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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에 집착한 인류… 다시 자연과 공생하라

입력 : 2022-11-05 01:00:00 수정 : 2022-11-04 18: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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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결합… 진보의 시대 열지만
공공의 이익보다 개인의 풍요만 누려
인간의 끝없는 탐욕은 파멸로 이끌어
‘지구상 여섯 번째 대멸종’ 눈앞 경고

우리 몸은 자연과 하나라는 점 강조
‘생태자본·환경책임주의’로 전환 촉구

회복력 시대/제러미 리프킨/안진환 옮김/민음사/2만6000원

 

“사람은 모두 자신이 장악할 수 있는 어떤 자본이든 가장 유리하게 이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가 염두에 두는 것은 사실 그 자신의 이익이지, 사회의 이익이 아니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실제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하려고 할 때보다 종종 더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한다.”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의 기본 개념을 확립한 1776년 ‘국부론’에서 ‘더 효과적으로’라는 표현으로 ‘효율성’을 강조했고, 이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추구하는 핵심 목표가 됐다. 7500만명에서 최대 2억명 이상이 숨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14, 15세기 흑사병을 거친 뒤 ‘효율성’과 ‘질보다는 양’을 중시하는 세계관에 뿌리를 둔 서구 사회는 화석 연료를 이용해 400여년간 발전을 향해 폭주 기관차처럼 질주해왔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효율성만 추구하던 진보의 시대는 끝났다며 ‘회복력 시대’로 나아가자고 제안한다. 회복력 시대의 서사는 적응성과 공감, 생명애 서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진은 코로나 팬데믹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구 사회의 효율성 서사는 르네 데카르트와 존 로크, 아이작 뉴턴, 애덤 스미스 등 과학계와 경제계가 주로 제공했다. 데카르트는 수학으로 무장한 인간의 사고가 예측 가능하고 스스로 영속하는 기계적 유사체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었고,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바탕으로 질서 정연한 우주를 상정하고 예측 불가능성의 여지를 없앴다. 로크는 사유재산권이 빼앗을 수 없는 자연권이라고 선언했다. 그리하여 1794년 프랑스혁명의 암흑기에 니콜라 드 콩도르세는 단두대에 끌려가기를 기다리면서도 ‘진보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역사적으로 18, 19세기 증기 동력과 전신, 인쇄, 철도의 등장을 바탕으로 전개된 제1차 산업혁명으로 도시의 부상, 자본주의 정착, 민족국가 형성이 이뤄졌고, 20세기 전기와 전력, 라디오와 텔레비전, 석유, 해양과 항공 수단이 발달하면서 이뤄진 제2차 산업혁명으로 교외 거주지, 세계화, 글로벌 거버넌스 정착이 이뤄졌다.

자본주의 시장을 핵심으로 근대 과학과 새로운 기술이 결합해 진보의 시대가 이어졌다. 그리하여 산업혁명이 시작될 때 인간은 약 7억명이었지만, 2000년엔 60억명을 훌쩍 넘어섰다. 진보의 시대는 중세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을 현대 과학과 기술, 자본주의 시장의 삼위일체로 대체했고, 그 중심에 효율성이 시대 서사로 자리 잡았다. 아울러 국민국가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대의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파시즘, 공산주의 등 이데올로기적 정체성 서사로 확장했다. 효율성과 이데올로기적 정체성 서사는 인류의 세 번째 주요 서사였다.

20만년 전에 지구에 나타난 호모 사피엔스는 앞서 10만년 단위의 빙하기와 1만~1만5000년 사이의 간빙기를 견디며 생존해 왔다. 주로 20~100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무리와 친족을 중심으로 수렵 채집 생활을 했고, 혈연과 조상 숭배적 세계관과 정령 숭배 서사가 중심을 이뤘다. 애착과 공감은 강했지만 주로 무리와 친족에 한정됐다. 인류의 첫 번째 서사였다.

1만년쯤 마지막 빙하기가 물러가고 온대 기후가 시작되자, 호모 사피엔스는 농경 정주 생활로 전환했고, 5000년 전부터 농경 문명과 국가를 형성했다. 농경 사회와 종교 체제가 결합해 중세로 이어져 왔다. 이때는 종교 신학적 세계관과 종교적 구원 서사가 중심을 이뤘다.

하지만 인류는 진보의 시대 효율성 서사를 바탕으로 여러 방면에서 엄청난 성과를 이뤄냈지만,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경제·사회 사상가인 저자는 이달 주요 국가에서 동시 출간된 신작에서 산업 발전을 이끈 효율성의 원칙이 인간을 지구의 지배적인 종으로 두었지만 오히려 ‘회복력’을 상실해 멸종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센트럴밸리. 아몬드 시장을 장악 중인 기업들은 이곳이 아몬드 재배의 최적지라고 판단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 세계 아몬드 생산량의 80% 이상을 집중시켰다. 아몬드나무는 물을 탐욕스럽게 소비하는데, 보통 아몬드 한 알을 생산하는 데 무려 4L 가까운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에 해마다 캘리포니아 농업용수 중 거의 10%가 센트럴밸리 아몬드나무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 소비되고 있는데, 최근 기후온난화 영향으로 가뭄에 시달리면서 ‘회복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판명됐다.

이처럼 효율성의 원칙은 회복력보다는 경제적 효율성, 중산층 육성보다는 재정적 이익을, 공공의 이익보다 개인의 풍요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만들었다. 나아가 공정과 성평등, 자연에 대한 인류의 책임 등 근본적 문제를 회피하는 편리한 도구가 돼왔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근본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해 바이러스가 계속 출현하고, 기후가 따뜻해지고 있으며, 지구는 야생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가 우리를 지구상의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이끌고 있다는 경고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주변에서 일어나는 대혼란에 대책이 없다.

제러미 리프킨/안진환 옮김/민음사/2만6000원

저자는 효율성만 추구하던 진보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며 3차 산업혁명이 한창인 상황에서 새 패러다임으로 ‘회복력 시대’로 나아가자고 제안한다. 진보의 시대가 효율성에 발맞춰 진행했다면, 회복력의 시대에는 적응성에 중점을 둔다고 설명한다. 즉, 효율성에서 적응성으로 이행은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금융자본에서 생태자본으로, 소비자주권주의에서 환경책임주의로, 세계화에서 세방화(세계화와 지방화 동시 진행)로, 대의 민주주의에서 생태 지역 거버넌스로 전환하도록 한다.

그러면서 효율성과 이데올로기적 정체성 서사는 적응성과 공감, 생명애 서사로 대체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류는 자연과 분리돼 있는 게 아니라 불가분할 뿐만 아니라 긴밀하고, 심지어 지구와 한 몸처럼 존재한다. 왜냐하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조직과 기관, 세포와 원자, 바이러스는 일생 끊임없이 교체되면서 지구 및 자연과 교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에 놓여 있는 거대한 투쟁에 새로운 자세로 나서기 위해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장도에 올라야 한다. 생명의 숨결을 되살리기 위한 전투태세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지구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다.”(362쪽)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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