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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대기 관리’ 시민들이 끌고 밀고… 美 ‘환경 개선’ 주도 [심층기획-‘환경 우등생’ 캘리포니아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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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26 06:00:00 수정 : 2023-01-26 15: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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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 슈워제네거는 왜 기후법을 내놨을까?

1940년대부터 극심한 대기오염 시달려
1967년 대기자원위 창설 후 관리 꾸준
오존·미세먼지 50∼60% 저감 등 성과

독립적 배출 기준 발표 가능 유일한 州
연방정부 기준보다 더 강한 규제 시행
다른 州들도 도입해 ‘새 표준’ 이끌어

기후변화법 서명 슈워제네거 전 주지사
당시 유권자 강력 지지 법안 통과 앞장
후임 주지사들도 환경문제 해결 ‘한뜻’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는 명실공히 미국 환경정책의 메카라고 할 만하다. 이 도시에 본부를 둔 캘리포니아 환경보호청(CalEPA)은 미국의 환경 정책을 선도해 왔다. 캘리포니아는 연방 대기청정법에 따라 독립적으로 배출 기준을 발표할 수 있는 유일한 주이며 CalEPA가 예외적으로 그 권한을 위임받았다. 원칙적으로 미국 각 주는 자체 공해 규제를 하되 연방정부인 환경보호청(EPA·한국의 환경부에 해당)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캘리포니아는 연방 기준보다 강한 규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받은 것이다. CalEPA가 높은 기준을 세우면 다른 주도 그 기준을 채택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는 CalEPA 산하 기구로, 캘리포니아의 대기를 관리하는 총책임을 지고 있다.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연방정부와 별도로 설정하고 운영하는 권한을 비롯해 막강한 정책 집행력을 행사하고 있다. CARB는 캘리포니아 내 35개 대기질관리지구(AQMD)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만 대기질관리지구(BAAQMD)와 남부해안 대기질관리지구(South Coast AQMD)가 가장 규모가 크고 탄소중립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로 오렌지빛 연기에 휩싸인 금문교(위쪽)와 지난 2022년 11월 맑은 날 촬영한 금문교의 모습. 캘리포니아는 수십년간 적극적인 환경정책으로 대기질을 크게 개선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이 잦아지면서 더 강력한 대책에 나섰다. 게티이미지

◆“우리에겐 강력한 시민들의 지지가 있다”

지난해 11월 초. 새크라멘토에 있는 CARB에서 리안 랜돌프 의장을 포함한 청정 대기 정책 관계자들과 만났다. 벽 하나를 꽉 채운 시원한 통유리 너머 새크라멘토 전경을 보며 자연스럽게 대기 오염 문제로 대화가 시작됐다.

“2019년 초 서울에서는 산들이 며칠 동안 보이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자 랜돌프 의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강한 공감을 표했다. ‘우리도 한때 그랬다’는 의미다.

1940년대부터 시작된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의 대기오염은 1960년대 연간 100회 이상 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극심했다. 그러나 1967년 CARB 창설 이후 꾸준한 관리로 이산화질소(NO₂), 이산화황(SO₂), 일산화탄소(CO) 등은 미국의 허용기준치를 충족할 정도로 저감되었고 오존(O₃)은 60%, 미세먼지(PM10)는 50%가 줄었다.

랜돌프 의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그동안 인구, 경제활동, 자동차, 교통량 증가 등을 감안하면 이런 성과는 더 괄목할 만한 것이라 할 수 있죠. 대기관리 정책을 지역과 긴밀히 협력해 실행하고, 시민 참여를 바탕으로 좀 더 강력한 관리 기준을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이 성공 요인이었어요.”

CARB 방문 이틀 후 찾은 남부해안AQMD에서 만난 리사 오맬리 사무차장 보좌관도 “내가 어렸을 때는 우리 마을에 산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스모그의 온상에서 환경 모범생으로 거듭난 캘리포니아의 강력한 환경 리더십을 설명했다.

이런 성과와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기후변화로 고온건조한 날이 많아지면서 갈수록 맹위를 떨치는 산불이 대표적이다.

