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1루수 김인환에 이어 이글스파크에 또 한명의 육성선수 성공스토리가 나올 조짐이 보인다. 주인공은 한화와 정식계약을 맺은지 22일로 열흘된 외야수 유상빈(22)이다.
유상빈은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2타수 1안타를 치며 시즌 타율을 0.313까지 끌어올렸고, 4회에는 롯데 고승민이 친 2루타성 타구를 펜스 앞까지 쫓아 뛰어올라 잡아내며 문동주 어깨에 부담을 덜어줬다.
유상빈은 호타준족으로 한화 외야수 자원으로 지난 13일 정식 계약을 맺고 14일 첫 1군무대를 밟은 신인이다.
화교 출신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유상빈은 고3때까지 대만 국적을 갖고 있었다. 유상빈은 “선수를 등록할 때마다 영문이름을 만들어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았다”며 “고3때 (국적문제로) 프로지명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즌 중에 귀화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상빈은 인천고를 졸업하고도, 강릉영동대를 마치고도 프로야구선수가 되지 못했다. 유상빈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을 땐 집에서 부모님만 보면 눈물이 났다”며 “대학에서 야구만 해보겠다고 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또다시 프로에 지명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한화는 드래프트가 끝나고 5분여 뒤 유상빈에게 육성선수를 제안했다.
2군에서 유상빈은 진가를 발휘했다. 유상빈은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62경기 타율 0.294에 3홈런을 앞세워 2군 올스타에도 선정, 북부리그 9번타자로 선발출장해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유상빈은 퓨처스리그에서 최근 10경기 0.375 타율을 기록했고, 결국 1군으로 콜업됐다.
하지만 유상빈은 데뷔전에서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어 선발로 그라운드에 선 KIA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상빈은 18일 LG전에서 데뷔 첫 안타를 신고했다. LG 에이스 케이시 켈리를 상대로 기록한 2루타였다. 하지만 유상빈은 켈리 견제구에 결국 아웃됐다. 유상빈은 당시 “변화구 던질 타이밍어서 3루로 가겠다는 욕심이 컸다”고 돌아봤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유상빈에 대해 “잠실구장에 많은 관중 앞에서도 겁내지 않고 자기 스윙을 할 줄 아는 선수”라며 “‘나도 있다’고 시위하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수베로 감독은 “타격을 준비할 때 키움 이정후와 비슷한 부분도 있다”며 “배트 컨트롤과 선구안이 뛰어나고 주루할 때도 온 힘을 쏟아 뛴다”고 칭찬했다.
유상빈은 이정후와 비슷한 폼을 가졌다는 평가에 대해 “좋은 타자들을 보면 투수가 던지는 공을 최대한 길게 본다”며 “길게 공을 보고 치려고 노력하다 보니 지금 폼이 만들어졌고, 타격은 자신있다”고 말했다.
유상빈은 “한 타석 한 타석이 너무나 소중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같은 인천고 선배인 정은원 선배나 육성선수 출신인 김인환 선배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때 지나가던 정은원이 “내 얘기는 안 할 거냐”며 장난을 걸었다. 정은원과 유상빈은 같은 인천고 출신이며 정은원은 유상빈에게 직접 방망이를 선물할 정도로 챙긴다. 유상빈은 “정은원 선배가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라면서도 “1군에서 실수를 했을 때 ‘네가 잘해서 1군 올라온 거니까 절대 실수했다고 기죽지 말라’고 해줬던 말이 큰 힘이 됐다”고 돌아봤다.
이제 유상빈은 어엿한 프로선수다. 무주공산인 한화 외야에서도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성장해야 한다. 유상빈은 “육성선수 출신이지만 1군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프로선수일 뿐 출신에 대한 차이는 없다”며 “유니폼을 입어보고 싶다는 소원을 이룬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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