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인파트너스, 월말까지 확정공시 요구

SM엔터테인먼트가 설립자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사진)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용역계약을 조기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다. 그간 SM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던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가 일부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SM은 전 거래일 대비 1만2000원(18.60%) 오른 7만6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SM이 라이크기획과 프로듀싱 계약 조기 종료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SM은 장 마감 이후 “프로듀싱 계약 상대방인 라이크기획으로부터 조기 종료 의사를 수령한 바, 이와 관련해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추후 이사회 결의를 통해 계약 조기 종료가 확정되면 지체 없이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SM의 지분 약 1.1%를 보유한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은 지난달 SM 이사회에 공개 주주 서한을 보내 9월15일까지 라이크기획 문제의 개선 계획과 진행 상황을 발표해달라고 요구한 데 따른 답변이다.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지난 수개월간 SM이 라이크기획에 일감을 몰아줘 주주와 회사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해왔다. 아울러 이에 대한 개선 조치가 없으면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라이크기획은 SM과 프로듀싱 외주 계약을 맺어 관련 매출의 최대 6%를 인세로 해마다 백억원대씩 받아오며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빚었다. 라이크기획이 올해 상반기 SM에서 받은 인세는 114억원이었다. 이는 에스엠의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 386억원의 29.6%에 해당한다.
증권가에서는 전날 SM의 평가가치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던 지배구조 이슈가 해소됐다며 주주 반발을 고려한 조치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했다.
하나증권은 라이크기획 로열티 구조가 없어진다면 SM의 내년 영업이익이 3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10만5000원에서 11만원으로 상향했다. 신한금융투자도 같은 이유로 9만3000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렸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공시로 그간 주가를 가장 크게 짓눌러왔던 ‘거버넌스(지배구조) 노이즈’로 인한 할인 요인이 일부 해소된다며 목표주가를 9만1000원에서 10만3000원으로 상향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부로 라이크기획 인세 지급계약 종료 시 기존 2023년 영업이익 추정치에 더해질 수 있는 이익은 297억원이 될 것”이라며 “검토를 거쳐 계약 종료 확정 시 2023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1423억원까지 상향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M은 신사업 전개 능력과 아티스트 지적재산권(IP) 장기 활용 능력 측면에서 경쟁사와 차별화된 역량을 보여왔지만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으로 경쟁사 대비 30% 이상 저평가됐었다”며 “경쟁사와의 가치격차 해소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SM에 따르면 이 프로듀서는 수년전부터 계약의 조기 종료를 요청해왔다. 이에 소속 아티스트들이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게 SM 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 프로듀서는 “훌륭한 후배 프로듀서들이 큰 어려움 없이 잘 꾸려나갈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며 “물러나라는 소액주주의 의견 또한 대주주로서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도리”라며 연내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SM은 전했다.
그러면서 “총괄 프로듀서가 프로듀싱 계약 조기 종료 의사를 전한 것과 관련해 향후 사업 방향 등 이해관계자들과 논의를 거쳐 추후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프로듀싱 계약을 연내 조기 종료하고자 하는 최대주주 이 프로듀서의 의사를 존중한다”며 “기존 총괄 프로듀서 1인에 의존하던 체제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하면서 재능 있는 후배 프로듀서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고자 하는 그의 결단일 것으로 보고 높게 평가한다”고 환영했다.
나아가 계약 조기 종료와 관련한 후속 논의와 이사회 결의를 포함한 확정 공시를 늦어도 오는 30일까지 마무리해달라고 SM 이사회에 요구했다. 또 SM이 라이크기획 문제 개선 계획을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해 준비하던 주주권리 보호를 위한 조치를 30일까지 유보하기로 했다.
이어 “주주들의 기대를 충족하는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로 원만히 연결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그간 주주행동을 이끌면서 소액주주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지지를 받았고, 지난 3월 SM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제안으로 올린 곽준호 감사 선임안이 가결된 바 있다.
SM도 전날 “오랜 기간의 코로나 위기 상황 속에서 새로운 세계관과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새로운 그룹들을 탄생시킨 이 총괄 프로듀서께 감사드린다”며 “당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계약의 조기 종료 요청을 해온 이 프로듀서께 데뷔팀들과 앞으로 데뷔할 팀들의 철저한 준비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해당 그룹이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만이라도 함께해 주기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 프로듀서는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의 끝이 보이는 바 글로벌 시장에서의 본격적인 콘서트 및 활동 재개를 위한 SM 아티스트 라인업이 이제 완벽히 준비가 됐으며, 음반·음원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고, 25년간 구축한 프로듀싱 시스템이 잘 운영되어 현 시점이 계약을 종료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는 의견을 강력히 피력하며, 올해가 가기 전에 당사 경영진이 향후 50년을 바라보는 전략을 세워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새로운 도약을 하기 바란다고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다만 SM의 추가 입장문에서는 이 프로듀서의 부재를 염려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먼저 이 프로듀서와 다각도의 검토와 논의를 진행하고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현 상황에서 엿볼 수 있다.
SM 측은 “SM의 근간인 이 프로듀서는 지속적인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싱으로 매출과 이익을 창출해 회사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을 제공했고, 수년간의 준비와 투자가 필수 요소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시장을 앞서나갈 수 있도록 미래 음악산업과 기술의 융합 등 끊임없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SM이 업계 리딩 기업의 역할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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