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장기 집권 위해 대만 포기 안 하는 시진핑… 미국과 마찰 불가피 [특파원+]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특파원+

입력 : 2022-10-24 16:32:32 수정 : 2022-10-24 17:09:2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대만 포위 군사훈련 주도 동부전구사령관 군사위 부주석 승진
왕이 외교 수장으로, 전랑 외교 주미대사는 외교부장 물망
중국식 현대화로 개발도상국 포섭… 미국과 체제 경쟁 나설 듯

“우리는 평화통일 노력을 견지하지만 무력사용 포기를 결코 약속하지 않을 것이고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질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 연설에서부터 대만에 대한 강력한 통일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임 정치국 상무위 기자회견에 참석해 상무위원들을 소개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동맹국과 함께 압박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에 대해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국제 사회에서 미국에 결코 물러서지 않고 공격적인 외교정책 펼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새로운 발전 모델로 ‘중국식 현대화‘를 주창해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미국과 체제 대립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 주석 3연임 확정 후 첫 해외 일정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갖고 긴장을 완화는 분위기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24일 대만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대만군은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23일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 9대와 군함 3척을 대만 주변 공역 및 해역에서 탐지해 즉각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경고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가동했다. 중국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8월 2∼3일) 이후 대만 섬을 포위하는 대규모 실사격 훈련을 한 데 이어, 군용기를 연일 대만해협 중간선 등에 진입시며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대만에 대한 고강도 무력시위를 계획한 중국 동부전구사령관 허웨이둥(何衛東)은 당대회와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거쳐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제2부주석으로 올라섰다. 중앙군사위 제1부주석이 된 장유샤(張又俠)는 시 주석의 군부 최측근이자 의형제로 알려진 사이다.

 

싱가포르국립대 리난 방문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허웨이둥이 부주석으로 승진한 주요 이유는 대만을 상대하기 위함”이라며 “푸젠성은 언제나 대만 정복을 위한 최전선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제2부주석이 된 허웨이둥(왼쪽), 중앙군사위원회 제1부주석이 된 장유샤.

중국이 미국과 마찰을 감내하고 대만에 대한 통일을 강조하는 것은 시주석의 장기 집권과 관련 있다.

 

3연임을 확정한 시 주석은 당대회 등을 통해 최고지도부에 측근들을 배치해 장기 집권을 위한 여건을 마련했다. 하지만 신중국 건국의 주역인 마오쩌둥(毛澤東), 개혁개방으로 중국을 부강하게 한 덩샤오핑(鄧小平)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가시적 업적이 필요하다. 결국 장기 집권의 명분을 쌓기 위해 시 주석은 향후 5년의 임기 동안 대만 통일을 완수해야 하는 것이다.

 

시 주석의 의지는 중국 공산당의 ‘헌법’인 당장(黨章·당헌)에도 반영됐다. 당 대회에서 당장 개정안에 ‘대만 독립을 단호히 반대하고 억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처음으로 명기됐다. 종전 당장에는 ‘조국통일 대업 완성’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었다.

 

외교적으로는 핵심 이익인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기 위해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 노선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AP뉴시스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양제츠(楊潔?)를 대신해 중국 외교 수장 역할을 하는 중앙정치국 위원을 담당한다. 왕이는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중국 통일의 위대한 사업을 저지하는 어떠한 시도도 반드시 역사의 수레바퀴에 의해 부숴질 것”이라고 미국 등을 강력히 견제했다.

 

공석이 된 외교부장 자리엔 중앙위원회에 새롭게 진입한 주미 중국대사 친강(秦剛)이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친강 대사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상징이다.

 

더구나 중국이 무역, 기술 경쟁을 넘어 체제 대결 구도로 미국과 대립에 나설 것으로 보여 한국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하는 국가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 주석은 당대회 개막 연설에서 “중국식 현대화는 중국특색사회주의를 견지하며 만인의 공동번영을 실현해 새로운 형태의 인류 문명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가 가능한 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 등 서방에 대해 중국은 공산당 일당 체제에서 경제발전을 한 자국 상황을 개발도상국 등이 모델로 삼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경제력에 기반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정치, 이념 분야인 중국식 현대화로 확장한 셈이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미·중간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11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간 회담이 열리면 표면적으로는 대화 모드로 이동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도 현안에 대한 접점을 찾기 어렵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국익을 주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체제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권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