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 겨냥 의혹에 총리실 “어불성설” 해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를 만나기 하루 전 ‘낙수효과는 작동한 적이 없다’고 밝혀 경제 성장 방식을 두고 양국 정상이 갈등을 빚는 모습이 연출됐다. 대규모 감세 공약으로 이달 당선된 트러스 총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성장 우선주의’ 내용이 담긴 연설을 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트러스 총리와의 만남 하루 전인 20일 트위터에 ‘낙수효과는 없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낙수효과 경제론에 질렸고, 낙수효과는 한 번도 작동한 적이 없다”며 “우리는 밑에서부터 경제를 재건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줄곧 낙수효과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을 내놓곤 했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트러스를 겨냥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관련해 영국 총리실은 “영국과 미국은 서로 다른 경제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트러스 총리를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해명했다.
트러스 내각은 오는 23일 법인세 동결 등의 내용이 포함된 예산안을 발표한다. 트러스 총리의 감세 정책은 총리 선거 당시 대표 공약이었는데 예고된 것 이상의 추가 감세안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영국 더타임스는 트러스 내각이 한국의 주택 취득세에 해당하는 인지세(Stamp Duty)를 대폭 완화해 연간 120억파운드(약 19조원) 규모의 감세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러스 총리는 20일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도 기자들에게 “감세는 경제 성장을 이끈다”며 “그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미국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BBC와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우리 경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법인세에서 경쟁력이 있어야 다른 나라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했다.
21일 유엔총회에서 연설에 나서는 트러스 총리는 감세를 통한 성장 방식을 설명할 예정이다. 그는 “권위주의적 침략에 맞서고 전략적 경쟁의 새로운 시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힘이 필요하다”고 말할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뉴스(FT)는 전했다. 이어 “더는 세계 경제를 무기화하려는 사람들에게 전략적으로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를 규탄하는 동시에 영국 정부의 경제 성장 의지를 강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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