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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납품대금 연동제, 지방중기청에 조사권 위임… 3년내 안착”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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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14 20:00:00 수정 : 2023-02-15 14: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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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급등 땐 납품대금에 반영
현재 392개사 참여… 올 6000곳 목표
반대 거센 경제단체 직접 만나 설득
법적 강제보다 업계 상생노력 중요

중동국가, 오일머니만 많은 게 아냐
UAE 등 결정권자·기획팀 수준 높아
우리가 뭔가를 줄 수 있는 시간 촉박
노력 땐 ‘제2의 중동 붐’ 반드시 올 것

정부가 올해 10월 시행되는 ‘납품대금 연동제’와 관련한 조사·처분권을 지방 중소벤처기업청에 위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가격 인상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정부가 조기 안착을 위해 위반 사례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키로 한 것이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9일 세종 중기부 청사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납품대금 연동제’를 3년 안에 안착시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장관은 해당 제도 정착을 위해 조사 및 처분권을 지방청에 위임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제원 선임기자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납품대금 연동제를 3년 안에 안착시키겠다”며 서울·부산 등 지방의 13개 중기청에 제도 시행 여부를 조사한 뒤 처분하는 권한을 위임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13개 지방청 운영 등에 대한 시행령이 곧 공개되는데, 조사권과 처분권을 부여할 생각”이라며 “지방청이 곳곳을 다니며 연동제 시행 여부 등을 조사할 것이고 울타리를 파괴할 경우 세밀히 조사해 안 좋은 사례는 처분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4일 중기부에 따르면 현재 392개사가 참여하고 있는 시범운영 제도는 ‘동행기업’ 제도로 확대 개편될 예정인데, 참여 기업 모집을 위한 로드쇼 등을 통해 12월까지 동행기업을 6000개사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 장관 인터뷰는 지난 6일 중기부 세종청사에서 진행했고, 9일 서면질의로 보충했다.

 

-‘납품대금 연동제 시행’ 성과를 앞뒀는데 아쉬운 점은.

 

“이 제도가 기업 현장에서 하나의 거래 문화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법적 강제보다 업계의 참여와 협조가 중요하다.

 

다행히 중소기업뿐 아니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여러 대기업도 상생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무슨 일을 할 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없다. 연동제 얘기가 나오고 14년 동안 한 번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다가 이번에 진행돼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만 이제 문을 연 것일 뿐이다. 중소기업 제품은 제값을 못 받는 문제가 사회 곳곳에 있다. 하드웨어 산업만 잘해도 10대 강국이 되던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보이지만 만져지지 않는 SW 분야에서도 공정한 가격이 필요하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제원 선임기자

-납품대금 연동제 탈법행위 시 과태료 5000만원에 불과한데.

 

“2년간 국회 입법을 해보니 정말 많은 법이 짧은 시간에 만들어지는 것을 알게 됐다. 숙성된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법은 또 다른 부작용을 일으킨다. 처벌하려면 조건이 명확해야 하는데, 복잡하게 따져야 할 상황과 사례가 너무 다양하다. 어설프게 강제해 반발을 초래하는 것보다 일단 큰 울타리를 치는 게 바람직하다. 울타리는 상황에 따라서 조이면 된다. 우선 연동제 실시라는 틀을 만든 것이다. 시범사업을 통해 방향성을 가져갈 것이다.”

 

-경제단체들이 로드쇼에 불참했는데.

 

“개별 대기업을 접촉했을 때에는 인식이 개선돼 있지만 경제단체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안타까운 것은 경제단체 분들이 반대를 많이 하시는데, 연동제 최종안을 읽어봤느냐고 물으면 내용을 알고 있는 분이 별로 없다. ‘이것은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등 구체적으로 반대하는 부분에 대해선 토론과 설득이 가능한데, 내용에 대한 이해가 없다. 연동제라는 단어 하나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법 통과를 위해 6개월 이상 달려오면서 간담회 등으로 수십 차례 설명했는데 그런 부분이 유감이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직접 만나러 갈 생각이다. 중기부는 제도가 정착할 때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거부 반응이 심할수록 울타리 안에 또 다른 펜스가 세워져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것 등을 설명하겠다.

 

지난해 법제화가 납품대금 연동제의 ‘시즌 1’이었다면, 2023년은 연동제를 하나의 거래 문화로 만들기 위한 ‘시즌2’이다. 이 제도가 거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역별 확산’과 ‘기업 특성별 확산’의 투트랙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로드쇼를 개최하는 등 지역별 추진 체계를 중심으로 연동제를 설명하고 홍보하겠다. 이미 본부와 13개 지방청에 전담팀을 조직했고, 납품대금 연동제 공식 홈페이지도 공개할 예정이다. 기업 특성별 애로사항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하위 법령과 지원 방안에 반영하겠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제원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도 연동제 지지하나.

