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문의 전화 없는 날이 대부분”
“얼마나 아까운지. 하루에 2∼3장만 쓴다니깐.”
지난 21일 오전 9시 예천군의 기온은 영상 6도였다. 이 중 용문면은 산기슭 아래 마을이 있어 체감 온도는 더 낮았다. 50년째 이곳의 작은 마을에 사는 김모(82) 할머니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그마한 방 한 칸, 작은 거실 하나가 딸린 작은 집의 온기를 지켜줄 연탄값이 해마다 올라서다.

실제로 김 할머니의 집에는 냉기가 감돌았다. 연탄에 의지해 숱한 겨울을 보낸 김 할머니지만 올해는 연탄을 더 아끼려고 방에만 가끔 난방을 한다고 했다. 그는 “집 전체를 데우려면 하루 6장 이상의 연탄을 써야 하지만 아껴보려고 내복을 껴입고 있다”면서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내려가 올겨울은 걱정이 유독 크다”고 말했다.
연탄을 때는 저소득층 가구의 겨울나기가 더 혹독해질 전망이다. 기름값 급등으로 연탄 수요는 크게 늘고 있지만 불경기 여파로 온정의 손길은 크게 줄고 있다.
22일 밥상공동체연탄은행에 따르면 경북은 아직도 연탄을 때는 가구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 겨울 연탄 수요 조사 결과 경북은 2만7894가구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이어 강원(1만9124가구), 충북(5893가구) 순이다.
예천연탄은행은 3년 전 대비 연탄 후원이 60%가량 줄었다고 했다. 육상전 예천연탄은행 관계자는 “후원 문의 전화가 하루도 오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다”면서 “연탄을 필요로 하는 가구는 아직 많은데 모두에게 지원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전국 32개 연탄은행에 보관 중인 연탄 수는 3만장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10월 대비 10분의 1로 줄었다. 여기에 더 부담이 되는 건 치솟는 연탄값이다. 연탄을 때는 가구가 겨울을 보내려면 최소 250장 이상의 연탄이 필요하다.
2020년 기준 700원이던 연탄 한 장값은 올해 850∼900원까지 올랐다. 유류비와 인건비, 원재료 등 물가가 다 올라 연탄값도 상승했다. 외진 지역에 연탄을 배달하면 인건비가 더 붙어 한 장당 가격이 1100원까지 뛴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 관계자는 “연탄 가구는 가스와 전기보일러 설비가 부족한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층이 대부분”이라며 “우리보다 낮은 곳에 있는 이웃의 겨울은 길고 추운 만큼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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