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몸의 맨 처음 시작이며 그 맨 끝에 있다
처음 만날 때 악수했던 손은 오른손이고 헤어질 때 흔들며 사용했던 것도 오른손이었다
그 사이, 당신을 안았던 것도 그 손의 짓이었다
매 순간을 축으로 달아나려고 하는 동작과 깊게 끌어안으려는 마음의 궤적 때문에 우리 몸은 둥글다
나는 사실 기성품인 이런 손을 매일 씻고 말려서 가지고 다닌다 심장과 혀 사이에 와 박혀 모든 거리를 기억하는

나는 손을 좋아한다. 누군가를 만나면 습관처럼 넌지시 그 손의 생김새를 살피곤 한다. 손가락은 길고 가는지 짧고 뭉툭한지. 손톱은 어떤 결을 띠는지, 얼마나 바싹 깎였는지. 손등은 매끈한지, 거친지, 얼마나 깊고 복잡한 주름을 지니는지…. 어떤 사람을 생각하면 맨 먼저 손이 떠오르고, 그 손이 가리킨 방향이나 매만진 찻잔 같은 게 잇따라 떠오른다. 얼굴은 가물가물한데 손만은 또렷할 때도 있다. 손을 보면 사람이 보인다는 말도 제법 믿는 편이다. 이따금 손은 몸이 아닌 마음의 부위 같다. 소중한 이의 손을 통해 느끼는 따뜻한 감촉은 곧장 하나의 궤적을 만든다. 그리고 그 “마음의 궤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모든 거리를 기억하는” 손이 아니라면 무엇을 어떻게 간직할 수 있을까. 나는 사람의 손을 좋아하고, 그중 외따로 있던 손과 손이 만날 때, 사랑할 때의 손을 가장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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