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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아낄 걸 아껴라”…대한항공 승무원, 퇴사 전 ‘일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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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18 12:02:30 수정 : 2023-04-21 15: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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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대한항공 승무원 올린 글 확산…승객 제공 물·기내식·어메니티는 물론 인력 운용 등 전반적 문제 지적
누리꾼들 “공감한다”…대한항공 측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계류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사직을 앞둔 한 항공사 승무원이 “제발 아낄 걸 아껴라”라고 일갈하며 해당 항공사의 고객 서비스의 질이 떨어졌다고 지적한 글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승무원은 승객에게 제공되는 물과 기내식, 어메니티(편의용품), 인력 운용 등 항공사의 여러 분야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글에 공감한다”라고 밝혔지만, 대한항공 측은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6일 온라인 커뮤니티 ‘스마트컨슈머를 사랑하는 사람들(스사사)’에는 “대한항공 승무원이 사직서 내면서 사내게시판에 쓴 글”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친구가 승무원인데 제가 만날 때마다 (친구에게) ‘외항사와 (국내 항공사의) 서비스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고 징징(?) 거렸더니 오늘 아침 이런 글이 올라왔다고 보여줬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올려본다”라며 자신의 대한항공 승무원이라고 밝힌 A씨의 글을 올렸다. 

 

한 누리꾼이 대한항공 승무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는 “요즘 비행이 총체적 난국인데 왜 이 모양 이 꼴이 됐는지 점점 알게 되는 현실에 더 이상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래서 사직서 쓰기 전에 올려본다. 한 조직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아 제가 관두는 거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제발 아낄 걸 아껴라”라고 일갈하며 승객들에게 제공되는 물‧기내식‧어메니티‧스낵‧라면을 비롯해 인력 운용 등 항공사의 전반적인 분야에 걸친 문제점을 지적했다. 

 

A씨는 물과 관련해 “중거리 이코노미 (고객에게) 물 330ml 주는 게 그렇게 아깝니. 이륙 전부터 물 달라고 하는 통에 이륙준비 하랴, 물 나가랴 정신이 없다, 진짜... 장거리 때도 330ml 하나 겨우 세팅해 놓고 최소 10시간 넘는 장거리 승객당 엑스트라(추가)로 한 병씩 더 못줄만큼 실어주는 게 말이 되냐”라고 지적했다. 

 

기내식에 대해선 “코로나 이후 기내식 양도 줄고 맛도 없어진 거는 이미 다 아는 사실”이라며 “남성 승객들은 양이 적다면서 하나 더 달라하는데 요즘 기내식수가 승객수에 딱 맞게 실어줘서 더 줄 것도 없다”라며 “결국 크루밀(Crew meal‧승무원에게 제공하는 기내식) 빼서 주는데 그걸 주라 하는 시니어들 노답이다. 기내식양 늘리고 퀄리티 신경 좀 써라”라고 비판했다. 

 

어메니티에 대해선 “이코노미 어메니티는 원래 별로였고, 비즈니스는 진짜 내가 승객이어도 갖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라며 “중거리 노선 비즈니스는 왜 어메니티 안 주냐. 티켓값은 외항사보다 더 받으면서 수준은 점점 떨어지는지”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들이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공항을 나서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또한 A씨는 스낵에 대해선 “선택사항 만들지 말고 그냥 많이 실어줘서 다 줄 수 있게 해라”라고 지적했고, 라면에 대해선 가성비 라면은 왕창 실어줘서 매 비행 때마다 ‘라면파티’라며 “내가 라면집에 취직을 한 건지 뭔지”라고 토로했으며, 인력 운용에 대해선 “승객수는 예전이랑 똑같은데 왜 승무원수는 그대로냐. 객실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인력난”이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A씨는 고물비행기가 많다는 점, 이코노미 승객 4분의 1이 휠체어 승객이고 1인당 짐이 2~3개가 기본이지만, 승무원은 많아봤자 6명이라는 점, 상황이 이런데도 회사에 제대로 보고하거나 목소리 내지 않고 매번 ‘눈 가리고 아웅’하는 변하지 않는 시니어들, 승무원들에게 제공되는 형편없는 식사 등 문제점을 지적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울러 A씨는 “이외에도 진짜 너무 많은데 말하기 입 아프고 쓰기도 힘들다. 더 이상 미래가 없어서 저는 (회사를) 떠난다”라며 “남은분 들은 조금 더 나아진 환경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라고 마무리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A씨의 글에 공감한다”는 댓글을 쏟아냈다. 이들은 ‘진짜 물은 백번 인정이요’, ‘대한민국 최대 항공사의 현실이라는 게 슬프다’, ‘동의한다. 그래서 이번에 마일리지 다 털어버리면서 단거리는 LCC, 장거리는 외항사로 돌렸다’, ‘어느 조직이나 처한 현실 같다’,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개선해야 할 사항이 많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 측은 A씨의 글에 대해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A씨 글에서 틀린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생수 330ml를 제공하고, 이후에 물을 요청하면 종이컵에 따라준다는 내용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물을 부족하게 준비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또 승무원 식사를 손님들에게 제공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며, 기내식이나 어메니티 퀄리티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나온 이야기라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을 비판하는 글. 원희룡 국토부 장관 페이스북 캡처

 

한편, 대한항공은 최근 마일리지 개편 문제로도 잡음이 일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4월부터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 거리’로 바꾸는 스카이패스 제도 개편안을 시행한다. 이는 단거리는 유리해지고, 장거리는 불리해지는 방식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혜택을 축소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가 운항하지 못하는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마일리지 공제율이 높아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은 고객들이 애써 쌓은 마일리지의 가치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이라며 “역대급 실적을 내고도 고객은 뒷전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좌석을 기존 ‘전체 좌석의 5% 이상’에서 더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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