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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불량’ 20대女 숨지게 한 이란 경찰에 수천명 항의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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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20 15:55:18 수정 : 2022-09-20 15: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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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히잡 착용 등 복장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morality police)에 붙잡힌 20대 여성이 끝내 사망하면서 수일째 여성들의 규탄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수도 테헤란을 방문한 마흐사 아미니(22)는 복장 불량을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뒤 3일간 혼수상태로 있다가 숨졌다. 당국은 아미니의 죽음이 신체 구금으로 인한 부상 때문이 아니라 심장마비이며 “불행한 사건”이라고 발표했지만 대중은 이를 믿지 않고 분노에 휩싸였다. 이란 국영 언론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아미니가 경찰에 체포되어 끌려가다 쓰러지는 순간이 담겨있었다. 그가 지적받은 옷차림 문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꽉 끼는 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미니의 죽음이 알려진 후 테헤란과 제2의 도시 마슈하드 등에서 3일째 수천명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르스 통신이 공개한 짧은 영상에는 히잡을 벗은 여성들을 포함한 수십명의 시위 참가자가 “이슬람 공화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보안군과 시위대 사이의 총격전, 항의 표시로 스스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히잡을 태우는 여성들의 영상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고 있다. 기업들이 파업에 들어간 지역도 있다.

 

◆여성 복장 단속 경찰에 전세계 비판

 

여성의 윤리의식을 단속하는 이란의 악명 높은 도덕 경찰은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반드시 히잡을 쓰고, 꽉 끼는 바지나 찢어진 청바지, 무릎이 드러나는 옷, 밝은 색 옷 착용 등을 금지한다. 아미니에 대해서도 호세인 라히미 테헤란 경찰서장은 19일 “여성이 복장 규정을 어겼으며 경찰은 그의 친척들에게 ‘품위있는 옷’을 가져다 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정책 책임자 대변인은 아미니의 죽음에 대해 “살인”이라 일갈하며 “가해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이란 당국은 자국민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프랑스도 아미니 죽음이 “매우 충격적”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비극적 상황을 밝히기 위해 투명하게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영화 제작사들과 예술가, 운동선수, 정치·종교계 인사들도 모두 아미니 죽음에 대한 분노를 SNS에 게재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테헤란의 도덕 경찰은 아미니를 임의로 체포했고, 고문과 기타 구금 및 학대 혐의를 받고 있다”며 “이란의 강제 히잡 착용법은 이란 여성들의 표현과 믿음, 종교의 자유를 노골적으로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부는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써야 한다는 굴욕적인 금지 조치를 폐지해야 한다. 아미니 죽음에 책임 있는 모든 이들에 대해 법적 조사가 이루어지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안면인식 기술로 히잡 착용 감시

 

앞서 이란은 안면인식 기술까지 동원해 여성의 히잡 착용을 감시할 계획인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5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 권선징악위원회를 이끄는 모하마드 살레 하셰미 골파예가니는 이란 정부가 공공장소에서 이 계획을 곧 실행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중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히잡 착용을 한층 엄격하게 적용하는 새 법령에 서명한 데 따른 조치다. 새 법령에는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은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면 6개월에서 1년간 사회적 권리를 박탈하고 공무원은 해고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란에서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만 9세 이상 모든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의무적으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에 반발한 이란 여성이 히잡을 뒤로 써서 머리를 좀 더 노출하는 등 복장 규제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란 정부가 히잡 중요성을 설파하려고 7월 12일 지정한 '히잡순결일' 전후로는 이란 여성 상당수가 히잡을 쓰지 않고 거리로 나서거나 대중교통을 타는 모습을 SNS에 올리기 시작해 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이란 당국은 규제 위반자를 체포하는 등 강력히 대응했고, 붙잡힌 여성을 TV에 출연시켜 자백을 강요하기도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히잡 착용에 항의해 시위에 나선 이란 여성 300여명이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도입한 생체신분증 제도를 토대로 여성 감시에 나설 것으로 분석했다.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 생체신분증 칩 안에는 홍채, 지문, 안면 등 정보가 저장돼있어 외부 카메라나 SNS에 얼굴이 노출되면 누군지 금방 알아낼 수 있다.

 

네덜란드 트벤터대 소속 아자데 아크바리 연구원은 “이란 정부는 안면인식을 활용해 법을 어기는 사람을 구별해낸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 왔다”며 “폭력적인 구시대적 전체주의에 신기술을 결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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