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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희스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의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백석은 시 ‘국수’에서 북쪽 사람들의 투박한 삶과 닮은 평양냉면을 이렇게 묘사했다. 평양냉면에 대한 최고의 찬사다.

평양냉면은 메밀가루 반죽을 국수틀에 눌러 빼낸 국수를 바로 삶은 뒤 찬 국물에 말아먹는 평안도 지방의 향토 음식이다. 평양냉면이란 말은 다른 지방에서 붙인 것이고, 평안도 지방에선 그냥 국수라고 불렀다. 본래 겨울 음식이었다. 얼음과 동치미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농한기인 겨울철이면 웬만큼 큰 농촌에는 국숫집이 생기곤 했다. 조선 후기 학자 홍석모가 지은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에서도 냉면을 겨울철 음식으로 꼽았다. 6·25전쟁 이후 평안도 출신 월남민에 의해 전국에 퍼져 사계절 즐겨 먹는 음식이 됐다.

탈북민 출신 북한음식 전문가 이애란은 “국수를 눌렀을 때 질감이 특별히 질기지도 않고 말큰말큰하면서 혀와 입천장에 닿는 촉감이 아주 부드럽고 메밀 고유의 구수한 맛이 특징”(‘북한식객’)이라고 했다. 면발은 치아로 뚝뚝 끊을 수 있을 정도로 연하다. 예전에는 꿩고기를 삶은 국물에 국수를 말아 놋대접에 담아 먹는 전통이 있었지만, 지금은 소의 뼈와 사태 등을 삶은 뒤 동치미 국물을 섞어 육수를 만든다. 평양냉면은 집에서 만들기 어려울 뿐 아니라 특유의 심심한 맛에 익숙해지기도 힘든 음식이다. 누군가에게 이끌려서 맛보고 나면 언젠가 다시 생각이 나서 냉면집을 찾게 된다. 평안도 출신 월남민 가족 중에 평양냉면 마니아가 많은 이유다.

3일 폐막한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 제17차 회의에서 ‘한국의 탈춤’과 함께 북한의 ‘평양냉면 풍습’이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작가 김훈은 “평양냉면의 맛은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울림을 갖는다. 이 맛이 공동체의 규모로 발현되면 평양냉면의 맛은 공적 개방성에 도달한다”(‘연필로 쓰기’)고 했다. “통일은 밥상에서 시작된다”는 이애란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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