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대통령실은 시장 뒷골목이 아냐… 예의부터 배울 필요가 있겠다”

돌아선 윤석열 대통령 뒤에 ‘MBC가 무엇을 악의적으로 했느냐’고 질문한 데 이어 현장에서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과도 설전을 벌인 MBC의 대통령실 출입기자를 겨냥, 기자 출신 국민의힘 의원들이 21일 일제히 ‘예의’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강하게 비판했다.
중앙일보 전문기자 출신인 김행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MBC 기자와 이 비서관 사이에 있었던 설전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진행자의 질문을 받고 “이게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청와대 출입기자는 그 언론사의 1호 기자”라고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은 가장 실력 있고 예의범절을 갖춘 기자가 ‘1호 기자’가 된다면서, “사회부 기자나 검찰 기자처럼 범죄를 취재하는 기자들, 범죄자를 보도하는 기자들과 상당히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1호 기자는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하시는 경우에는 예의범절을 갖추는 것을 가르쳐 내보낸다”고 덧붙였다.
앞서 동남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온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출근길 문답을 마친 후 돌아서자 대통령실 입구 한쪽에서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라는 질문이 나왔다. 해당 질문을 한 기자는 MBC 소속이며, 질문과 별도로 슬리퍼를 신은 채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추가로 논란이 일었다.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김종혁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너무 무례한 것 아닌가”, “대통령이 아니라 남대문 지게꾼과 만나도 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는 없다”, “팔짱 끼고 슬리퍼 신고 회견장에 서 있는 모습은 기자라기보다 주총장을 망가뜨릴 기회를 찾는 총회꾼 같아서 씁쓸하다” 등 글을 적었다. 그러면서 “언론의 자유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하지만 언론의 책임과 기자이기 전에 인간으로서의 예의도 한 번 생각해 보시길”이라며 “기자는 깡패가 아니어야 하지 않나”고 되물었다.
김 비대위원도 라디오에서 “제가 대변인 시절에도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이 인터뷰를 하시는 경우에는 모든 출입기자들이 넥타이도 갖추고 제대로 정자세로 대통령의 인터뷰를 들었다”며 “그 대통령은 기자분들을 전부 다 양복입고 정식으로 의관을 갖추고 대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계속해서 “대통령 등 뒤에 대고 대통령 인터뷰 끝나고 대통령 등 뒤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기자, 이거는 상상할 수 없는 대통령실의 풍경”이라며 “이것이 앞으로 대통령실과 언론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게 된다면 제일 큰 피해는 국민이 입고, MBC를 뺀 다른 언론사의 수습기자들도 상당한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서 해당 문제를 삼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도 언급했다.
경향신문 기자 출신인 같은 당 이용호 의원도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서 “대통령실은 시장 뒷골목이 아니다”라고 MBC 기자를 비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실은) 대통령뿐 아니라 외빈들의 출입이 잦은 곳”이라며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인지 모르지만, 기자이기 이전에 예의부터 배울 필요가 있겠다”고 날을 세웠다. 나아가 “언론의 자유가 기자에게 무례할 자유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고 보니 전용기에 안 태우길 잘한 것 같다. 전용기에서는 내의만 입고 돌아다녔을지 누가 알겠는가”고 꼬집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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