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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의마음치유] 내향인의 정서 예측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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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19 23:35:01 수정 : 2023-01-19 2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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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향적 행동 때 뜻밖의 즐거움 느낄수도
정서는 성격보다 어떻게 행동하냐 따라 달라

정신과 의사이자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카를 구스타프 융은 요즘 유행하는 성격 평가 도구인 MBTI의 근간을 최초로 만든 사람이다. 그는 사람 성격을 기본적으로 외향성과 내향성으로 나눴다. 외향형 인간은 외부 대상에 관심을 쏟고 그것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지만 내향인은 자기 내면에 초점을 맞춘다. 외향인은 고민에 빠져 있기보단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행동한다. 내향인은 생각하고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이게 그들이 가장 잘하는 일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면 내향인은 에너지를 잃는다. 즐겁지 않아도 즐거운 척, 대화하기 싫어도 사교적이 되려고 애를 쓴다. 자신이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긴장하고 있다는 걸 남들이 알아챌까 봐 긴장한다. 기질은 내향적이지만 상황에 맞춰 외향적인 태도를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 게 싫어서 핑계를 대고 사교 활동을 회피하기도 한다. 그 자리에 있으면 기운만 빠지고 재미도 없을 거라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향인이 외향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그들이 예측했던 것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될까?

내향인의 실제 감정과 예상했던 그것이 일치하는지 비교하기 위해 모임 참석 전에 자기가 어떤 감정을 경험하게 될지 미리 떠올려보고 기록해두라고 했다. 그런 뒤에 실제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을 개인용 전자단말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하게 했다. 모임에 가기 전까지는 ‘힘만 들고 재미도 없을 거야’라고 예측했지만 막상 사람들과 어울릴 때 측정된 감정을 확인해보니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내향인이 외향적으로 행동하는 건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재밌기도 한데 그들은 부정적인 쪽에 미리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자기 정서를 예측하는 데 오류(affective forecasting error)가 발생했던 것이다. 외향적 행동이 가져다주는 긍정적 정서를 내향인은 과소평가했던 것이다.

특정한 주제를 두고 대화하는 건 내향인도 즐긴다. 그들은 착상하기를 좋아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종종 내놓는다. 하지만 의미 없이 느껴지는 잡담은 따분해한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내향인은 어려워한다. 소소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훈훈하게 먼저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걸 잘 못한다. 쓸모없어 보이는 스몰토크가 사람들을 이어주는 접착제라는 걸 그들은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약간의 무의미를 내향인은 인간관계에서 견디기 힘들어한다.

애쓰지 않아도 타인과의 대화를 술술 풀어가는 외향인을 내향인은 부러워할 필요 없다. 억지로라도 외향적으로 행동했을 때 내향인이 얻게 되는 긍정적 정서 보상은 외향인의 그것에 비해 더 크다. 해보기 전에는 재미없을 것 같아도 해보면 예상보다 큰 즐거움을 얻기 때문이다. 망칠 거라 여겼던 시험인데 실제로 받아 본 성적은 A였을 때 기쁨이 더 큰 것처럼 말이다. 정서는 성격보다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교 활동이 불편하다면 내향인은 예행연습을 해두면 좋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접어두라. 대화거리를 미리 준비해두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 게다가 재밌기도 하네’라고 느낄 가능성이 커진다. 잡담에 소질이 없다면 침묵해도 괜찮다. 누구나 자기 전공 아닌 일에는 서툰 법이다. 말 잘 들어주고 입 무거운 사람으로 좋게 인식될 수도 있으니 염려할 필요 없다.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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