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골든글로브 등 ‘오겜’ 릴레이 수상
K콘텐츠 투자 봇물… 지속 흥행 아쉬워
TV 방영 ‘우영우’ ‘재벌집 막내아들’
넷플릭스·티빙 등 OTT서 전세계 홀릭
작품 권리는 국내 제작사에서 소유해
‘반값’ 광고 요금제 등 출혈 경쟁 격화
토종 OTT, 합병 등 경쟁력 강화 사활
‘오징어 게임’이 쏘아올린 K콘텐츠 열풍은 올해도 멈추지 않았다. 2022년은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 대중문화 흐름을 선도하는 주류가 됐다는 점을 확인한 한 해였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한국 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거듭해 다양한 콘텐츠를 쏟아냈고, 장르도 다변화했다. 세계 무대를 누린 것은 오리지널 콘텐츠만이 아니었다. 방송용으로 제작된 콘텐츠도 OTT를 타고 세계적 인기를 끌며 K콘텐츠 저력을 확인했다.
그러나 OTT 입장에서는 성장과 위기를 동시에 맞은 시기이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며 급성장한 OTT 업계는 엔데믹(풍토병화)과 더불어 시장 포화, 과열된 콘텐츠 경쟁 등으로 ‘2023년 목표는 생존’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까지 나왔다.

◆‘최초’ 역사 써내려간 ‘오징어 게임’
지난해 9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인기는 올해도 식지 않았다. ‘오징어 게임’은 올 한 해 국내외 시상식에서 수상 레이스를 펼치며 세계적 영향력을 공인받았다.
먼저 국내에서는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 연출상(황동혁), 예술상(정재일) 등 3관왕을 차지했다. 해외에서도 주요 시상식 트로피를 휩쓸며 ‘최초’ 기록을 줄줄이 써 내려갔다.
1년 넘게 이어진 ‘오징어 게임’ 신드롬은 미국 방송계 아카데미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최고 권위 시상식 에미상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지난 9월 미국에서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을 포함해 6관왕을 차지하며 비영어권 콘텐츠 첫 후보 지명·수상작이라는 역사를 썼다.

‘오징어 게임’ 외에도 ‘술꾼도시여자들’, ‘괴이’는 국내 OTT 오리지널 콘텐츠 최초로 프랑스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돼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글로벌 OTT K콘텐츠에 공격적 투자… 성적은 ‘글쎄’
K콘텐츠 흥행력이 입증되면서 글로벌 OTT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렸다. 올해는 넷플릭스 한국 진출 이후 가장 많은 한국 콘텐츠가 공개된 해였다. ‘지금 우리 학교는’,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등 시리즈 12편과 ‘카터’, ‘서울대작전’, ‘20세기 소녀’ 등 영화 5편을 통해 한국 콘텐츠의 넓은 스펙트럼이 강조됐다. 특히 넷플릭스는 지난 9월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에 ‘오징어 게임’보다 100억원 정도 더 많은 350억원을 들이는 등 K콘텐츠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왔다.

작품이 늘어난 만큼 장르도 다변화했다. 또한 청소년 범죄를 다룬 ‘소년심판’, 판타지 뮤직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 미확인 실체 추적극 ‘글리치’ 등 독창적 소재의 한국 스토리텔링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선보였다.
지난해 말 국내 시장에 진출한 디즈니플러스는 후발주자임에도 올해에만 ‘너와 나의 경찰수업’, ‘그리드’, ‘사운드트랙 #1’, ‘키스 식스 센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3인칭 복수’ 등 K콘텐츠 9편을 제작했다. 특히 하반기 들어서는 ‘형사록’, ‘커넥트’, ‘카지노’ 등 대형 작품들을 연이어 공개했다.

그러나 정작 성적은 아쉬웠다. ‘오징어 게임’, ‘D.P.’, ‘지옥’ 등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지속적 흥행은 쉽지 않았다. 공개 열흘 만에 6102만 시간 누적 시청을 달성한 ‘지금 우리 학교는’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콘텐츠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우영우’, ‘재벌집 막내아들’ OTT 올라탄 방송 콘텐츠
오히려 OTT를 올라타 세계 무대를 누린 것은 한국 제작사나 방송국이 지식재산권(IP)을 가진 방송용 콘텐츠들이었다.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로 돌풍을 일으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대표적이다. ‘우영우’는 넷플릭스 공식 집계에서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 7주 연속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했고, 넷플릭스는 영어 더빙판 제작에까지 나섰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변호사 우영우가 성 소수자, 정신장애인, 탈북민, 어린이,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시각은 경쟁 사회에 노출된 전 세계인의 마음을 녹였다.
무엇보다 ‘우영우’는 한국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작품에 대한 IP를 온전히 갖고 있다는 점에서 ‘오징어 게임’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가 작품 권리를 가져가고 한국 창작자들이 ‘하청’ 구조에 놓이게 되는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다.
상반기에 ‘우영우’가 있었다면, 하반기에는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그 열풍을 이어갔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플러스, 동남아시아 OTT인 뷰(Viu)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공개되며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우영우’, ‘재벌집 막내아들’ 외에도 KBS 드라마 ‘연모’, tvN 드라마 ‘작은아씨들’, ‘환혼’ 등 TV 방영 중인 드라마들도 넷플릭스에 동시 공개되면서 해외에서 관심을 받았다. KBS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는 종영 5개월 뒤 넷플릭스에 서비스되면서 중남미, 중동 등 해외에서 ‘역주행’하는 등 K콘텐츠 저력을 확인시켰다.
◆‘돈 먹는 하마’ 된 OTT
이처럼 올해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콘텐츠 확보와 가입자 수 증가에 주력하던 OTT 업계 판도가 휘청인 한 해였다. 편당 수십억원을 쏟아붓는 등 출혈경쟁이 격화한 데다 글로벌 OTT가 저렴한 ‘반값’ 광고 요금제까지 내놓으면서 토종 OTT는 벼랑 끝에 몰렸다. “2022년 ‘성장’을 위해 달렸다면 2023년은 ‘생존’이 키워드다.” 최근 국회 한 토론회에서 고창남 티빙 대외협력국장은 현재 OTT 시장을 이같이 진단했을 정도. 넷플릭스 한국법인이 지난해 매출 6316억원, 영업이익 171억원을 기록한 것과 달리, 티빙과 웨이브는 같은 해 각각 762억원, 558억원 영업손실을 봤다. 이 때문에 토종 OTT는 인수합병(티빙·시즌)이나 해외 플랫폼과 협력 강화(티빙·파라마운트, 웨이브·HBO맥스) 등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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