2020년 연간 9917번 산불이 발생해 1만488개의 시설물이 파괴되고 425만여 에이커(약 1만7200㎢)가 불에 타버렸다. 강원도보다 넓은 면적이다. 랜돌프 의장은 “아무리 산불이 흔한 곳이라지만 이런 광경은 내 생애 처음 봤다”며 노을이 진 듯 붉게 변한 사진을 보여줬다. 60년에 걸친 줄기찬 노력과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는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산불이 나면 나무가 품고 있던 이산화탄소가 한꺼번에 쏟아져 기후변화를 가속시킵니다. 그 기후변화 때문에 산불이 더 자주 일어나게 되고요. 이 악순환을 멈추기 위해서는 일관되고 단호한 실천이 필요합니다.”(랜돌프 의장)

‘단호한 실천’의 시작은 연방정부보다 훨씬 강력한 자동차 배출허용기준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CARB는 지난해 8월 ‘선진청정자동차Ⅱ’(ACCⅡ·Advanced Clean Cars Ⅱ) 규정을 마련해 연방정부 배출허용치를 절반으로 줄인 ‘저배출차4’(LEV4) 표준을 도입했다. 이와 더불어 2035년엔 승용차, 2045년엔 버스와 대형 장거리 화물트럭 신차를 100% 무공해 자동차(ZEV)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미 2021년 20억 달러(약 2조5000억원)를 포함해 누적 100억 달러 이상의 ‘기후투자기금’을 투입해 ZEV와 ZEV 장비 구입 보조, 쓰레기 매립에서 소각시스템으로의 전환, 자연기반 해법 확산 등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기준은 주 안에만 머물지 않고, 점차 다른 지역의 ‘새로운 표준’이 된다. 가령 캘리포니아는 1992년 저배출차 표준을 처음 적용했는데 이듬해 뉴욕이 뒤따랐고, 매사추세츠(1995년), 버몬트(2000년), 메인(2001년) 등에 이어 2025년엔 미네소타·네바다·버지니아주가 도입하기로 하는 등 18개 주가 캘리포니아식 표준을 적용했거나 할 예정이다. 자동차 온실가스 규제와 무공해 자동차 프로그램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CARB가 55년이 넘는 환경 거버넌스 체제로서 확고한 위상과 실질적인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력한 환경 정책을 원하는 시민들이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만AQMD 관계자는 “우리가 미국에서 가장 앞선 정책을 이행할 수 있었던 건 강력한 시민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한 규제와 시민을 위한 실효적 지원이 시민 편익으로 돌아가고, 시민들은 환경 정책에 힘을 보태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캘리포니아의 환경 정책의 발전은 엄혹한 환경문제와 시민의 강력한 요구를 외면하지 않는 끊임없는 토론과 협상의 결과물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캘리포니아 당국이 힘주어 강조하는 건 포용과 정의의 원칙이다. 기후투자기금의 절반 정도가 환경 오염 피해가 심한 지역과 저소득층 주민을 지원하는 데 쓰인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21년 7월 1일 영화배우 출신의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후행사인 '오스트리아 세계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자신의 바램과 대처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슈워제네거가 기후변화법에 서명한 이유는?

캘리포니아가 미국 최초의 구속력 있는 기후변화법(AB32)을 제정하게 된 배경에도 시민 지지가 있었다.

2005년 6월1일,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영화배우 출신 아널드 슈워제네거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캘리포니아주의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설정하는 행정명령 S-3-05에 서명했다. 공화당 소속인 그가 기후변화법에 서명한 데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다. 공화당 대선주자로 나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했다가 ‘민주당 표밭’인 캘리포니아에서 본인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2006년 재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강력히 지지했던 온실가스 규제 법안을 앞장서서 통과시킨 것이다.

이 법이 미국 최초의 포괄적이며 강제적인 기후변화법인 AB32인데 모든 발생원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1990년 수준으로 감축하도록 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규제와 심사, 배출권거래제 운영, 각종 지원정책 실행을 총괄하는 기관 역시 CARB다. 2020년 캘리포니아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AB32가 목표한 ‘1990년 수준’(4억8970만t)에서 나아가 3억6920만t으로 줄었다.

물론 슈워제네거가 모든 권한을 CARB에 넘긴 것은 아니었다. 필요한 경우 주지사가 배출량 기준을 완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safety valve)’를 법안에 포함시키는 타협점을 제시해 업계 등의 반발을 무마하고 자신의 권한도 챙겼다.

