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곡물 자급률 주요국(미·영·일·EU+한국) 중 최저
평균소비성향도 코로나19 이후 3.9%p 하락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엥겔지수가 주요국에 비해 크게 올라 저소득층의 생활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6일 ‘엥겔지수 국제비교 및 시사점’ 분석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엥겔지수는 가계 전체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주류음료 포함)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엥겔지수 증가폭, 한국 1.4%p G5는 0.9%p 상승
한경연이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G5)과 한국의 엥겔지수 추이를 비교한 결과, 한국의 엥겔지수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1.4%에서 2021년 12.8%로 1.4%p 상승해, 같은 기간 G5 국가 평균(0.9%p)보다 가파르게 올랐다. G5 국가별 엥겔지수 증가폭은 영국 1.2%p, 독일 1.0%p, 일본 0.9%p, 프랑스 0.8%p, 미국 0.4%p로 나타났다.
비교대상을 OECD 33개국(데이터가 없는 칠레·콜롬비아·코스타리카·뉴질랜드·스위스는 제외)으로 확대해도 한국의 엥겔지수 상승 폭은 33개국 중 8번째로 높다.
한국이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엥겔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한 요인으로는 △높은 식품 물가상승률 △낮은 곡물자급률 등 취약한 식량안보 △평균소비성향 악화가 꼽혔다.

◆엥겔지수가 주요국보다 증가한 3가지 이유
한경연은 우선 한국 엥겔지수가 주요국에 비해 크게 상승한 이유로 국내 식품물가가 급등한 점을 꼽았다. UN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2020~2021년) 한국의 ‘식품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연평균 5.2%(2020년 4.4%, 2021년 5.9%)를 기록, G5 평균(1.7%, 2020년 1.9%, 2021년 1.5%) 대비 3배 이상 높았다.

국가별 연평균 식품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한국 5.2%, 미국 3.5%, 독일 2.8%, 프랑스 1.3%, 일본 0.6%, 영국 0.5% 수준으로 한국의 상승률이 가장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한국의 경우 주요 농산물 대부분을 해외수입에 의존하는 등 식량안보 수준이 낮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코로나와 같은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발생할 경우 식품물가가 불안정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곡물 자급률’(곡물 소비량 중 국내 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9.4%에 그쳐 미국·영국·일본·EU 등 주요국 중 최저 수준이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그룹에서 발표하는 ‘식량안보지수’ 순위 역시 한국은 2022년 세계 113개국 중 39위에 불과해, G5 국가인 프랑스(4위), 일본(6위), 영국(9위), 미국(13위), 독일(19위)에 비해 식량안보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평균소비성향이 코로나19 이후 3.9%p 하락한 것도 엥겔지수 상승의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은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이 2019년 4분기 71.2%에서 2021년 4분기 67.3%로 3.9%p 감소했다. 한경연은 이처럼 한국 가계소비 자체가 둔화한 것도 엥겔지수 상승을 유발한다고 평가했다. 가계는 소비성향이 약화할수록 내구재 등 비필수적 소비를 줄여나가기 때문에 전체소비 중 필수재인 식료품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식료품 소비지출은 코로나19 직전이던 2019년 4분기 9.9%에서 2021년 4분기 10.7%로 0.8%p 상승한 반면, 자동차(0.9%p↓), 의류·신발(0.4%p↓), 통신장비(0.2%p↓) 등의 내구재 소비는 감소했다.

◆“엥겔지수 오르면 저소득층 생계 더 어려워져”
한경연은 식품가격 급등 등으로 엥겔지수가 높아지면 저소득층의 생계가 특히 어려워진다고 진단했다. 가처분소득의 크기가 작은 저소득층은 식료품 지출 비용이 증가하면 ‘가처분소득 중 식료품 구매를 제외한 다른 목적의 소비로 사용가능한 자금’(가용자금)의 비율이 고소득층에 비해 더욱 크게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식품가격 급등은 저소득층의 식료품 지출 부담 증가는 물론, 식료품 외 지출 여력까지도 크게 낮춰 생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한경연 측 설명이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식료품 지출 비용 상승률(2019년 4분기 대비 2021년 4분기)은 저소득층(1분위 가구 기준, 22.6%)이 고소득층(5분위 가구 기준, 20.1%)의 1.1배 수준이었지만, 식료품비 증가에 따른 가용자금 감소율은 저소득층(5.7%)이 고소득층(1.2%)의 4.8배 수준에 달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생계유지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식품가격이 오를 경우 저소득층의 피해가 커진다”며 “농산물 자급능력 확충,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한 식품물가 상승 폭을 최소화해 취약계층의 생활비 부담을 완화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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