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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같은 바다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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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21 23:02:38 수정 : 2022-11-21 23: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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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연

당신에게는 백 년 동안 술에 취해 살다간 한량의 유전자가 흐르고

나에게는 극지를 유랑하며 살다 간 무사의 유전자가 흐른다

 

당신은 서해의 개펄에 나가 하루치 식량이나 캐며 살자고 하지만

나는 동해의 해풍에 두통이나 말리며 살고 싶다

 

동해와 서해는 다른 바다일까

 

해가 지고 또 지는 서해는 사람을 살리는 바다라고 하고

단호하게 파도치는 동해는 냉정해서 싫다는 주장이 있다

 

당신은 육산에서 태어나 고기잡이를 좋아하지만

나는 악산에서 태어나 은산 철벽을 좋아한다

 

바다는 바다이고 산은 산이기만 한 걸까

당신은 당신에게로 나는 나에게로 돌아가는 중일까

 

물 때 달력이 한 장 남은 서해 바닷가 야외식탁

 

노을과 바다는 한통속으로 붉어지고

서로 다른 주장의 연속 듣기는 재생된다

같은 생각, 같은 취미, 같은 지향점을 가진 부부는 참으로 드뭅니다.

저는 여행을 참 좋아합니다. 특히 오지 여행을 좋아하죠.

그이는 오지 여행은커녕 일일 여행도 싫어합니다.

집 밖에서 잠자는 것을 극히 싫어해서 신혼여행 이후 함께 여행 간 적이 없습니다.

서해 바닷가에서 태어난 그이는 서해를 좋아하고

전 서해 바닷가에서 태어났지만, 동해를 좋아합니다.

물 때 달력이 한 장 남은 황혼녘 오늘,

당신이 좋아하는 서해 바닷가에 앉아 노을을 바라봅니다.

노을과 바다가 한통속으로 붉어지듯이

우린 저 노을과 바다처럼 한통속으로 살려고 노력했는지 생각해봅니다.

지금도 당신은 당신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칩니다.

과연 우리에게 같은 바다는 없을까요?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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