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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삵·수달·담비… 멸종위기종이 로드킬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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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20 19:05:40 수정 : 2022-10-21 14: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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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로드킬’ 3년간 1129마리
삵 666마리 최다… 수달 268마리
국제 위기종 남생이·두루미 등도

매년 야생동물 1만5000마리 로드킬
‘방지책’ 생태통로 주변서도 사고 발생
이은주 “환경부로 감독기관 일원화해야”

지난 3년간 동물 찻길 사고(로드킬)로 목숨을 잃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1100여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며 관심을 요구하는 동물 5종도 포함돼 있다. 

 

멸종위기종 2급 담비. 나무를 잘 타고 빠르며, 2~3마리씩 무리 지어 먹이활동을 하는 족제비과 포유류다. 지난 2019년부터 34마리가 로드킬로 죽었다. 국립생태원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국립생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3년간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23종 총 1129마리가 로드킬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멸종위기 2급인 삵이 666마리로 가장 많았고, 멸종위기 1급인 수달 268마리도 로드킬로 희생됐다. 멸종위기 2급인 수리부엉이는 71마리, 멸종위기 2급인 담비는 34마리가 로드킬을 당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공표한 남생이, 두루미, 노랑부리백로, 산양, 붉은해오라기도 각각 1마리 이상씩 자동차에 치여 죽었다. 

 

정부가 전국 도로에 야생동물 이동로인 생태통로와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로드킬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큰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2020년 한 해를 제외하고 최근 5년간 로드킬로 숨진 야생동물은 매년 1만5000∼1만7000마리 수준이었다. 2017년에 1만7105마리, 2018년에 1만6812마리, 2019년에 1만5654마리, 2020년에 1만562마리, 2021년에 1만7444마리의 야생동물이 로드킬을 당했다. 

 

멸종위기종 1급 수달. 물고기를 사냥하며 물가의 바위 구멍 또는 나무뿌리 밑의 틈새 공간에서 생활한다. 지난 2019년부터 3년간 268마리가 로드킬 당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2급 남생이. 세계자연보전연맹이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공표했다. 하천, 호수, 저수지, 연못 등에 사는 토종 담수거북이로 수초를 먹거나 곤충류, 다슬기, 우렁이 등을 잡아먹는다. 지난 2019년 1마리가 로드킬 당했다. 국립생태원

‘로드킬 방지책’ 중 하나인 생태통로 인근에서도 로드킬 사고는 일어나고 있다. 생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국 55개 법정 생태통로 반경 1㎞에서 총 120건의 로드킬이 발생했다. 생태원이 2019년 49개 법정 생태통로를 평가한 연구에서도 단 10개만 양호 판정을 받았다. 자연환경보전법에 의해 설치하는 법정 생태통로는 환경부 장관에게 최종 관리 책임이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최근 5년간 환경부 장관이 개선조치를 요청한 생태통로 현황은 없다”며 생태통로 관리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생태통로 485개까지 고려하면, 생태통로 인근 로드킬 사고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영향평가 통과를 위해 건설업체에서 설치하는 일반 생태통로는 법정 생태통로보다 관리 상황이 미흡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관리기관이 국토교통부, 한국도로공사, 각 지자체 등 23개 기관에 분산돼 있어 관리 실태마저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다.

 

멸종위기종 1급 두루미. 세계자연보전연맹이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공표했다. 겨울철새로 논, 율무밭, 옥수수밭, 하천, 갯벌 등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결빙된 저수지, 강의 모래톱 등에서 잠을 잔다. 지난 2019년부터 3년간 7마리가 로드킬 당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1급 노랑부리백로. 세계자연보전연맹이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공표했다. 여름 철새로 갯벌, 간척지, 강 하구 등에서 소형 어류와 게, 새우 등의 갑각류, 갯지렁이 등을 잡아먹는다. 지난 2020년 1마리가 로드킬 당했다. 환경부

실제로 관리기관에 따라 생태통로 관리 수준은 천차만별인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는 생태통로 55개에 센서 카메라를 설치해 야생동물의 이용 현황을 파악하고, 야생동물을 유도하는 나무를 심는 등 사후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생태통로 222곳 중 모니터링 시설이 설치된 곳은 29곳인 13%에 그치고, 최근 5년간 유지관리·보수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생태통로의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선 전국 540개 생태통로의 관리 상태를 종합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태원 관계자는 “생태통로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안 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개선조치를 요청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멸종위기종 2급 삵. 한반도 야생에 남아있는 유일한 고양이과 동물로, 육상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다. 지난 2019년부터 3년간 666마리가 로드킬 당했다. 국립생태원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정부에서 대책을 세우긴 했지만, 도로 위 야생동물들의 죽음을 막는데 부족함이 많다”며 “생태통로 관리 주체가 분산돼 있어 관리·감독이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생태통로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감독기관을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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