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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범도, 피해자도 문제”… ‘자전거 왕국’ 일본의 ’불쌍한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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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16 12:00:00 수정 : 2023-02-16 13: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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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자전거….”

 

비싼 대중교통요금 등으로 남녀노소할 것 없이 자전거를 널리 이용하는 일본이지만 쉽게 버려지고 절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사히신문은 16일 보도에서 지난해 일본에서 발생한 자전거 절도 사건의 양상을 분석해 누구도 자전거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자전거 왕국’ 일본의 한 단면을 조명했다. 

 

일본 도쿄의 한 맨션에 주민들이 세워둔 자전거가 가득하다.

지난 7일 일본 경찰청이 발표한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발생한 자전거 절도사건은 12만8883건으로 전년보다 20.9% 늘었다. 효고(兵庫)현 사례를 보면 심각성이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효고현의 자전거 절도는 6484건으로 전년(5111건)보다 26.9% 증가했다. 형사사건 전체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절도 수법별 봐도 가장 많았다. 효고현 경찰관계자는 신문에 “자전거 절도가 범죄 통계 전체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피해가 너무 많다 곤란한 지경”이라는 효고현의 한 경찰서는 매월 3번의 ‘자전거대책강화일(日)’을 정해 피해 예방과 절도범 적발에 힘을 쏟고 있다. 신문은 “코로나 사태로 줄었던 사람들의 이동이 본래 상태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자전거 절도의) 증가 이유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전거 절도가 좀체 줄어들지 않고, 최근에는 증가현상까지 두드러지는 데에는 자전거를 훔치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일차적으로 작용한다. 효고현 경찰 간부는 “예전에 고급 자전거를 노린 조직적인 절도도 있었지만 지금은 걷는 대신 잠깐 빌린다는 생각으로 훔치는 경우가 많다”며 “(적발되면) ‘가질 건 아니고 길에 두고 갈 생각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자전거 주인들의 자세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효고현 자전거 절도의 60% 이상은 자물쇠를 걸지 않은 채 세워 둔 탓에 발생했다. 자전거를 쓰고 버리면 되는 정도의 물건처럼 취급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국토교통성이 909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국의 방치자전거 65만1146대(2020년) 중 주인에게 반환된 것은 53% 정도다. 두 명 중 한 명 정도는 자전거를 버려두고 가져가지 않는 것이다. 자전거 등록번호를 통해 연락처를 확인한 뒤 주인에게 전화하면 “이전에 도둑맞았는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는 반응이 많다. 한 경찰 관계자는 “피해 신고를 하지 않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길가에 방치된 자전거도 가득하다”고 전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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