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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영빈관 신축 계획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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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6 22:53:01 수정 : 2022-09-16 22:53:00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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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영빈관은 아쉬운 점이 적지 않았다. 외국의 영빈관과 달리 숙소가 없어 귀빈들은 이곳에서 환영 만찬을 한 뒤 시내 호텔로 이동해 숙박해야 했다. 외관은 경복궁 경회루와 닮았고, 내부는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건축양식을 따랐는데, 상징성과 역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았다. 문재인정부 시절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페이스북에 “어떤 상징도 역사도 스토리텔링도 없는 공간에서 여러 국가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이 늘 착잡했다”고 적은 바 있다. 그렇다고 영빈관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여론이 있지는 않았다.

 

대통령실이 878억원을 들여 청와대 영빈관을 대체할 외빈 접견 시설 신축을 추진하다 논란이 커지자 전격 취소했다. 영빈관 신축은 당선인 신분이던 3월 기존 청와대 영빈관을 활용할 가능성을 언급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을 바꾼 것이어서 비난 여론이 고조됐다. 전방위 경제 위기 속에 국민 고통이 커지고 정부가 예산 절감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통령실 이전 예산도 점차 불어나고 있어 논란은 더 커졌다. 당초 대통령실 이전 비용은 496억원이었지만, 경찰 경호부대 이전 비용을 전용해 307억원이 추가로 투입됐다.

 

추진 과정도 당당하지 못했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먼저 국민에게 공개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기획재정부의 ‘국유재산관리기금 2023년 예산안’에 슬쩍 끼워 넣었다가 야당 의원에 의해 드러났다. 대통령실 이전에 반대하던 더불어민주당은 발끈하며 관련 예산 전액 삭감을 공언했다.

 

걷잡을 수 없이 파장이 확산되자 윤 대통령은 어제 밤 영빈관 신축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의 미래 자산으로 국격에 걸맞은 행사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이 같은 취지를 충분히 설명해 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즉시 예산안을 거둬들여 국민께 심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말했다. 영빈관 신축 계획은 백지화됐지만 후유증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당연한 결정”이라면서도 추진 과정의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 지지율 만회를 위해 안간힘을 쏟던 윤 정부가 또 다시 자충수로 곤경에 처하게 됐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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