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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캐릭터로 인기몰이… 英 소설가 페이 웰던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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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05 16:08:20 수정 : 2023-01-05 1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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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91세로 타계
'부커상' 끝내 못 받아… "너무 상업주의" 비판도

영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또 인기있는 소설가였으나 영예의 부커상(Booker Prize)은 끝내 받지 못한 작가 페이 웰던이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고인의 아들인 댄 웰던은 이날 어머니의 타계 소식을 직접 알리며 “어머니는 너무 약해져 손에 펜을 쥘 수도 없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시를 쓰는 것에 대해 생각하셨다”고 전했다. 구체적 사망 원인은 공개하지 않은 채 “뇌졸중을 앓는 등 건강이 크게 악화한 상태였다”고만 밝혔다.

 

영국의 인기 소설가 페이 웰던(1931∼2023). AP연합뉴스

고인은 1931년 잉글랜드 버밍엄 남동부 우스터셔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이름은 ‘페이 버킨쇼’였으며 부모를 따라 뉴질랜드로 가서 오클랜드에서 잠시 살았다. 유복한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랐다. 대학 전공은 경제학이었고 졸업 후 30대 초까지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자신보다 무려 25살이나 많았던 첫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실패로 끝난 뒤 1961년 재즈 음악가 로널드 웰던과 재혼하며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1960년대부터 고인은 본격적으로 문학에 발을 내디뎠다. 라디오 및 텔레비전 드라마, 그리고 연극을 위한 대본을 쓰기 시작했고 그 가운데 나름 성공을 거둔 작품을 보완해 소설로 펴냈다. 2010년대 초까지 50년 넘게 활동하며 30권 이상의 소설을 출간했다. ‘먼지버섯’(Puffball·1980), ‘조안나 메이의 복제’(The Cloning of Joanna May·1989), ‘악녀들’(Wicked Women·1995)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가디언은 고인의 작품 중 ‘프랙시스’(Praxis·1978)를 최고의 걸작으로 꼽았다. 본인 스스로도 출간 당시 “내가 지금까지 쓴 최고의 소설”이라고 규정했다. 노벨문학상(스웨덴), 공쿠르상(프랑스)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 최종 후보에까지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후 고인은 부커상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적은 있어도 부커상 수상자가 되는 영예는 끝내 안지 못했다. 2001년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그에게 대영제국훈장을 수여했다.

 

작품성과 별개로 고인의 소설 중 가장 유명하고 또 많이 팔린 작품은 ‘악녀의 삶과 사랑’(The Life and Loves of a She-Devil·1983)이다.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남편한테 버림받은 어느 여성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전 남편을 파멸로 몰아넣는 등 통렬한 복수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오늘날의 이른바 ‘막장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스토리인데 출간 당시 순수문학 옹호자들로부터 “가장 끔찍한 소설”이란 혹평을 들었다. 하지만 워낙 인기가 많았던 만큼 1986년 드라마로 만들어져 영국 BBC 방송에서 방영됐다. 국내에는 2008년 ‘에덴의 악녀’(쿠오레)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됐다.

 

문단 데뷔 초기 페미니스트란 평가를 받은 고인은 세월이 흐르며 페미니즘과 멀어졌다. 1998년에는 BBC에 “성폭행이 여성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2000년에 펴낸 소설 ‘불가리 커넥션’(The Bulgari Connection)은 세계적인 보석상 불가리로부터 거액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책 제목에 ‘불가리’라는 명칭을 넣은 것은 물론 본문 곳곳에서도 불가리 제품들을 언급했다. 이를 두고 영국 문단에서 “지나치게 상업주의적”이란 비판이 제기됐으나 고인은 “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저들이 내게 부커상을 주지는 않는다”라는 말로 일축했다.

 

고인은 두번째 남편과 30여년 동안 결혼생활을 한 뒤 1994년 이혼했다. 부부는 댄, 토마스, 샘 세 아들을 뒀다. 둘째 토마스는 2019년 암으로 어머니보다 먼저 사망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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