크게 보면 그의 선택은 미국의 환경 관련 법과 정책이 민주당과 공화당이라는 정치적 입장을 넘어 공공성과 객관성이라는 가치 위에서 채택되어 온 역사적 과정의 맥을 잇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캘리포니아 환경보호청(CalEPA) 건물 외벽에 붙은 ‘리드-EB 플래티넘’ 인증 마크. 리드-EB는 기존 건물 가운데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 효율 등을 최대한 끌어올린 건물에 붙는 마크다. 직접 촬영

1955년에 제정된 청정대기법을 더욱 강화한 ‘1970년 청정대기법’을 입안하고 통과시킨 주인공은 민주당의 에드먼드 머스키와 공화당의 밥 돌 등 대기·수질오염 소위원회의 상원의원들이었다. 1970년 법률에 따라 EPA는 여섯 가지 ‘표준오염물질(TSP, SO₂, CO, 광화학산화물, HC(비메탄계), NO₂)’을 지정했으며, 1971년 국가 대기질 기준을 공포했다. 당시 대기·수질오염 소위 상원의원들은 당적을 초월해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과학적인 대기환경관리 체계의 토대를 닦아 지난 50년간 국민 건강과 생명 보호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공화당 출신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이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워터게이트 사건의 오명에도 불구하고 ‘환경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슈워제네거 이후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된 제리 브라운과 개빈 뉴섬 주지사는 모두 민주당 출신이지만, 이들은 AB32를 이어받아 더 강력한 정책을 추진했다. 이제 캘리포니아는 100% 무공해 차량의 미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공화당 출신 주지사가 기후변화법을 만들고, 민주당 주지사가 이를 이어가는 건 무엇보다 시민들과 환경단체의 줄기찬 환경문제 제기와 열렬한 법안 지지 때문이었다. 새크라멘토에서 만난 환경단체 ‘청정대기연합’의 빌 매가번 정책국장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정책과정에서 수많은 청문회와 토론회가 열립니다. 여러 가지 한계가 있지만 우리는 항상 참가하여 끊임없이 토론하고 의견을 제시합니다.”

또한 환경 단체들은 로비, 연대 활동 등을 통해 주정부와 의회에 압력을 행사하고 환경과 경제의 조화를 위한 정책 대안 등을 제시함으로써 업계 등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시에라 클럽, 전문 로비스트와 변호사들을 갖춘 블루워터 네트워크, 전국 규모 단체인 환경보호기금과 자연자원보호기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캘리포니아의 환경 거버넌스 체제는 환경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제를 지탱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실가스가 줄어드는 동안 캘리포니아의 GDP는 지난 20년간 50%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고, 고용률은 전국 성장률보다 27%나 높았다. 2020년 기준 50만명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관리, 무공해차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어떻게 기획됐나

 

<‘환경 우등생’ 캘리포니아를 가다>는 미 국무부 학술교류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2019년 미 국무부가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공모한 ‘굿 거버넌스’ 주제의 연구 프로젝트에서 미세먼지 기획이 선정됐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미국 현지 취재는 무기한 연기할 수밖에 없었고 3년 만인 2022년 기후변화를 포함한 보다 포괄적인 주제로 프로젝트를 재개했다.

 

프로젝트를 함께한 임정근 대학ESG실천포럼 공동의장과 류희욱 숭실대 교수(화학공학), 박숙현 지속가능시스템연구소 소장과 세계일보 윤지로 기자가 필자로 참여한다. 주한 미대사관에 이번 프로젝트를 지원한 임 의장은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발전에 관한 전문가로, 특히 지속가능한 사회와 생태를 성취할 수 있는 글로벌 거버넌스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류 교수는 현재 한국냄새환경학회장과 스마트안전보건환경융합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악취 및 대기오염 배출시설 저감기술을 30년 동안 연구해왔다. 박 소장은 환경정책을 전공하고, 연구소를 운영하며 대학에서 환경정책, 지속가능발전, 환경거버넌스를 가르치고 있다.


새크라멘토=글·사진 임정근 대학ESG실천포럼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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