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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지 마요" 호소에도 비집고 타… 출근길 ‘지옥철’ 된 1호선

입력 : 2022-11-08 06:00:00 수정 : 2022-11-08 05: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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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호 탈선사고 여파
출근길 ‘지옥철’ 된 1호선

6일 사고 복구 늦어져 운행 차질
구로·개봉·신도림역 등 대혼잡

경찰·소방관 “다음 차 타라” 해도
‘안전불감’ 일부 시민 몸 욱여넣어
통제 힘들어 역마다 3∼5분 정차
전장연 시위로 4·5·8호선도 지연

“출근길 지하철을 ‘지옥철’(지옥+지하철)이라고 부르잖아요. 오늘은 그야말로 지옥이었어요.”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한 여파로 7일 지하철 1호선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되거나 연착됐다. 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 탑승시위를 재개하면서 4·5·8호선 운행도 지연돼 월요일 아침부터 서울 곳곳에서 출근길 대란이 벌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를 떠올리며 ‘압사’의 공포에 떨었다고 전했다.

불안 속 열차 탑승 7일 서울 지하철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전날 영등포역 인근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날까지 수도권 지하철은 물론 KTX, 일반 열차 등 228대가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뉴스1

이날 오전 인천에서 서울로 출근하기 위해 평소와 같이 1호선 용산급행열차에 몸을 실었던 송대한(30)씨는 “급행 마지막 정거장이었던 구로역에 다들 내렸는데, 제일 뒤쪽에 끼여 있던 여성분은 사람들이 다 내린 후에도 숨을 가쁘게 쉬면서 비틀거렸다”며 “멀리선 헛구역질하는 소리가 들렸고, 한 어르신은 내리려다 다리에 힘이 풀려 의자에 주저앉았다”고 전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이날 오전 8시13분부터 오전 9시까지 1호선 개봉역과 구로역, 신도림역에서 경찰과 소방에 총 12건의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8시52분 영등포역 인근에서 무궁화호 탈선 사고가 발생한 뒤 이날 오전까지 복구가 마무리되지 않아 1호선 부평역∼신도림역 일대가 극심한 혼잡을 빚은 탓이다. 또 1호선 경인선 급행열차의 구로역∼용산역 구간 운행이 중지돼 완행열차로 갈아타려는 시민들이 구로역에 몰리기도 했다.

 

신고자들은 “열차가 꽉 차 숨을 못 쉬겠다”, “사고가 날 것 같다”, “혼잡이 너무 심해 통제가 필요해 보인다” 등의 민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출근길 1호선 열차를 탑승한 시민들 중 일부는 156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밀집’의 위험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에 경찰과 소방관이 출동해 “너무 복잡하니 타지 말고, 다음 열차를 타달라”고 외쳤지만, 일부 시민들은 틈을 비집고 몸을 밀어 넣었다. 무리하게 승차하려는 시민들이 잇따르면서 열차가 각 역에 도착할 때마다 3~5분 정차해야만 했다. 이날 시민들은 평소보다 최소 30분∼1시간 출근길이 길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 관계자들이 선로 복구 및 사고 수습을 하는 모습. 남정탁 기자,

동인천역에서 출발한 송씨는 “열차에 있는 사람들이 ‘밀지 마세요’, ‘너무 아파요’, ‘숨 쉬기 힘들어요’, ‘제발 다음 거 타주세요’라며 고통을 호소했고, 지하철 방송에서도 ‘위험하니 무리한 탑승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계속 사람들이 밀고 들어왔다”며 “부평역부터는 정차역마다 그렇게 고성이 오고 갔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8시쯤 1호선 주안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한 유재은(31)씨도 “신도림에서 내렸을 때 ‘살았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라며 “개봉역에서 신도림역까지 밀치는 행위가 계속되다 보니 이태원 참사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과 소방관은 역사 내에서만 안내를 하다 보니 정작 지하철 안에서는 큰 소용이 없었다. ‘이러다 또 사고가 나겠다’ 싶었다”고 전했다. 부천역에서 구로역까지 1호선을 이용한 송나훈(36)씨는 “오늘 오전 6시쯤 출근을 했는데, 역내에서도 별다른 안내가 없었다”고 했다.

 

전장연도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면서 이날 지하철 탑승시위를 재개했다. 이들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촉구하며 오전 7시30분쯤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 집결한 뒤 두 무리로 나뉘어 9호선 국회의사당역과 8호선 강동구청역으로 이동했다. 시위로 4·5·8호선 열차 운행이 각각 10∼40분 지연됐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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