 

“윤 대통령도 연동제 취지에 동감하셨고 잘 정착되기를 바란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셨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일임하신 것인데, 자연스러운 생태계 안에서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찾으라고 하셨다. 해외 사례를 참고하고 전문가 의견을 들어 신중히 하면서 가능한 한 시장경제를 거스르는 부자연스러움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시행령에 조사권과 처분권이 포함되지만 시그널은 ‘강제’가 아니다. 이런 게 필요하지 않은 상황으로 전체가 갔으면 좋겠다. 더 강한 법으로 개정할 수도 있겠지만 강할수록 경직성이 따라가서 생태계엔 좋지 않다. 연동제를 어렵게 통과시킨 장관으로만 남고 싶진 않다.”

 

-아랍에미리트(UAE)·다보스 순방 동행에서 느낀 점은.

 

“중기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측에 친서를 먼저 전달했다. 사우디 정부에선 친서까지 받으면서 일한 건 처음이라면서 반응이 좋았고, 이후 사우디 투자부 장관과 포옹하며 인사할 수 있었다. 이번에 다보스에 가서 다시 만났고, 3월과 5월에도 사우디 방문 예정이다. 무역사절단 하루 방문해선 성과를 내기 어렵다.

 

중동 국가들은 ‘오일머니’로 돈만 많고 경험과 기술이 부족한 나라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다. 개인 역량도 뛰어나고 오일경제에서 디지털경제로 전환하는 청사진이 실제로 많이 현실화했다. 우리 팀은 경험이 많고 실무 준비가 돼 있다면, 중동은 결정권자와 기획팀 수준이 매우 높았다. 우리가 뭔가를 줄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느낌도 받았다. 우리는 ‘비즈니스 인큐베이팅’ 소프트웨어를 전달하겠다고 했고, 중동에선 공간과 자금을 제공하고 아프리카 등 주변국 진출에 시너지를 내자고 제안했다. 다음달 사우디 스타트업 페스티벌에 우리 스타트업들을 데리고 갈 예정이다. 아직은 서로 주고받을 게 있는 상황 같다. 중동은 속도감 있게 변화하기 위해 파트너를 찾는 상황이라서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제2의 중동 붐’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는다.”

 

-올해 중기부 목표는.

 

“올해 ‘진격의 중소벤처기업부’로 나아가고자 불필요한 업무는 줄이고 성과 중심의 업무 체계를 구축하는 ‘핵심미션제’를 도입했다. 주요 목적은 △글로벌 창업대국 생태계 조성 △고금리로 인한 중소기업계 금융 애로 대응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등이 있다. 이러한 핵심미션은 분기마다 추진 성과를 점검해 인사와 성과급 등에 반영, 성과 중심의 부처로 거듭나도록 강력한 조직 혁신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제원 선임기자

-CES 2023에서 국내 벤처·창업기업 111개사가 CES 혁신상을 수상해 역대 최다 실적을 이뤘다. 참관 소회와 가장 인상 깊었던 수상 기업은.

 

“세계 최대 테크 전시회인 CES에 ‘K-스타트업관’을 마련해 우리 스타트업을 세계에 알릴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올해는 혁신상 역대 최다 수상뿐 아니라, 최고혁신상에서도 전체 20개 중 우리 벤처·스타트업 5개 사가 수상하는 등 K스타트업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기업으로는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촉각 그래픽 장치인 ‘닷 패드’(디스플레이 표면에 2400개 핀을 활용해 점자로 표시)를 개발한 ‘닷’을 들 수 있다. 사회, 환경, 소외계층에 대한 고민과 철학적 가치를 가지고 출발하는 우리 스타트업이 많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주52시간제와 임금 상승 등으로 중소벤처기업의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 일몰이 종료됐는데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연말 연초 당정이 합심해 8시간 추가연장근로 일몰 연장을 위해 노력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는 유효기간 종료에 따른 현장의 어려움 완화를 위해 1년이라는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정기 근로감독 대상에서 제외하고 상황에 따라선 최장 9개월간의 시정 기회도 줬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이므로 만성적인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현장의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추가연장근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고용부 등과 함께 국회 설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5월이면 취임 1년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

 

“그동안 48개 과, 13개 지방청, 12개 산하기관과 워크숍만 3번 했다. 2월엔 30여개 협·단체를 대상으로 한 간담회가 예정되어 있고, 과거 간부로 헌신하신 선배님들을 모셔서 많은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 정치권으로 돌아가기엔 책임지고 마무리해야 할 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아닌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969년 서울 출생 ●서울 서문여고 ●광운대 수학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대학원 수학과 석사, 수리과학과 박사 ●주식회사 테르텐 대표이사 ●한국여성벤처협회장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 ●21대 국회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대담=김기환 산업부장, 정리=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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