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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용서는 제삼자의 영역이 아니다 [현장메모]

입력 : 2023-01-25 19:05:55 수정 : 2023-01-25 21: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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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추트레인’ 추신수(41·SSG)의 ‘작심발언’에 대한 질타가 며칠이 지나도 뜨겁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선수로서 태극마크나 한국 사회의 시민의식과 관용, 야구계의 선후배 문화 등에 대해 충고를 하고 싶었던 선한 의도인 것은 알겠지만, 지켜야 할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오판과 오만으로 가득 찬 발언으로 인해 숨기고 싶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 행적까지 들춰져 비판받고 있다.

 

추신수는 설 연휴가 시작된 지난 21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의 한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국 야구에 대해 다양한 발언을 했다.

남정훈 문화체육부 기자

문제는 한국 야구계와 나아가 한국 사회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없는 소신발언이었다는 점이다. 문제가 됐던 발언이 한두 개가 아니다.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안우진이 잘못된 행동을 했지만, 안타깝다’, ‘안우진이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데 선배들이 가만히 있는다’, ‘언제까지 김광현, 양현종이냐’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너무 많다.

 

하나하나 짚어보자면,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체육계에 만연했던 학교폭력(학폭)에 대해 전혀 이해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의 화제작인 ‘더 글로리’도 학폭을 다루고 있을 만큼, 한국 사회에서 학폭은 뿌리 뽑아야 할 거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학폭 가해자에 대한 용서는 피해자만이 할 수 있는 영역으로, 제삼자는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추신수는 안우진이 빼어난 기량에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뽑히지 못한 것만을 아쉬워했다. 추신수의 발언만 보면 안우진은 ‘학폭 가해자’가 아닌 한국 사회의 부족한 관용으로 인한 ‘피해자’로 느껴질 정도다.

 

추신수의 논리는 안우진이 뉘우칠 만큼 뉘우쳤고,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는 것. 최근 안우진이 과거 학폭 자체를 없었던 일처럼 만들려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뉘우쳤는지도 의문이지만, 이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추신수가 무슨 자격으로 용서를 운운할 수 있는가. 아마 본인도 과거 음주운전을 쉽게 용서받고 선수생활을 이어갔으니 윤리적 잣대 자체가 낮은 것 아닐까라고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나 더. 추신수는 2009 WBC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국가대표 차출에 응하지 않았다. 2009 WBC도 군 면제가 걸린 2010 광저우를 위해 출전한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군 면제를 받은 이후로 태극마크를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고사했다.

 

본인이 대표팀 제의를 고사할 때마다 국가의 부름을 충실하게 이행했던 후배 선수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언제까지 할 것이냐’고 싸잡아 모욕했다. ‘일찍 태어났다고 다 선배가 아니다’라던 그의 말을 고스란히 되돌려주고 싶을 정도의 현실 인식이다.

 

아무리 그의 의도가 선했다고 해도, 그 지적이 받아들여지려면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존중과 이해라는 기반 위에서 행해져야 한다. 추신수가 이번에 남긴 작심발언 속엔 그런 게 전혀 없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바로 떠올랐다. 세대교체를 운운하려면 그리 뛰어난 성적이 아님에도 연봉 17억원을 받고 있는 자신부터 돌아보는 게 먼저 아닐까.


남정훈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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