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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옷이 아닌 새로운 옷’… 구매 대신 교환 어때요 [심층기획-폐기물 7000t의 딜레마]

관련이슈 폐기물 7000t의 딜레마 , 환경팀

입력 : 2022-11-28 06:00:00 수정 : 2022-11-29 10: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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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한 해 버려지는 옷만 680억벌
여러종류 플라스틱 섞여 재가공 어려워

의류교환 서비스 제공하는 ‘지구별가게’
중고 재판매 유통체계 구축 ‘민트컬렉션’
합리적 소비 문화 정착 새 시스템 구축중
작은 인간 앞에 육중하게 버티고 있는 쓰레기 산. 우리는 매일 이만큼의 쓰레기를 이 땅 어딘가에 묻고 있습니다. 하루 7000t도 넘는 쓰레기가 땅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런데 2026년이 되면 2400t의 쓰레기를 묻을 수 없게 됩니다. 폐기물을 바로 땅에 묻는 직매립이 금지되기 때문입니다. 2030년이 되면 7000t 모두 매립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처리해야만 합니다. 태워 없애든 다시 쓰든 하지 않으면 사진 속 크기만 한 쓰레기가 매일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대로 폐기물 발생량을 줄여본 적 없는 우리로선 만만찮은 과제입니다. 세계일보는 갈 곳 잃은 매립 쓰레기의 갈 곳을 찾기 위한 <7000t의 딜레마>를 연재합니다.

 

의류교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로웨이스트숍 ‘지구별가게’ 대표 이경미씨가 이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명확하다. “사람들은 새 옷이 아닌 새로운 옷을 가지고 싶어 한다”는 것.

새로운 옷을 가지고 싶은 소비자의 욕망을 충족시키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패스트패션 의류 생산량만 연간 800억벌로 알려졌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이 중 85%가 팔리지 않아 재고로 쌓이다 그대로 폐기 처분된다. 버려지는 옷만 한 해에 680억벌에 달하는 셈이다.

그래서 지구별가게는 옷장 정리 후 세탁까지 마친 옷을 가져오면 다른 사람의 옷장에 들어 있던 옷과 교환할 수 있게 한다. 새 옷에 들일 비용을 새 옷을 구하는 경험으로 치환하자는 취지다. 꼭 의류교환이 아니라도 수선이나 스타일링 컨설팅 쿠폰 등으로 받을 수 있다.

의류 폐기물만이 문제가 아니다.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온실가스 배출에서 자유로운 단계가 거의 없다. 옷을 만드는 직물의 원료가 되는 식물이나 동물을 기르는 과정부터 배출이 시작된다. 원유에 기반한 소재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합성의류는 엄연히 ‘플라스틱 제품’이다. 원유 채굴부터 정유해 나프타를 뽑고 이후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등을 만들기 위한 소재를 얻기까지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특히 혼방 소재가 많은 의류는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이 섞여 원료 단계로 돌려보내기 어렵다. 현재 소재 생산 방식으로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매립하지 않는 이상 소각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시 온실가스가 생긴다.

직물 생산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을 분석한 한 논문에 따르면 생산지를 중국으로 전제해 면은 1㎏에 2.37㎏CO₂eq.(이산화탄소 환산 t)로 산출된다. 실크 52.5㎏CO₂eq., 울 30.2㎏CO₂eq. 등 동물 소재는 상대적으로 배출량이 많았다. 폴리에스테르 3.1㎏CO₂eq., 나일론 8㎏CO₂eq., 아크릴 5.4㎏CO₂eq.로 파악된다. 이후로도 표백, 염색 등 각종 공정과 무역, 운송 등 유통 과정을 거치며 또다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중고의류 유통업체 ‘윤회’가 만든 브랜드 민트컬렉션은 중고의류를 수거해 재판매하는 유통체계를 구축 중이다. 노힘찬 윤회 대표는 찰나의 소비도 없이 태워지는 옷을 보며 의류 폐기물량을 줄일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민트컬렉션은 의류 제조 브랜드와 협업해 QR코드처럼 암호화한 디지털 워터마크 라벨인 ‘민트아이디’를 생산 단계부터 부착하려 한다. 제조 이후 소비·유통 과정을 효율적으로 추적하기 위해서다. 민트아이디로 민트컬렉션에는 효율적인 수거체계가, 사용자에게는 믿을 만한 재사용 기회가, 제조업체에는 과잉생산 방지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노 대표는 “옷이 생산돼 폐기되기까지 과정을 늦추자는 의도”라며 “개인 간 거래를 넘어 품질이 보장되는 중고의류 거래 플랫폼을 만들어 더 합리적으로 옷을 소비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패션업계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은 점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신소재를 연구하고 생산 단계부터 재제조가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긴 호흡의 변화와 함께 관측자료가 부족한 패션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투명화도 필요하다. 고민혁 탄소중립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는 섬유 전 과정 평가(LCA)를 분석한 문헌에 많이 의존하는데 기업들이 배출량을 공개하고 이 수치를 신뢰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지표가 개선돼야 의류산업이 탄소중립을 위해 바뀔 지점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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