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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 벗은 英 트러스, 뉴욕 유엔서 정상외교 무대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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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21 13:00:00 수정 : 2022-09-21 13: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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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 엄수로 '왕실의 시간' 끝나고 '총리의 시간' 개시
뉴욕 유엔 총회장 달려가 마크롱, 기시다 등과 회담
21일 바이든과 첫 대면… 北아일랜드 해법 내놓을까

‘이제 왕실의 시간은 끝나고 총리의 시간이 시작됐다.’

 

취임 직후 엘리자베스 2세 전 영국 여왕이 서거하면서 열흘 넘게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졌던 리즈 트러스 영국 새 총리가 검정 상복을 벗고 외교 무대에 복귀했다. 유엔 총회가 열리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프랑스, 일본 정상과 잇따라 만난 트러스 총리는 21일에는 가장 중요한 영·미 정상회담에 처음 나선다.

리즈 트러스 영국 새 총리(오른쪽)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갖기 전 인사하고 있다. 트러스 총리 SNS 캡처

여왕 국장(國葬) 절차가 끝난 직후 뉴욕행 비행기에 오른 트러스 총리는 먼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했다. 총리가 되기 위한 선거운동 기간 중 어느 토론회에서 ‘마크롱은 영국의 친구인가, 적인가’라는 질문에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 (총리가 되면) 마크롱의 말이 아닌 행동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해 영국·프랑스 관계에 파문을 일으킨 트러스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의 첫 대면은 두 나라 언론의 이목이 집중됐다.

 

회담 후 트러스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과 나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끝내기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급격히 커진 시장의 불안정성을 줄이고 서민 생계를 위협하는 물가상승을 차단하는 데에도 힘을 합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럽을 분열시키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시도는 성공할 수 없고 또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의 안보는 물론 경제까지도 위협하는 러시아에 맞서 영국·프랑스 양국의 굳은 단결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도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회담 후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와 영국이 동맹이고 양국 국민은 친구라는 점이 분명히 입증됐다”고 말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새 총리(오른쪽)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갖기 전 인사하고 있다. 트러스 총리 SNS 캡처

트러스 총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자리에선 러시아보다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가하는 위협이 비중있게 논의됐다. 트러스 총리는 회담 후 “권위주의 체제의 위협에 맞서 영국이 일본,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과 함께할 것임을 거듭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회원국으로 가입하려는 영국의 희망을 설명하고 일본 정부의 지지를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러스 총리는 지난 6일 당시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 머물고 있던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새 내각을 구성해달라”는 요청을 받음과 동시에 정식으로 총리에 취임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이틀 후인 8일 여왕이 갑자기 서거하면서 신임 총리로서 국내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를 놓쳤다. 영국 정부는 신속히 국장 체제로 전환했고, 새 국왕 찰스 3세 등 왕실 구성원들한테 모든 이목이 집중됐다. 국장 기간 트러스 총리는 검정 상복 차림으로 내각을 대표하는 ‘상주’ 역할에 충실했다. 조문을 위해 런던에 온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등과 다우닝가 10번지 관저에서 짧은 만남을 갖긴 했으나 제대로 된 정상외교로 보긴 어려웠다.

 

국장 절차 종료, 그리고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정상외교를 본격화한 트러스 총리 앞에 이제 정말 중요한 과제가 닥쳤다. 21일로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그것이다. 트러스 총리는 원래 여왕 국장 참석을 위해 런던에 온 바이든 대통령과 18일 첫 정상회담을 하려 했으나 몇 가지 의제를 놓고 양국 정부 간 의견차가 커 연기된 바 있다. 트러스 총리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브렉시트 이후에도 북아일랜드 지역은 EU에 계속 잔류한다는 내용의 ‘북아일랜드 의정서’를 파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북아일랜드 의정서’를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경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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