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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 부는 ‘비난의 태풍’서 살아남기 [더 나은 세계,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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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17 10:00:00 수정 : 2023-08-17 16: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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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 11’호의 우주 비행사 버즈 올드린이 달에 남긴 발자국. 출처=미국항공우주국

 

지난 8월30일 별세한 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 전 소련 대통령과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 11’호의 우주 비행사 버즈 올드린(Buzz Aldrin)은 두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인류 역사를 바꾼 인물’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이 사실을 부인할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다른 국적과 환경, 직업을 가진 이 두사람이 가진 또 하나의 공통점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의외로 재밌는 곳에서 발견되는데, 바로 프랑스의 명품 패션 브랜드인 루이뷔통의 ‘코어 밸류 캠페인(Core Value Campaign)’ 광고 시리즈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루이뷔통의 ‘A journey brings us face to face with ourselves’(여행은 우리를 우리 자신과 마주하게 한다) 광고편에 출연했고, 올드린은 ‘Some journeys change mankind forever’(어떤 여행은 인류를 영원히 변화시킨다)편에 등장했다. 루이뷔통은 이들이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연 장본인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특별한 가치를 부여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1985년 당시 소련 최고의 권력자 자리인 공산당 서기장에 선출됐지만, 그는 이 거대하고 절대적인 자리에 만족하지 않았다. 소련이 가진 문제점, 그리고 전 세계가 핵 위협으로 전쟁 일촉즉발 시기라는 시대적 도전을 직시했다. 그래서 당시로는 상상하기 힘든 정책을 펼쳤는데,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로 불린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이들 정책을 통해 냉전 시대를 종식시켰고, 독일 베를린 장벽 역시 결국 허물게 했다. 역사의 한장을 새로 시작하는 실마리를 제공한 셈이다. 그러나 그는 곧 자국에서는 맹비난의 대상이 됐다. 개방정책으로 가는 과정에서 물가가 폭등했고, 국제사회에서 소련의 영향력은 크게 약화한 탓이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결국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될 때 권력에서 함께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그의 위대한 결단이 가져온 평화와 리더십에 깊은 존경을 표하며 노벨평화상을 수여했다.

 

올드린은 아폴로 11호의 또 다른 우주 비행사이자,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에게 가려져 ‘만년 2인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특히 암스트롱은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자국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는 문구 덕분에 달 착륙 성공의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그의 몫이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가 공개한 몇몇 사진으로 인류의 달 착륙은 날조되었다는 음모론이 불거졌고, 특히 미국의 작가 윌리엄 찰스 케이싱은 74년 ‘우리는 달에 가지 않았다’(We Never Went to the Moon)‘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수많은 음모론자와 유명 인사들이 동조하자 아폴로 11호 우주 비행사들은 끝없는 비난과 음모론의 대상이 돼 괴롭힘을 당했다.

 

물론 과학계에서는 이들 음모론자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만큼 이들의 달 착륙은 과학적으로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있었고, 오히려 이런 사실이 날조됐다면 나사가 논란의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었다.

 

암스트롱은 이런 논란을 피해 대학교수로 여생을 조용히 살아가면서 사실상 ‘잠행’을 이어갔다. 하지만 올드린은 음모론자의 논리를 적극 반박하고, 달  착륙 사실을 공개 강연과 세미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끊임없이 대내외에 알렸다. 그는 잘못된 비난을 극복하고 새로운 문을 열겠다는 개척자 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미국에서는 올드린을 암스트롱 못지않은 위대한 우주 비행사로 대우한다. 디즈니와 픽사(PIXAR)가 제작한 메가 히트작이며, 전 세계 최초의 풀 CG(컴퓨터그래픽) 3D(3차원) 애니메이션인 ‘토이 스토리’의 사랑받는 주인공 중 1명인 버즈 라이트가 올드린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개척자들에게 비난과 의구심, 비판, 공격은 언제나 따라다닌다. 새 장을 여는 이들에게 일방적인 지지는 있을 수 없는 탓이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비난의 소재로 삼다 보면 어느새 비판하고자 했던 본질은 사라지고, 덮어놓고 퍼부어대는 악의와 갈등만 남는다.

 

한국은 이런 비난의 목소리가 유독 심한 편이다.

 

영국의 공립 종합대학인 킹스칼리지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1~2를 다투는 갈등지수를 기록한 국가다. 당시 28개국 2만3000여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빈부 격차와 지지 정당, 정치이념 등 12개 갈등 항목을 조사한 결과 7개에서 ‘심각하다’는 답변이 나왔다. 비슷한 조사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을 대상으로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종합해 산출한 갈등지수 결과에서도 한국은 3위에 올랐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한국은 남의 개척정신과 성공 소식에 대한 칭찬이 박한 편이다. 오죽하면 ‘만약 한국에서 누군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으면, 가짜를 수상했다고 비난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스웨덴의 화학자이자 공업 기술자인 알프레드 노벨(Alfred Bernhard Nobel·1833∼1896)의 유언에 따라 1901년부터 수상이 시작된 당시에 경제학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흔히 ‘노벨 경제학상’으로 불리는 이 상은 정확히는 ‘노벨상’(Nobel Prize)이 아닌 ‘알프레드 노벨 기념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Sveriges Riksbank Prize in Economic Sciences in Memory of Alfred Nobel)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통상 노벨상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유엔의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17번 목표인 ‘Revitalize the global partnership for sustainable development·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활성화’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SDGs는 강력한 글로벌 파트너십과 협력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습니다.”

 

특별히 한국은 SDGs 17개 목표를 정하는 유엔 회의의 워킹그룹에 참여하면서 2015년 SDGs 출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더군다나 SDGs 이행을 점검하는 첫번째 고위급 유엔 회의(2016 HLPF)에서 가장 먼저 SDGs 이행 사례를 제출한 국가였다.

 

‘No one left behind’(아무도 소외하지 마라)라는 SDGs의 중요 가치로 봤을 때 소모적인 비난이 한국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하고 있는가 통탄할 일이다. 소위 ‘업계’에서 횡행하는 ‘네 편 내 편’ 가르기가 개척자 정신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아닐지 심히 우려된다.

 

김정훈 UN SDGs 협회 사무대표·유럽기후협약 대사 unsdgs@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 협의 지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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