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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엘리자베스 2세와 찰스 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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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2 23:29:36 수정 : 2022-09-12 23:29:35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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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는 대영제국의 영화를 구가하던 엘리자베스 1세와 대비된다. 45년에 걸친 엘리자베스 1세의 치세는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찌르는 기개로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이끌었다. 그의 삶도 “나는 대영제국과 결혼했다”며 격동의 세월을 보냈다. 엘리자베스 2세는 ‘군림은 하되 통치는 하지 않는 제왕’으로 줄곧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왔다. 7년 전 여론조사에서 그는 엘리자베스 1세를 제치고 가장 위대한 영국 여왕으로 꼽혔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저명한 역사학자 데이비드 스타기는 “그가 이룬 업적은 사람들이 군주의 존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때로는 불평도 하지 않는 날씨 같은 대상으로 만든 것”이라며 군주제 폐지논쟁의 불씨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정치적 입장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의무가 먼저이고 나 자신은 그다음”이라는 헌신을 가장 큰 덕목으로 여겼다. 공주 시절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부친인 조지 6세 국왕을 설득해 여군부대에 자원입대했다. 또래 병사와 같이 보급 차량 관리 업무를 맡아 트럭 바퀴를 교체하고 흙바닥에서 차량을 정비했다. 1982년 4월 아르헨티나와 벌인 포클랜드 전쟁에 찰스 왕세자에게 비장한 어투로 “영국을 위해 죽어라”라고 했다. 그는 서거를 이틀 앞둔 지난 6일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사임을 수락하고 후임인 리즈 트러스를 자신의 15번째 총리로 임명했다. 21세 때 자신의 전 생애를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다짐을 마지막 순간까지 실천한 것이다.

찰스 3세가 64년간 왕세자 시절을 끝내고 10일 국왕으로 즉위했는데 비호감 여론이 비등한다. 그는 왕세자 시절 1981년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결혼하고도 유부녀였던 커밀라 파커 볼스와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갔다. 결국 결혼생활은 15년 뒤 파경에 처했고 이듬해 다이애나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찰스 3세는 2005년 커밀라와 결혼했는데 두 사람은 ‘불륜 커플’로 국민 밉상이 됐다. 찰스 3세는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 가족 등에게서 거액 기부금을 받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모친처럼 영국 군주제를 지킬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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