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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통합 갈 길 먼데… 교육·복지 주도권 두고 ‘눈치싸움’ [연중기획 - 국가 대개조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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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23 06:00:00 수정 : 2022-11-24 14: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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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부처 교육·복지 장관 인선 마치고
범정부추진단 준비팀 구성까지 끝내
교육·복지부, 각각 현장의견 청취 나서

통합교육 ‘누리과정’ 도입 이주호 장관
취임사서 “영유아 교육·돌봄 질” 강조
복지부, 여가부 통합돼 업무조정 필요

교육계선 “교육부 중심 통합을” 목소리
연령별 돌봄·교육 이원화 등 의견 분분
소관 부처 일원화 가능할지 관심 쏠려

‘관계 부처와 유보통합추진단 구성·운영, 만 0∼5세 영유아 보육과 교육의 단계적 통합 방안 마련.’

 

지난 5월 발표된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에 들어간 문구 중 하나다. 이후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등장했을 정도로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으로 나뉜 유아 교육·보육 체계 일원화)은 이번 정부가 강조하는 교육정책이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이번에 칼을 뽑은 만큼 어떻게든 결과를 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전 정부도 비슷한 정책을 야심 차게 발표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25일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열린 ‘교육부 중심 유보통합 추진을 위한 학부모 연대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교육부 주도의 유보통합과 영유아 교육 여건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년 묵은 숙원… 넘어야 할 산 많아

 

22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현재 정부의 유아 교육기관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나뉜다. 한국 나이 4세(만 2세)까지는 모두 어린이집에 가지만, 아이가 5세(만 3세)가 되는 순간 부모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란 선택지에서 고민에 빠진다. 두 기관은 소관 부처와 교사 자격, 지원 체계는 물론 원아 모집 방식·시기도 다르다.

 

과거에는 교육부 소관인 유치원은 ‘교육’에, 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은 ‘보육’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2012년 공통 교육과정(누리과정)이 도입돼 교육 틀은 동일해졌다. 다만 교육부 정책은 유치원만 적용되는 등 기관에 따라 교육과 정책 편차가 발생해 공교육 편입 전부터 교육 격차가 생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모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다른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많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두 기관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유보통합을 정책으로 처음 제시한 것은 1995년 김영삼정부의 ‘5·31 교육개혁안’이다. 당시 정부는 만 3∼5세(한국 나이 5∼7세)의 기관을 ‘유아학교’로 통합하려 했으나 보육계 반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이후 정부마다 유보통합을 꺼내 들었으나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갈려 매번 흐지부지됐다. 문재인정부는 아예 유보통합에서 한발 물러나 ‘유보 격차 해소’로 방향을 틀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교사 통합’이다. 현재 어린이집 교사는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자격증을 딸 수 있지만, 유치원 교사는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정교사 자격을 취득해야 하는 등 조건이 더 까다롭다. 유치원 교사들은 대부분 유보통합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어린이집 교사와 동등한 지위가 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현재 유치원 교사는 어린이집 교사보다 급여 수준이 높은데, 유보통합으로 어린이집 교사 급여를 높이려면 연간 수조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육아정책연구소는 교사 처우 격차 해소, 교사 양성 체계 통합, 시설 기준 통합 비용 등을 고려하면 유보통합에 올해 기준 15조2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추진단 주도 부처부터 정해야

 

윤석열정부는 범부처 유보통합추진단(추진단)을 꾸려 30년간 꼬인 실타래를 푼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정권 출범 후 교육부·복지부 모두 장관 인선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지난달 복지부 장관에 이어 이달 초 교육부 장관도 취임해 연내에 본격적인 추진단 준비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 9월 유보통합추진준비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범정부추진단 구성 준비에 돌입했다. 특히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누리과정을 도입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육과정을 통일한 장본인으로, 유보통합 의지가 크다. 그는 취임사에서 “교육이 출발선의 평등과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도록 국가교육책임제를 강화하겠다”며 “관계 부처, 관계 기관과 함께 유보통합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영유아 교육과 돌봄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소관 부처 조정은 넘어야 할 산이다. 유보통합이 될 경우 교육부와 복지부 중 한 곳은 ‘쥐고 있는 것을 놔줘야’ 하는 만큼 두 부처가 서로 추진단을 끌고 갈 주도권을 갖기 위해 ‘눈치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박근혜정부는 두 부처의 갈등을 풀지 못해 국무조정실 주도로 유보통합 추진 기구를 만들었는데, 이 때문에 정책 추진이 힘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두 부처는 각각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유보통합 관련 논의를 시작했지만, 교육부 행사에는 유치원 관계자 위주로, 복지부 행사에는 어린이집 관계자 위주로 참석하는 등 현재 행사는 각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유보통합 논의가 진전되려면 일단 추진단을 주도할 부처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계에선 교육부 주도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9월 육아정책연구소가 개최한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범정부 차원 유보통합추진단 구성,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은 “교육부가 사회부총리 부처로서 사회정책을 통합·조정하는 권한과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미옥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 의장도 “유아가 돌봄에 기반한 양질의 교육을 받기 위해 교육부로의 통합이 필요하다. 이는 선진국의 추진 방향”이라며 “추진단은 지금 즉시 교육부에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최근 여성가족부 기능 대부분을 복지부가 흡수한다는 계획을 밝힌 것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다. 복지부 몸집이 커진 만큼 업무를 조정하는 김에 유아교육 업무는 교육부에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한국 나이 4세까지는 복지부(어린이집)에서 전담하고, 5∼7세는 교육부 소관 ‘유아학교’로 통합하는 식으로 이원화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 경우 보육교사는 4세까지 맡게 하고, 향후 교사 양성 체계를 통합하면 교사 통합 갈등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 관계자는 “유보통합 방식을 놓고 이견이 많은데, 정책을 추진하려면 추진단이 구성되는 것이 급선무”라며 “부처 간 힘겨루기를 할 때가 아니라 어떤 것이 유아·부모를 위한 방안인지 생각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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