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애·말벌 피해 지속…꿀벌 약화에 2023년 “불안”
화분매개·건강 기여 등 공익적 가치 큰 양봉업
“기후변화 극복 위한 지속적 지원과 관심 필요”
‘전국 곳곳서 꿀벌 실종 사건 발생’
‘텅빈 벌통…꿀벌 80억마리 어디로?’
‘꿀벌 잇단 폐사로 양봉농가 2년 연속 울상’
올해 초 각종 매체에서 심각하게 다뤘던 ‘꿀벌 실종 미스터리’. 잇따른 기상이변과 2년 연속 꿀 흉작, 해충 피해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벌어진 사건으로 농업당국은 잠정 결론내렸다. 사태 직후 맞은 올해 봄·여름 꿀 생산은 어땠을까. 생산량으로만 보자면 올해 꿀농사는 풍년에 가깝다. 하지만 기상 운이 따른 결과일 뿐, 꿀벌 생장에 해를 끼치는 요인은 더욱 심화하고 있어 양봉인들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평년보다 더 생산…올해 꿀농사 ‘풍년’
한국양봉농협에 따르면 올해 아카시아꿀 생산량은 3만3536t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생산량의 2.5배, 역대급 흉작을 기록한 2년 전의 14.4배다. 꿀 생산이 잘 되었던 2019년(5만544t)에 비하면 적지만 양봉업계가 평년작 기준으로 보는 2017년 생산량(2만9163t)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2년간 꿀 농사를 망쳤던 양봉업계는 올해 꿀 생산량 회복으로 한숨을 돌렸다. 지난 겨울 꿀벌이 80억마리 가까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벌꿀이 이렇게 많이 생산됐을까.
2020년엔 이상 저온으로 봄 꽃이 개화하지 못했고, 지난해엔 꽃은 폈으나 비가 너무 자주 와 벌이 활동하지 못했다. 올초 꿀벌 집단 폐사 후 정부와 지자체는 각종 지원에 나섰다. 완전한 회복에는 한참 못미쳤지만 피해 농가에 꿀벌이 다시 보급됐고 봄까지 증식해 봉군이 만들어졌다. 이어 5월초부터 아까시나무 꽃이 개화하기 시작했다.
올해 봄 농업계는 극심한 가뭄으로 비상이었다. 기온이 예년보다 높은 가운데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농작물들이 말라갔다. 하지만 벌들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비오지 않는 봄에, 여름 장마도 길지 않았고 태풍 피해도 거의 없었다. 벌이 활동하기엔 최적의 조건이었고, 그간의 양봉 회복을 위한 각계의 노력도 효험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꿀벌들은 봄부터 여름까지 아카시아꿀, 밤꿀, 다화꿀(잡화꿀) 등을 부지런히 만들었다.
한국양봉농협 관계자는 “전국 평균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 겨울 피해를 덜 본 양봉농가의 경우 역대 최대량을 생산하기도 했다”면서 “만일 지난해 월동벌이 집단 폐사하지 않았다면 꿀이 훨씬 더 많이 생산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 피해 지속…지원과 관심 필요
하지만 오랜 만의 꿀 풍년에도 농가들은 편히 웃을 수만은 없다. 지난해 여름 극심한 피해를 줬던 응애와 말벌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꿀생산이 부진해 벌들의 체력이 약화하면서 응애 피해가 일찍부터 발생했다. 올해는 벌이 튼튼해 여름까지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일부 농가가 늦여름까지 다화꿀, 로열젤리 등을 생산하면서 방제를 늦춰 응애가 확산하면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최용수 국립농업과학원 꿀벌육종환경연구실장은 “올해는 기후 조건이 꿀벌이 생장하기 유리했던 만큼 응애도 번식이 빨랐고 개체수가 많아졌다”면서 “현재 전국적으로 꿀벌 응애 피해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널리 쓰이는 응애 방제약이 내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내성을 일으키지 않는 친환경 방제약을 개발 중이며, 효과를 높이는 방제 방식을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다른 문제도 있다. 지난해 늦가을까지 꿀벌을 위협했던 말벌은 올해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날씨가 추워진 최근까지도 말벌은 활발히 활동하면서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양봉농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 최 연구관은 “한국 토착 말벌은 최근 활동이 거의 포착되지 않지만, 외래종은 최근까지도 계속 출현하고 있어 일부 지역 양봉농가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면서 “이 시기 응애·말벌 피해는 월동벌군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농가들의 걱정이 크다”고 설명했다. 겨울철 봉군이 튼튼히 만들어져야 돌아오는 봄 꿀벌들이 정상적인 채밀활동을 할 수 있다. 월동벌군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지난 겨울과 같은 집단 폐사나 실종 사건이 재발할 수 있는 것이다.
양봉농가들은 해충 피해도 심각하지만 방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해충이 없어도 꿀벌의 생장이 이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박순배 한국양봉협회 경북지회장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응애가 없는데도 벌들이 봉군을 형성하지 못하고 폐사하는 경우가 많이 보고되고 있는데 기후변화 때문인 걸로 추정은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벌이 사라지는 문제는 양봉 농가의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꿀벌은 꿀이나 로얄젤리 등 양봉산물을 생산하는 동시에 열매를 잘 맺도록 하는 화분매개 역할도 한다.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꿀벌이 사라지면 지구가 멸망할 수 있다’는 말은 다소 과장된 전망이지만 꿀벌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양봉업계 관계자들은 올초 꿀벌 실종에 쏠렸던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지원이 반짝 이슈에 그치지 않고 지속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 회장은 “꿀벌은 화분매개체로서 한국 농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며, 벌꿀은 건강에 유익한 천연 당으로 공익적 가치가 매우 높다”며 “하지만 다른 축산업에 비해 영세하고 규모가 작다보니 양봉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제 때 적절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없다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양봉 방식이나 꿀벌 품종을 정부가 나서 시급히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양봉농협의 한 관계자는 “꿀벌의 공익적 가치는 4조원으로 추산할 수 있는데 그에 비해 정책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양봉업의 가치에 걸맞은 정부의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실종 미군 조종사 찾기](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05/128/20260405510426.jpg
)
![[특파원리포트] ‘하나의 중국’과 ‘하나의 한국’](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5/128/20260315510654.jpg
)
![[김정식칼럼] 4高 시대, 완만한 금리 인상이 해법이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14/128/20251214508692.jpg
)
![[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재래식(?) 언론’ 유감](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22/128/20260322510768.jpg
)



![‘파운데이션 장군’ 안 돼… 드라마 외모까지 규제 나선 中 [차이나우]](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04/300/20260404505998.jpg
)



![[포토] 전지현 '반가운 미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06/300/20260406508799.jpg
)
![[포토] 신현빈 '아름다운 미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06/300/20260406508784.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