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공간서 첨단 물류 거점 변신
무인·자동시설 ‘스마트MFC’ 운영
주유소 지붕엔 ‘드론 스테이션’도
“부족한 생활물류 인프라 확충하고
미래물류기술 실증… 경쟁력 제고”
내연기관 차량의 친환경 전환으로 주유소의 역할 변화가 시급해진 시점에서 서울시가 주유소를 최첨단 물류 거점으로 변신시키는 실험에 나선다. 주유소에서 드론이 택배를 배달하고 로봇이 자동으로 물류를 분류하는 광경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쯤 펼쳐질 전망이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물류단지 및 물류창고는 경기도의 6% 수준으로 서울 지역 택배가 타 지역을 경유해 비효율적으로 배송되는 등 도심 내 물류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시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서울시내 생활물류 인프라를 기존 주유소 공간과 다양한 미래 물류 기술을 통해 확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주유소는 거주민이 많은 동네 인근이나 교통 요지 대로변에 위치해 물류 접근성이 좋고 주차 공간이 넓은 장점이 있어 생활물류 거점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시의 첫 실험은 GS칼텍스와 함께 서초구 내곡주유소에서 이뤄진다. 시는 다음 달부터 내곡주유소를 미래형 첨단물류 복합주유소(조감도)로 탈바꿈하는 공사를 실시하고 내년 상반기 준공할 예정이다. 주유소에는 로봇과 드론, 스마트 물류시설 등 미래 물류 기술이 집약된다.
주유소에는 물품 보관과 픽업이 무인으로 이뤄지는 스마트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가 만들어진다. MFC는 주문 수를 분석·예측해 제품을 사전 입고해서 보관하고 배송까지 한번에 할 수 있는 소규모 물류 공간이다. 스마트MFC에서는 5∼6대의 로봇이 레일을 움직이며 하루 3600개 상자를 자동으로 처리한다. 이곳에서는 인근 지역 주민과 주유소 고객을 대상으로 생활물품 보관 및 픽업 서비스 등 생활물류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스마트MFC에서 처리된 물류는 로봇, 드론과 같은 미래 운송 수단을 이용해 인근 주거지로 배송된다. 이를 위해 주유소 덮지붕(캐노피) 위에는 드론 스테이션이 조성된다. 그동안 드론 배송은 도서, 산간 등 격오지를 중심으로 실증사업이 진행됐는데 내년 서울 도심에서 처음으로 실증이 이뤄지면서 드론을 활용한 물류기술 발전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 내에는 전기차 충전소 4기를 비롯해 따릉이, 1인 전동차(PM) 등 다양한 친환경 공유 이동수단 거점이 조성된다. 주유소 덮지붕 위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월 평균 1300㎾의 전력을 자체 생산할 계획이다.
주유소가 위험물안전관리법 등에 따라 엄격한 안전 규제를 적용받는 만큼 시는 주유소 내 스마트MFC 조성을 위해 국토교통부의 규제신속확인제도를 거쳐 소방청 등 관계 부서 의견을 수렴했다. 서초구도 이달 건축허가를 완료했다. 시는 주유소 내 MFC 운영을 통해 발생하는 수입의 절반을 시비로 확보해 향후 물류 스타트업 등을 지원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백호 시 도시교통실장은 “서울시의 미래형 첨단물류 복합주유소 조성사업은 주유·세차 서비스가 중심이었던 기존 주유소의 기능을 뛰어넘어 첨단물류, 친환경, 모빌리티 거점으로 만드는 국내 최초의 혁신 사례”라며 “복합주유소를 통해 도시의 물류 환경을 개선하고 드론, 로봇 등 미래 물류 기술을 실증해서 서울의 물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