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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주일여 기자가 겪은 이집트는 말 그대로 ‘놀라운 나라’였다. 물론 피라미드나 스핑크스에 놀란 건 아니고.

“그러다 당신도 진짜 감옥에 갈 수 있어요.” 이는 이집트 기후변화를 취재하기 위해 카이로 국제공항에 막 내려 이동하던 중 현지 가이드 무함마드 콜로시(34)에게 “차로 타흐리르 광장 근처를 지나가 주면 사진이라도 찍을 수 없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었다. 애초 타흐리르 광장에서 잠깐이라도 취재할 수 있는지 확인했더니 “많은 경찰이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며 만류하길래 다시 한 번 던져본 제안이었는데 꽤 겁나는 답을 들어버린 것이었다. 타흐리르 광장은 이집트에서 ‘민주화 성지’라 불리는 곳이다.

김승환 환경팀 기자
 

보름여 전부터 트위터를 통해 카이로 시내서 정부의 인권탄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릴 것이란 소문이 확산한 터였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열리고 있는 이집트 홍해의 휴양도시 샤름엘셰이크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찾기로 한 11일이 그 시위 예정일이었다.

그러나 그날 시위는 없었다. 시위를 독려했던 그 많은 트윗이 ‘헛소리’였을까, 아니면 타흐리르 광장에 배치한 수많은 경찰이 ‘제 역할’을 해낸 걸까.

무함마드는 “정부가 시위를 막으려고 어제부터 사람이 모이는 공장 문도 계속 닫도록 하고 있다”고도 했다. 있을지도 모를 시위 때문에 멀쩡한 공장 문까지 닫아버리는 이집트 정부에 꽤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사실 이집트 정부에 놀란 건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무함마드와 옥신각신하기 보름여 전, 이집트 출장 준비가 한창이던 때 이집트 환경부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COP27 주최 측을 통해 환경부에 전달한 질문지에 대한 회신이 무려 열흘 만에 도착한 것이었다. 이집트 정부가 지중해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벌이고 있는 적응 사업에 대한 내용이었다.

기자가 보낸 첫 질문은 이랬다. ‘이집트 정부가 현재 수행 중인 저지대 해안도시 보호사업을 직접 취재하고 싶은데 그 위치가 어떻게 됩니까?’ 거기에 이집트 환경부가 답한 내용은 이게 전부였다. ‘그런 여정을 진행하려면 수자원부(Ministry of Water Resources)와 국가안보부(National Security)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수자원부야 그럴 수 있다고 치는데 국가안보부 허가는 왜 필요하단 걸까. 국제 앰네스티의 평가를 빌려보면, 이집트 국가안보부는 테러와 정치적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으로 불법 소환과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대우, 처벌에 가까운 강압적 심문, 인권운동가와 정치활동에 대한 과도한 감시를 일삼고 있다고 한다. 기후 적응 사업을 취재하는 데 이런 정보기관 허가까지 받아야 한다니.

그러나 가장 놀라운 건 따로 있다. 이렇게 인권·정의가 억압받는 나라에서 최근 2주 가까이 전 세계 190여개 국가 대표단과 주요국 정상이 모여 COP27을 열고 기후변화에 따른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 보상 문제, 즉 ‘기후 정의’를 최초로 정식 의제로 다뤘다는 것. 그리고 이 정의에 대한 논의를 주도한 게 바로 의장국인 이집트 정부였다는 사실 말이다.

이제 어느 유명 케이블채널의 익숙한 구호를 빌려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말 놀라움엔 끝이 없다.’


김승환 환경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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