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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앞에선 장사 없다. “맹호가 울 밑에서 으르렁대도/ 나는 코 골며 잠잘 수 있고/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 있어도/ 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 한 마리 모깃소리 왱하고 귓가에 들려오면/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구나.” 다산 정약용은 유배 시절 ‘증문’(憎蚊)이란 시를 지어 모기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힘센 사자도 진다는 게 이솝우화 ‘모기와 사자’ 이야기다. 얼굴과 콧등을 물어대는 등 사자를 희롱하는 모기에게 사자가 앞발로 후려치지만 제 얼굴에 상처만 낼 뿐이었다.

모기는 말라리아 등 질병을 퍼뜨려 매년 최소 50만명의 인명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독충이다. 1802년 아이티의 독립운동 당시 파견된 프랑스 진압군은 모기 전염병인 황열병이 돌아 병력 2만7000명을 잃고 철수했다. 제2차대전 당시 남태평양에 주둔하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도 모기 때문에 고전했다. 병사의 3분의 1은 말라리아에 걸렸고, 3분의 1은 회복 중이라 남은 병력으로 전투하느라 전쟁이 장기화했다. ‘인류 최대의 적, 모기’의 저자는 “지구상의 어떤 곤충도 인간의 역사에 이토록 직접적으로 개입해 치명타를 가한 경우는 없다”고 표현했다.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한 달 넘게 지났지만 ‘때아닌’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0월에 접어들었는데도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는 이들이 많다. 우리 집도 밤마다 감전식 퇴치기를 들고 모기와 전쟁 중이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떨어지면 모기들이 따뜻한 집에 침입해 흡혈하고 알을 낳으려 하기 때문에 가을 모기가 더 극성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모기퇴치용 물품 거래가 성행하고, 동네 커뮤니티에서도 모기퇴치 방법 관련 글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시 디지털모기측정기(DMS)에 따르면 8월의 하루 평균 모기 수는 1796마리였지만 9월에는 2252마리로 25%가량 늘었다. 9월에 채집된 모기 수는 2018년 6만7379마리, 2019년 8만3274마리, 2021년 9만542마리로 매년 증가 추세다. 기후변화 탓에 더위가 가을까지 이어져서다. 의료계는 가을 모기가 일본 뇌염을 전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을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자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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