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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푸틴에 영향력 행사하기엔 내 힘 부족했다"

입력 : 2022-11-25 14:11:23 수정 : 2022-11-25 1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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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시사주간지 '슈피겔'과 인터뷰서 심경 토로
"총리 퇴진 의사 밝힌 뒤 푸틴한테 무시당해"

“푸틴한테 영향력을 행사하기엔 내 힘이 부족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세계일보 자료사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고백’이 눈길을 끈다. 그는 현직 시절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에 반대하고 러시아 에너지 자원에 대한 독일의 의존도를 높여 전쟁을 막지 못한 책임자로 꼽힌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메르켈을 불러 러시아 침공의 참상을 직접 보게 하고 싶다”며 강한 분노를 표출한 바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메르켈 전 총리는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자신의 행보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21년 9월 치러진 독일 총선거 이전에 이미 용퇴 의사를 밝혔고, 선거 결과 그가 속한 기민당(CDU)이 패배함에 따라 사민당(SPD) 소속 올라프 숄츠 현 총리에게 자리를 넘겼다.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에 빠진 데다 정계은퇴가 예정된 자신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한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더라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저는 2021년 8월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했습니다. 저를 대하는 푸틴의 태도에서 ‘당신의 권력은 이미 끝났다’는 느낌을 매우 강하게 받았습니다. 푸틴에게는 오직 권력만이 중요하니까요.”(메르켈 전 총리)

 

그는 2021년 여름 독일과 나란히 유럽연합(EU)을 이끄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푸틴을 대화의 장(場)으로 끌어내려 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하지만 푸틴은 ‘곧 물러날 사람과 무슨 얘기를 하겠느냐’는 취지로 이를 거부했고, 이후 유럽의 정세는 악화일로를 걷다가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2018년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러시아·독일 정상회담에 앞서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한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메르켈 전 총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가 임기 내내 러시아를 상대로 취한 유화정책이 결국 푸틴을 도발하게 만들었다는 ‘책임론’에서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2008년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국이 되고 싶다”며 가입을 신청했고 이에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들이 회의를 열었다. 당시 메르켈 독일 총리, 그리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강력히 반대하면서 결국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하지 못했다. 그 결과 러시아는 2014년 변변한 동맹국이 없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름(크림) 반도를 빼앗은 데 이어 올해는 ‘우크라이나 말살’을 내걸고 전면전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메르켈을 이(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현장으로 초청하고 싶다”며 메르켈 전 총리, 그리고 독일 정부를 향해 독설을 날린 바 있다.

 

메르켈 전 총리의 더 큰 과오는 ‘불량국가’ 러시아와 너무 친하게 지냈다는 점이다. 그의 임기 내내 러시아산 석유 및 천연가스에 대한 독일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독일은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미국 등 다른 동맹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건설을 밀어붙이기까지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노르트스트림2는 폐쇄되고 말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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