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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조작 앱 깔고 범행 당일 정신과 진료 흔적 남겨

입력 : 2022-09-19 06:00:00 수정 : 2022-09-18 22:46:19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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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살인범’ 계획범행 정황

피해자 살던 이전 집 인근 배회
외모 비슷한 다른 여성 미행도
거액 인출 시도… “도주 준비한 듯”

과거 음란물 유포로 두차례 처벌
경찰 ‘보복살인’ 혐의 적용키로
피의자 신상 공개 여부 19일 결정

직장동료였던 여성 역무원을 스토킹한 끝에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전모(31·구속)씨가 최소 11일 전부터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포착됐다. 또 휴대전화에 GPS(위치정보시스템) 정보를 조작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범행 당일에는 정신과 병원에 진료 흔적을 남기고 거액을 인출하려고 시도하는 등 범행 발각시를 대비한 치밀한 행적도 드러났다. 경찰은 19일 피의자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전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20대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전모씨가 지난 14일 범행 전에 피해자의 옛 거주지와 가까운 서울 은평구 구산역 일대를 배회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 영상에 담겼다. SBS 방송화면 캡처

18일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이달 3일 지하철 6호선 구산역에서 역무원 컴퓨터를 이용해 피해자의 근무지 정보 등을 확인했다. 전씨는 당시 역무원에게 “휴가 중인 불광역 직원”이라며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인 ‘메트로넷’에 접속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당일인 14일에도 전씨는 구산역과 증산역에서 메트로넷에 접속해 피해자의 집 주소와 근무지를 재차 확인했다.

 

시간대별로 당일 행적을 살펴보면, 전씨는 범행 약 8시간 전인 14일 오후 1시20분쯤 자신의 집 근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1700만원을 찾으려 했다. 다만, 한 번에 뽑을 수 있는 한도를 초과해 실제 인출은 하지 못했다. 전씨는 “부모님께 돈을 드리려 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범행 후 도주 자금으로 쓰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후 전씨는 집에 들렀다가 오후 2시30분쯤 흉기를 챙겨 집을 나서 증산역으로 향했다. 증산역 고객안전실에 들어가 메트로넷에 접속한 뒤 피해자가 살던 집 근처로 이동해 배회했다. 그러나 피해자를 만나지 못하자 오후 6시쯤 구산역 고객안전실에서 또 한 번 메트로넷에 접속해 피해자의 근무 정보를 재확인했다. 이어 다시 피해자가 살던 집 근처를 찾아갔으나 피해자를 만나지 못하자 범행 장소인 신당역을 향했다. 그는 피해자의 이전 주거지에서 피해자와 외모가 비슷한 다른 여성을 보고 약 7분간 미행하기도 했다. 경찰은 전씨가 범행일 이전에도 피해자의 이전 주거지 인근을 찾아갔다고 전했다.

15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께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사진은 지난 15일 오전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의 모습. 연합뉴스

오후 7시쯤 전씨는 승·하차 기록이 남는 교통카드 대신 일회용 승차권을 구입해 구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범행장소인 신당역으로 이동했다. 신당역 도착 후 1시간 넘게 역내에서 기다리던 전씨는 범행 30분 전 피해자를 한 차례 마주치기도 했다. 이후 두 번째로 피해자를 만났을 때 화장실로 뒤따라가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경찰은 전씨가 치밀하게 범행 발각시를 대비한 것으로 보이는 여러 정황을 포착했다.

 

전씨 휴대전화에는 GPS 정보를 조작하는 앱이 설치돼있고, 일부 파일은 이미 삭제된 흔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행적을 추적하는 경찰 수사를 교란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전씨는 또 범행 당일 오후 3시쯤 정신과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사법 처리 과정에서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받아 형량 감경 등을 주장하려는 의도로 추측된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 모씨가 지난 1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씨가 과거 음란물을 유포해 두 번이나 형을 받았던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전씨는 살해된 여성 역무원에게도 지난해 10월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하고 만남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고소당했다.

 

경찰은 앞서 17일 전씨의 혐의를 형법상 살인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으로 변경했다. 특가법상 보복살인은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 최소 징역 5년 이상인 형법상 살인죄보다 형이 무겁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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