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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심리검사 중에 언어 유창성 검사가 있다. 주로 아동들의 언어 발달에 이상이 있을 때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 하는 검사이다. 언어 유창성 검사 외에 문장 유창성에 관한 검사도 있다. 언어 치료를 위해 하기도 하고, 학술적 연구 목적으로 하기도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영어 문장의 유창성에 관한 논문을 읽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영어 문장의 유창성 기준이 한국어와 너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는 짧은 문장을 선호하지만 영어는 그렇지 않다.

영어의 경우 문장의 성숙도나 유창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문장의 길이나 절의 길이를 든다. 영어학자들은 종종 명사절이나 구, 혹은 관계절이 많이 들어가 문장 형태가 복잡한 것을 문장이 성숙하고 유창하다고 평가한다. 불어도 유사하다. 불어의 유창성을 연구한 학자의 글을 보면 언어 능력이 향상될수록 문장의 길이와 절의 길이는 늘어난다고 했다. 한 문장에 포함된 절은 초등학생보다 중학생, 중학생보다 고등학생이 더 길었으며, 대학생이 가장 길었다. 영어나 불어나 절이 길거나 복잡할수록 더 능숙하고 유창한 문장으로 보는 것이다.

영어학자 멜론은 관계절이 들어간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의 문장을 “유창하고, 편안하며, 세련된 문장”이라고 규정하는데, 이전에 나는 이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학생들에게 문장을 짧게 쓰고, 복잡한 형태의 문장을 피하라고 항상 이야기하고 있는 나의 입장과 전혀 다른 기준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기준이 다른 것은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 때문이다. 영어는 주어 서술어가 앞에 오고, 관계대명사를 통해 문장을 무한히 늘일 수 있지만 한국어는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모든 단어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길어지면 이해하기가 어렵게 된다.

그런데 영어 문장에 관해 이와 상반된 이야기를 하는 학자도 있다. 영어 문장학자인 피터 엘보는 종속구문과 내포절을 문장 성숙성의 기준으로 삼는 경향에 반대하고 문장을 종속관계가 아닌 병렬관계로 놓으라고 말한다. “철수가 공부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성적이 올랐다”고 말하지 말고 “철수는 공부를 열심히 했다. 성적이 올랐다”고 쓰라는 것이다. 인과관계는 약해지지만 문장은 힘을 얻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 헤밍웨이가 종속절을 피하고 짧은 단문으로 문장을 이어간 것도 이처럼 소설이 더 명료해지고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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