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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핵 사용의 유혹… “굴욕 피하려 선택할 수도” vs “득보다 실”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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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12 06:00:00 수정 : 2022-10-12 18: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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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출근 시간 우크라 수도 공습 “크름대교 파괴 보복”
서방 전문가들 “패배 가까워지면 핵사용 유혹 높아져”
핵무기 사용은 러에 정치적 재앙…“국제적 왕따 될 것”
러시아도 신중한 접근…위협 높이면서 직접 언급 피해

러시아군의 주요 보급로이자 ‘푸틴의 자존심’인 크름대교가 파괴되자 러시아가 즉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미사일을 날렸다. 러시아는 ‘보복 공격’임을 숨기지 않았다. 보복이 보복을 낳으면서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의 핵무기를 보유한 러시아가 과연 ‘핵버튼’을 누를 것이냐에 전 세계의 우려와 관심이 모인다. 

우크라이나 구조대원들이 10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시내에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당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키이우=AP연합뉴스

◆출근시간 수도에 떨어진 미사일

 

AFP·로이터·AP통신에 따르면 10일 오전 8시 15분쯤(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미사일 공습으로 큰 폭발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서부 르비우와 중부 드니프로, 동남부 자포리자, 북부 수미, 동북부 하르키우 등에도 미사일이 떨어졌다. 출근 시간대 벌어진 이번 공격으로 전국적으로 최소 14명이 숨지고 97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국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오늘 아침 국방부의 조언과 참모장의 계획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에너지·통신 시설 및 군사지휘 시설 등을 고정밀 장거리 무기를 사용해 타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크름대교 폭발은 우크라 특수부대가 배후인 테러 행위“라면서 “우리 영토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된다면 러시아의 대응은 가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습에 앞서 8일 발생한 크름대교 폭발 사고에 대한 보복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푸틴은 이어 우크라이나 측이 크름대교 폭발 사고와 유사한 일을 또 저지르면 더 가혹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를 연결하는 크름대교(케르치해협 대교)에서 일어난 폭발로 인해 불에 탄 연료 저장탱크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케르치=AP뉴시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름반도를 2014년 강제 병합했다. 2018년 5월 개통한 크름대교는 러시아와 크름반도를 육로로 잇는 병합의 상징물이었다. 이때문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발발 후 “크름대교를 공격할 시 수도 키이우를 폭격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날 러시아의 키이우 공격에 우크라이나는 재보복을 예고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례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겁먹지 않을 것이고, 더욱 단결할 것”이라며 “전장에서 러시아 군대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양국을 지지하는 다른 나라들까지 거들면서 전쟁은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서방 진영에서는 즉각 러시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미사일 공격으로 민간인이 숨지고 다쳤으며 군사 용도가 없는 표적이 파괴됐다”며 “러시아가 명분 없는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병력을 철수할 것을 다시 촉구한다”고 말했다.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러시아 공습 현장에서 다친 주민들이 치료받고 있다. 키이우=AP뉴시스

유엔 회원국들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특별총회를 열고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적 병합 시도를 규탄하는 결의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한편, 친러 성향의 벨라루스의 알레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벨라루스 영토에 대한 공격을 단순히 논의하는 게 아니라 계획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합동 기동부대를 구성하겠다”고 공식 발표해 확전 우려를 키웠다.

 

◆“수세 몰려 핵 사용할 수 있지만…득보다 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이번 전쟁은 출구를 찾기 어려운 ‘치킨 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간간이 드러내왔던 러시아가 최근 수세에 몰리면서 실제 핵 위협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 소재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우크라이나인들과 지지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측 미사일 공격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쿠레슈티=AP연합뉴스

자신의 역사적 과업(크름반도 병합)을 위협받게 된 푸틴이 국가적으로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고, 이것이 그를 더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븐 파이퍼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는 10일 ‘핵과학자회보’ 기고에서 “러시아의 핵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러시아의 재래식 전력은 좌절된 상황이고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러시아가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동부 일부 지역을 다시 빼앗겼고 푸틴의 70번째 생일 다음날 크름대교가 폭파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런 상황에서 푸틴의 좌절감이 커졌을 것이고 러시아의 핵 사용 유혹은 증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이퍼는 특히 푸틴이 잃거나 후퇴하기를 꺼린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러시아의 패배가 가까워 올수록 서방은 푸틴이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전망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핵무기와 강압 외교’의 공동저자인 토드 세셔도 같은 견해를 보였다. 그는 이날 미국 버지니아대학 신문 기고에서 “처음 전쟁이 시작됐을 때 러시아는 어떤 식으로든 승리하고 우크라이나의 일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기대를 했을 것”이라며 “그것이 불투명해진 지금 푸틴은 너무 큰 상처와 당혹감을 갖게 됐을 것이며, 굴욕을 피하기 위해 극단적인 조치에 의지해야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중심에 위치한 삼성전자 건물이 10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손됐다. 키이우=AP연합뉴스

다만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핵 위협이 높아졌다면서도 실제 사용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러시아 입장에서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것이란 이유에서다.

 

세셔는 “핵무기 사용은 러시아를 영원한 ‘왕따’국가로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핵무기는 1945년 이후 사용된 적이 없다. 러시아가 77년 만에 그 금기를 깨고 선을 넘는다면 그들에게 닥칠 정치적 결과는 재앙이 될 것”이라며 “그들은 정치적·경제적으로 따돌림을 당할 것이며 북한과 같이 국제적으로 고립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퍼도 “러시아의 핵 사용은 전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으며 오히려 러시아를 지지하던 중국, 인도 등으로부터도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면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은 예측할 수 없고 치명적인 결과로 가득 찬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연합뉴스

이러한 위험을 러시아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푸틴과 러시아 당국자들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힘과 수단”, “역사에 없었던 결과” 등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수차례 암시하면서도 직접적으로 ‘핵’이란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이는 러시아 역시 핵무기 사용의 의미를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서방국가에서 러시아의 핵 사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상황에 대해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최근 몇 주간 서방국가들이 (우리의) 핵 사용 가능성을 다양한 수사를 동원해 거론하고 있는 상황에 끼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직접 언급을 피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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