파이브하면서 (배우들을) 안아주려 하는 등 정말 따듯하게 환대해주는 것 같아요. 패션(감각)들도 뛰어나고.”

 

맷 크르잔(멍커스트랩)

그는 상주 연출로서의 역할과 관련, “‘켓츠’ 오리지널 연출과 안무를 맡았던 트레버 넌과 질리언 린의 협력 연출 및 안무를 맡은 크리시 카트라이트가 이번 공연을 연출했다”며 “오프닝 공연을 보고 돌아간 크리시가 만들어 놓은 기준을 유지하는 게 일이다. 커버(대역 배우)들이 갑자기 투입돼도 언제든 같은 수준의 공연 질을 유지하도록 지도하는 등 신경써야 할 게 많다”고 설명했다. 

 

‘캣츠’는 배우들이 손수 고양이 분장을 하면서 맡은 캐릭터로 동화해 무대에 오르도록 하는 전통이 있다. 실제 고양이처럼 섬세한 분장을 요구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어려운 과정이다. “저도 처음부터 잘하진 않았어요. 먼저 분장 전문가가 얼굴 반쪽만 분장해준 뒤 따라서 해보는 연습 시간을 주는데 굉장히 어려워하는 배우들도 있습니다. 자기 얼굴에 대한 공부부터 돼야 잘 어울리게 분장할 수 있는데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지금 저의 분장은 만족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얼굴 양쪽) 대칭이 안 되게 분장할 때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눈치 못 채니까 괜찮아요.(웃음)” 

 

뮤지컬 ‘캣츠’의 공연 장면.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계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대문호 T.S.엘리엇의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에서 영감받아 곡을 쓰고 트레버 넌과 손잡아 만든 ‘캣츠’는 198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다. 과거 매혹적이었으나 늙고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와 손가락질 받는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1막 마지막과 2막 후반에 애절하게 부르는 뮤지컬 역사상 최고의 명곡 ‘메모리’를 앞세운 ‘캣츠’는 이후 미국 브로드웨이 등 30개 국가 300여개 도시에서 지금까지 755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과 함께 ‘빅4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 ‘캣츠’의 공연 장면.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캣츠’의 공연 장면. 에스앤코 제공

크르잔은 ‘캣츠’가 오랜 시간 변함없는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관객이 공연장에 갈 때는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입니다.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른 신비롭고, 마법 같은 순간이 ‘캣츠’만큼 많은 작품이 있나 싶어요. 그렇다고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공감대를 형성 못하는 것도 아니고. 춤과 노래도 훌륭하고 (젤리클 고양이들의 세상과) 삶 속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만져주고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이처럼 관객들이 공연에서 원하는 점들을 다 갖추고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여전히 ‘캣츠’를 찾는 것 같습니다.”

 

그는 ‘캣츠’를 다시 선보일 때마다 언제나처럼 ‘서로 돕고 받아들이며 용서하라’는 작품 메시지가 잘 전달되도록 제작진과 출연진이 신경쓴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는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더 마음에 새겨야 메시지임을 분명히 했다. “이 작품이 오래 사랑받는 데는 서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과 용서 등 시대에 구애받지 않은 메시지의 힘도 큽니다. 이는 어린이들에게 필요해 보이지만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거지요. 지금처럼 (튀르키예) 지진 등 어려운 시기에 필요한 메시지이니만큼 이 게 흐려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며 공연하고 있습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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