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델라웨어州 출신 최고 유명인 맞다"
비밀문서 유출 파문 확대에도 건재함 드러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NBC 방송의 토요일 간판 예능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NL)에 깜짝 출연했다. 과거 상원의원 및 부통령 시절의 비밀문서 유출 의혹으로 연방수사국(FBI)과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면 전환을 꾀함과 동시에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2일 CNBC 뉴스에 따르면 전날 방영된 SNL은 인기 배우 겸 개그우먼 오브리 플라자(38)가 첫번째 독백 진행자로 나섰다. 플라자는 델라웨어주(州) 윌밍턴이 고향인데 이 지역은 바이든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델라웨어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으로만 36년간 일했다.
이 점에 착안한 듯 플라자는 “나는 델라웨어주 출신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을 뽑는 투표에서 1위를 했다”며 “내가 조 바이든을 이겼다(I beat Joe Biden)”고 농담을 했다. 객석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지는 가운데 플라자는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에 그(바이든 대통령)는 무척 화가 난 나머지 내게 동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분위기를 더 띄웠다.
플라자의 언급 직후 정말 바이든 대통령이 출연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그는 플라자를 친근하게 “오브리”라고 부르며 “당신은 델라웨어주 출신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이고 그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맞장구를 쳤다. 이어 “당신이 ‘화이트 로투스’에서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드린다”고 덧붙이자 다시 객석에서 환호와 갈채가 터져나왔다.

‘화이트 로투스’(White Lotus)는 HBO에서 2021∼2022년 방영한 드라마로 플라자는 최근 종영한 시즌2에 출연했다. 이 드라마는 초호화 호텔에 투숙한 부자들이 1주일 동안 다양한 에피소드에 휘말리는 내용인데, 등장인물의 죽음을 둘러싼 추리물 성격이 짙다. ‘당신이 살아남아 감사하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은 플라자가 극중에서 맡은 캐릭터는 그래도 죽지 않아 다행이라는 농담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요즘 비밀문서 유출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과거 상원의원과 부통령으로 활동하던 시절 정보당국에서 보고받은 기밀 문건을 사저 등에 그냥 방치해둔 정황이 드러나 FBI가 수사에 나섰고, 진상 규명을 위한 별도의 특검팀까지 출범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 본인은 “별 거 아니다”라고 했으나, 일각에선 2024년 대선 재출마를 통해 연임에 도전하려는 그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코미디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자 시청자들은 “혹시 대통령과 똑 닮은 사람이 아닌가”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영상 같다” 등 반응을 쏟아내며 방송사 측에 진위를 묻기도 했다. 논란은 바이든 대통령이 하루 지난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영상을 올리고 “두 명의 델라웨어 출신 인사”라는 글을 달면서 일단락됐다고 CN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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