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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정보 난무, 민주주의 붕괴시킬 수도”

입력 : 2022-09-20 23:00:00 수정 : 2022-09-20 22: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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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필리핀 언론인 레사 경고

“언론 대신 IT기업이 게이트키핑
분노·혐오 담긴 거짓정보 퍼져
비민주적 지도자 선출될 수 있어”

“올해 전 세계적으로 30개 이상의 대선이 있습니다. 정보 공작, 조작된 알고리즘 등으로 허위 정보가 난무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비민주적인(illiberal) 지도자’가 민주적인 과정으로 선출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민주주의를 붕괴시킬 수도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탐사보도 매체 ‘래플러(Rappler)’를 설립해서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해온 행보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언론인 마리아 레사(59). 그는 20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새로운 시대의 저널리즘과 시대정신’을 주제로 연 강연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가 20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새로운 시대의 저널리즘과 시대정신’을 주제로 강연하기에 앞서 통역기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척박한 여건에서 독립언론으로서 활약 중인 레사는 “언론이 게이트키핑(뉴스 미디어에서 뉴스가 취사 선택되는 일련의 과정) 능력을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빼앗겼다”며 “권력을 쥔 IT 기업이 정보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언론이 게이트키핑을 했을 때는 ‘사실(fact)’이 보상을 받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사실보다 분노와 혐오가 담긴 거짓 정보가 더 널리 퍼진다. 정보 생태계의 보상 체계가 완전히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레사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 유럽 곳곳에서 극우 세력이 득세할 조짐을 보이고, 브라질 등 여러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는 ‘사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실 없이는 진실을 찾을 수 없고, 진실이 없다면 신뢰를 잃게 되며, 신뢰 없이는 우리가 공동체로서 직면한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기 위해 레사는 사람들을 현혹하고 조정하는 기술에 맞설 ‘착한 기술’, 언론, 그리고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꼽았다.

“언론이 정보 전달 능력을 빼앗기고 공격을 당하고 있지만, 우리 언론인은 더 강해져야 해요. 그리고 언론을 비롯해 위기에 함께 대응하기 위한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레사는 한국 문화의 영향력과 전파력에 주목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K팝, K콘텐츠 등을 통해 한국의 가치를 전 세계로 널리 퍼트리고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한국 문화의 성공 사례를 우리 사회가 봉착한 위기에 함께 대응할 공동체를 형성하고 결집하는 데 참고하고 싶다”고 했다.

레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2016년 7월부터 강력히 추진한 ‘마약과의 전쟁’에서 용의자가 재판 없이 사살되는 이른바 ‘초법적 처형’ 문제 등을 제기하며 정부와 날 선 대립각을 세웠다. 두테르테 정부는 ‘래플러’의 취재 활동을 제한했으며 레사를 사이버 명예훼손 등 8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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