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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다르다…‘평균연령 24세’ 아스널 19년 만에 EPL 우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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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22 07:00:00 수정 : 2023-01-22 10: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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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널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건 ‘무패 우승’ 역사를 쓴 2003~2004 시즌. 일명 ‘벵거볼’로 아르센 벵거 감독의 축구 철학이 깃든 무결점에 가까운 경기력을 바탕으로 리그를 지배했다. 당시 ‘EPL 킹’ 티에리 앙리(프랑스) 등을 앞세웠다. 이런 아스널은 19년 동안 우승 한번 없이 긴 침체기에 빠진 듯했다.

 

한때 ‘사(4)스널’이라고 불렸던 아스널. ‘웃픈(웃기면서 슬픈)’ 별명이다. 해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진출할 수 있는 ‘빅 4’ 상위권 팀에 들었지만, 그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챔스 공무원이지만, 리그 우승 경쟁과는 거리가 멀었다. 리그에 우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다른 팀 팬들의 조롱 섞인 농담이었다.

아스널 선수들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에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심지어 최근 수년간은 ‘사스널’로 불리지도 않았다. 4위보다도 못한 성적이 이어진 탓이다. 2016~17시즌부터는 4위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5~8위권까지 순위가 내려가는 부진이 이어졌다. 지난 시즌도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첼시, 토트넘 훗스퍼에 밀려 5위에 그친 게 아스널이었다.

 

이제 아스널 팬들의 긴 기다림이 빛이 보고 있다. 팬들은 어느 때보다 기분 좋게 팀을 응원하고 있다. 이번 시즌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압도적인 리그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시작 때만 해도 이렇게 잘 나갈 줄 예상한 팬들은 많지 않았다. ‘박싱 데이’를 지나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렇지도 않다. 맨시티, 리버풀 등 다른 경쟁 상대들이 미끄러질 때도 아스널은 ‘꾸역승’을 하며 단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아스널은 승점 47(15승 2무 1패)로 1등을 달리고 있다. 1경기를 더 치른 2위 맨체스터 시티(42)와도 승점 격차도 5이다.

 

‘테타볼’. 리그 1위 아스널의 축구 철학이다. 평균연령 24.1세. EPL 20개 모든 구단 중 가장 어리다.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26.5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6.5세), 토트넘(27.1세), 뉴캐슬 유나티이드(27.2세), 리버풀(27세) 등과 차이가 꽤 있다.

 

‘젊은 지도자’ 미켈 아르테타 (41·스페인) 감독의 지도력이 빛을 발휘했다. 젊은 선수들이 환상적인 호흡을 맞추며 똘똘 뭉치는 ‘원 팀’을 만들었다. 지난 2019년 아스널 감독을 맡은 아르테타 감독은 본인 만의 ‘테타볼’을 이루기 위해 전면 개선에 나섰다.

 

오바메양, 윌리안, 다비드 루이스 등 30대 선수들을 내보내고, 젊은 피를 수혈했다. ‘천재’ 마르틴 외데고르(25)를 필두로 에디 은케티아(24), 부카요 사카(23), 가브리엘 마르티넬리(23), 가브리에우 제주스(25) 등 20대의 실력파들을 내세웠다.

 

아르테타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로 거듭난 과정까지 많은 경험을 갖췄다. 그는 바르셀로나(스페인) 유스팀 출신으로, 유기적인 ‘티카타카(짧고 빠른 패스를 앞세운 점유율 축구)’의 DNA를 갖고 있다. 현역 시절 아스널에서 미드필더로 뛰며 큰 활약을 펼쳤다. 아스널은 EPL에서 바르셀로나식 ‘패스 게임’을 가장 탁월하게 구현한 구단이다. 아스널의 축구 매력은 팬들에게도 ‘아트 사커’로 인식됐다. 그런 팀에서 아르테타 감독은 선수 시절 팀의 핵심적인 허리 역할을 맡았다.

아스널의 감독 미켈 아르테타가(오른쪽)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 후 경기장에서 아스널의 잉글랜드 미드필더 부카요 사카와 함께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르테타는 은퇴 후엔 맨체스터 시티에서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로 일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0년대 세계 축구의 흐름이었던 스페인의 티키타카의 창시자다. 아르테타는 티키타카에서 더 나아가 자신만의 ‘테타볼(티키타카+역습)’을 만들었다. 점유율 축구를 하다가도 순간적인 롱패스로 역습 상황을 만든다. 상대가 강하게 압박해 들어올 때 상대의 허를 찌른다. 맨유 레전드 게리 네빌은 “젊은 감독이 안토니오 콘테(토트넘), 위르겐 클롭(리버풀), 과르디올라 감독 같은 스타 감독을 넘어서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아르테타의 축구는 환상적이다. 이제 그를 기다리는 건 우승컵”이라고 아르테타 감독을 추켜세웠다.

 

아스널 선수들은 아르테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며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외데고르가 8골, 마르티넬리가 7골, 사카가 6골을 기록 중이다. 11명의 아스널 선수 모두 테타볼에 완벽 적응, 엄청난 조직력을 보인다.

 

특히, 외데고르의 활약이 눈부시다. 2015년 17살의 나이에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해 세계 최고 유망주로 화제를 모았던 그다. 하지만 외데고르는 세 시즌 동안 8경기 출전에 그쳤고 네덜란드 리그와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임대생 신분으로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다 아스널의 눈에 띄어 2020~2021시즌 중 EPL로 옮겨 첫 시즌 뒤 완전 이적에 성공했다. 외데고르는 이번 시즌 17경기에서 벌써 8골을 기록했다. 아스널 공격의 핵심 연계 역할을 도맡고 있다. 주장 완장을 차고 리더십까지 보인다. 이런 활약으로 경기 MVP(맨 오브 더 매치)엔 5번이나 뽑혔다.

 

아스널 레전드 이언 라이트는 “레알은 인내심이 부족했다. 아스널이 그 덕을 보고 있다. 놀라운 리더십과 솔선수범으로 팀을 이끈다”고 외데고르를 칭찬했다. 맨유 출신의 축구 해설자 리오 퍼디난드는 자신의 팟 캐스트를 통해 “현시점에서 보자면 아마 (EPL에서) 외데고르가 올해의 선수일 것이다”라며 자기 의견을 밝혔다.

 

아스널은 이번 시즌 우승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도 남다르다. 이번 겨울 선수 보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스널은 2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벨기에 국가대표인 트로사르가 브라이튼에서 장기 계약으로 합류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토르사르는 같은 리그 브라이튼에서 121경기를 소화하며 팀의 핵심 공격진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16경기에 출전해 리버풀을 상대로 터트린 해트트릭을 포함해 7골을 기록했다. 아스널은 센터백 자리도 보강하고 있다. 폴란드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야쿠프 키비오르와 계약을 완료했다. 키비오르는 왼발잡이로 장신의 수비수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폴란드의 수비를 책임졌다.

 

아스널은 23일 오전 1시30분(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EPL 21라운드에서 맨유와 홈경기를 치른다. 현재 맨유는 승점 39점으로 리그 3위에 위치해 있고, 최근 엄청난 상승세다. 아스널도 쉽지 않은 승부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스널에게 유일한 리그 패배를 안겼던 팀도 바로 맨유다. 아스널은 이 경기에 승리하면 우승 경쟁에서 더 높은 우위에 설 수 있게 된다.

 

‘테타볼’ 아래에서 만개한 아스널의 ‘영건’들이 19년 만에 EPL 우승을 이뤄낼지 시선이 집중된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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