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민감도 높거나 외상경험 있으면 발병…극심한 스트레스 경험도
극심하고 반복된 ‘공황발작’이 특징…증상 나타나면 즉시 안정 취해야
좋은 예방법은 ‘스트레스 관리’…가벼운 산책‧스트레칭 등 매일 해야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서 ‘공황장애(Panic disorder)’라는 단어를 자주 들을 수 있을 만큼 이 질환은 이제 흔한 질환이 됐다. 공황장애 때문에 TV에서 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하던 유명인이 어느날 갑자기 활동을 중단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됐다.
이는 현대인들 중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 적잖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황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모두 22만1131명이었다. 환자가 하루 평균 600명을 넘는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14만4943명에서 4년 동안 52.6% 늘었다.
그렇다면 공황장애의 원인은 무엇이며, 예방과 치료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공황장애는 갑자기 극도의 두려움이나 불안을 느끼는 불안 장애의 일종이다. 환자들은 심한 불안과 초조감, 죽을 것 같은 공포와 함께 가슴 뜀, 호흡곤란, 흉통이나 가슴 답답함, 어지러움, 손발 저림, 열감 등 다양한 증상을 경험한다.
원인은 다양하다. 유전적, 심리적, 생물학적 요인이 모두 작용해 발병할 수 있다. 특히 불안 민감도가 높거나 성장하며 반복되는 외상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공황장애를 앓을 확률이 높다. 또 대다수의 공황장애 환자들은 발병 전 업무나 대인관계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휴정 교수는 “교감신경계는 우리가 긴장하는 상황에서 활성화되는데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상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이럴 때 긴장하면 나타나는 몸의 반응이 순식간에 극심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 중 하나가 ‘공황발작’”이라고 설명했다.

자주 반복되는 공황발작은 공황장애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이다. 죽을 것 같은 극도의 공포감과 함께 교감신경계 항진으로 인한 자율신경계 증상이 나타난다. 맥박이 빨라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숨을 쉬지 못할 것 같은 느낌, 식은땀, 어지럼증과 같은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난다.
또한 심한 공황발작을 경험한 이후에는 다시 이러한 발작이 나타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거나 불안한 마음이 생기게 된다. 이 ‘예기불안’으로 인해 지하철, 엘리베이터, 비행기나 사람이 많은 쇼핑몰 등 공황발작이 일어날 것 같은 장소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피하게 된다.
갑자기 공황발작이 나타나면 누구나 두려울 수 있다. 다행히 공황발작은 몸 안에서 나타나는 극도의 긴장 증상으로 심장이나 폐의 문제는 아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고통스럽지만, 실제 죽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공황발작이 온다고 해서 그때마다 응급실을 찾는 것은 좋은 대처라고 보기 어렵다.
보통 극심한 공황발작은 20~30분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앉거나 누워서 안정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그대로 견디기가 어렵다면 의사의 처방에 따라 비상시 복용할 수 있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도록 한다.
공황장애 진단을 받게 되면 보통 선택적 세로토닌재흡수차단제(SSRI)처럼 불안, 우울 등의 정서적인 상태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을 조절해주는 약제나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항불안제를 흔히 처방받을 수 있다. 이 외에 환자들의 특성이나 필요에 따라 다른 계열의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공황장애는 보통 한달 이내에 전반적인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증상의 조절과 재발 방지를 위해 통상적으로 6개월 이상 장기간 약물을 유지해야 한다.

허 교수는 “증상이 나타날 때만 즉각적으로 효과가 있는 신경안정제를 골라 복용하는 환자들이 많다”면서 “힘들 때마다 약을 찾으려는 습관이 굳어지면 오히려 약물에 대한 심리적, 신체적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하라”라며 “증상이 호전되면 주치의와 상의해 점진적으로 약을 줄여나가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술과 정신과 약물은 함께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술과 함께 약물을 복용하면 자칫 정신과 약물의 진정 작용이 평소보다 과도해져 크게 넘어지거나 다치는 등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약물치료 외에 인지행동치료도 있다. 환자들이 공황발작과 관련된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인지적, 행동적 전략을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불안과 관련된 부적응적인 생각을 적응적인 생각으로 변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고, 행동적으로는 호흡훈련, 근육이완훈련 등을 통해 불안 관련 신체 증상을 스스로 다뤄나갈 수 있도록 한다. 또 공황발작으로 인해 두려워했던 상황이나 장소에 점진적으로 부딪쳐나가며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
공황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틈틈이 긴장된 몸의 근육을 이환시킬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허 교수는 “매일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 등 선호하는 운동을 하면 부정적인 생각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라며 “평소 명상 등을 통해 현재 내 몸과 마음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차분히 관찰하는 힘을 기르면 훨씬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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