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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스럽다" vs "잘했다"… 200일 만에 기로에 선 도어스테핑 [이슈+]

, 이슈팀

입력 : 2022-11-21 15:00:00 수정 : 2022-11-21 16: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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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MBC 기자와 갈등 후 도어스테핑 중단
대변인실 “불미스러운 사태 재발방지 없이 못 해”
민주당 “권위주의 좀스러운 반응…오만·불통·옹졸”
정무적 도움 안된단 분석도…홍준표 “잘한 결정”

대통령실 비서관과 MBC 출입기자와의 설전의 여파로 윤석열 정부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이 잠정 중단됐다. 첫 도어스테핑 이후 200여일 동안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잠정 중단된 적은 있었지만 언론과의 갈등으로 인해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21일부로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실은 그 이유로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됐다. 그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불미스러운 사태는 지난 18일 도어스테핑에 있었던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과 MBC 출입기자 간 충돌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윤 대통령은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와 관련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고, MBC 기자는 집무실로 이동하는 윤 대통령을 향해 “뭐가 악의적인가”라고 물었다. 그 직후 이 비서관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섞인 언쟁을 벌였다.

 

◆점점 짧아지고 축소되어 온 도어스테핑…재개 불투명?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며 언론과 격의 없는 소통을 강조했고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도어스테핑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도어스테핑에서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말들이 논란이 되고 이로 인해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도어스테핑은 점차 짧아지거나 빈도수도 적어졌다. 지난 7월에는 대통령실 출입기자 11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대통령실은 청사 내 방역 수준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출근길 문답을 잠정 중단했다.

 

도어스테핑이 재개된 이후에도 질의·응답 수가 2∼3개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민감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18일에는 취재진이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관련, 윤석열 정부의 공정이 무너졌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있는데 ‘부실 인사’ 전반을 짚어볼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다른 말씀 또 없느냐”며 답하지 않았다. 이어 ‘채용 이야기는 안 하는 것이냐’는 연이은 질문에 자리를 떴다.

 

윤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에게 이른바 “(당 대표) 내부총질” 문자가 공개된 후 이후에는 휴가 등을 이유로 12일간 도어스테핑이 중단하면서 대통령이 민감한 시기에는 의도적으로 도어스테핑을 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도어스테핑이 축소되거나 코로나19나, 외부일정 등으로 중단된 적은 있지만 언론과의 갈등으로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 대통령과 언론은 지난 미국 순방에서 논란이 됐던 비속어 발언 이후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했다. 특히 이를 처음으로 보도한 MBC를 이번 동남아 순방 당시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를 내리면서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이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은 해당 조치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현하는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MBC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통령실과 출입기자단 사이 여진이 이어진다면 도어스테핑이 재게 여부도 불투명하다.

 

◆野 “좀스러운 대응” 與 일각 “도어스테핑 중단 잘한 결정” 

 

이런 결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참 권위적인 발상이고 좀스러운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불편한 질문을 거부하는 것은 닫힌 불통”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과의 벽을 허물고 야당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설치한 것은 언론용 가림 벽이 아닌 국민을 향한 오만의 벽, 불통의 벽, 옹졸의 벽”이라며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형편없는 언론관으로 유명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영원히 소통하지 않겠다는 엄포는 기가 찰 노릇”이라며 “언론과 국민 사이에 벽을 세우려 한다면 대통령은 국민 불신이라는 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여당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MBC에 돌리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은 MBC가 초래한 것”이라며 “MBC는 공영방송이지만 지금까지 일련의 모든 논란에도 사과 한마디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9월 윤 대통령의 뉴욕 방문 당시 불거진 MBC의 자막 보도 논란에서부터 최근 대통령실 참모와 공개 설전을 벌인 MBC 기자의 언행 등을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기주 MBC 기자(오른쪽)와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이 끝난 후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1

한편 여당 일각에서는 도어스테핑 중단한 것 자체를 잘한 결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그동안 도어스테핑 자체가 지지율 하락 요인이라는 분석과 함께 정무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SNS에 “때늦은 감은 있지만 참 잘한 결정”이라며 “대통령의 국정 능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파이널 디시전(최종 결정)을 하는 대통령이 매일같이 결론을 미리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못했지요”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홍 시장은 “국민과 가까워지려는 대통령의 뜻은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마음 졸이며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대통령의 말씀은 태산같이 무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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