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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여서 ‘육휴’ 어떻게 써요”…서울 워킹맘 52%가 직장 그만둔 이유는

입력 : 2022-09-11 18:50:00 수정 : 2022-09-11 19: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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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주 워킹맘 이씨 “제 자리 대체될까 두려워”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실태조사…28% “출산휴가 등 못 써”
게티이미지뱅크

 

“눈치 보여서 출휴(출산휴가) 3개월만 쓰고 육휴(육아휴직)는 못 썼어요. 애가 크는 모습은 지금밖에 못 본다고들 하는데 마음이 안 좋죠. 육휴 후에 복직하라고 하면서 이상한 보직으로 발령 내거나 잡무만 시키거나 압박주면서 스스로 나가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요. 없을 것 같죠? 법으로 보장이 된다고 해서 정말 ‘보장’이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중소기업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이모(29)씨는 올해 출산 후 3개월 만에 회사에 복직했다. 이씨는 혹여나 제 자리를 누군가 대체할까, 육아휴직을 쓰게 되면 퇴사를 알게 모르게 종용 당할까 두려워 그랬다고 전했다. 이씨는 “그만두자니 재취업도 사실상 어려울 것 같고…임신부터 시작해서 출산 휴가, 육아 휴직, 복직까지 뭐 하나 쉬운 게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비단 이씨뿐만이 아니다. 서울에서 일하는 ‘워킹맘·대디’ 10명 중 3명은 직장 내 경쟁력 약화나 동료들의 업무 부담 등을 우려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또 여성이 자녀를 키우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남성보다 많았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지난달 공개한 ‘서울시 양육자 생활실태 및 정책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 0~12세 자녀를 양육하는 2005명(여성 1482명·남성 523명)중 출산 전후 휴가, 육아휴직, 배우자 출산 휴가를 쓴 적이 있다고 응답한 이는 각각 45.7%, 36.7%, 24.0%였다.

 

이 제도들 가운데 어느 것도 사용한 적이 없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28.0%에 달했다.

 

이들은 출산휴가 등을 사용했을 때 직장 내 경쟁력 약화가 가장 우려된다(여성 34.1%·남성 29.8%)고 답했다. ‘동료들의 업무 부담’(여성 20.7%·남성 21.9%), ‘제도 사용 기간 소득 감소’(여성 16.9%·남성 16.7%) 등도 제도 사용을 꺼리게 만드는 이유로 꼽혔다.

일·생활균형 제도 사용 시 우려 순위(단위: %).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실제 육아지원 제도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한 부모를 대상으로 이유를 살펴보니 직장의 눈치를 보거나 경력, 승진 등 직장 관련 응답 결과가 남녀 모두 40%에 육박했다. ‘제도가 있지만 신청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어서’(여성 29.4%·남성 26.2%)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경력이나 승진, 배치 등 불이익이 염려된다고 답한 경우도 여성 5.6%, 남성 6.2%였다.

 

직장에서 자녀 돌봄과 관련한 분위기를 물었더니 남성과 여성 모두 눈치가 보인다고 답했지만 여성이 훨씬 더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 ‘나의 상사는 돌봄을 위한 제도를 사용하는데 업무상 불이익을 주거나 눈치를 준다’고 답한 경우가 여성 52.7%, 남성 43.9%였다. ‘동료들이 눈치를 준다’고 답한 비율도 여성 50.5%, 남성 40.1%였다. 특히 ‘나의 동료들은 자녀 돌봄 책임이 있는 직원과 함께 일하는 것을 꺼린다’고 응답한 것도 여성 54.8%, 남성 41.7%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여성이 자녀 양육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더 많았다. 임신이나 출산 등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여성 52.1%, 남성 13.8%가 ‘그렇다’고 답했다.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어서’(여성 27.7%·남성 36.2%), ‘일하는 것보다 육아를 전담하는 것이 더 가치가 크다고 생각해서’(여성 22.5%·남성 15.5%), ‘소득보다 아이를 외부에 맡기는 비용이 커서’(여성 16.3%·남성 15.5%) 등 순이었다.

 

업무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출산 이후 변화한 생활상에 대해 불만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전체 응답자 중 82.8%는 ‘아이를 낳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출산 이후 ‘개인 시간 부족’을 크게 느낀다고 답했다. 출산 후 12개월까지는 ‘수면·식사·씻는 시간 부족’(82.9%), ‘여가·문화생활 등 나를 위한 시간 부족’(86.0%) 등의 응답이 많았다. 영유아 및 초등 자녀 양육 시기에는 ‘여가·문화생활 등 나를 위한 시간 부족’(영유아기 85.6%·초등기 83.1%), ‘아이 돌봄으로 아파도 제대로 쉬어 본 적 없음’(영유아기 78.4%·초등기 73.1%) 등으로 시간 부족을 느끼고 있었다.

 

또 대부분의 응답자(영유아기 84.7%·초등기 83.9%)는 영유아 및 초등 자녀가 돌봄기관을 이용해도 양육자가 일하려면 추가 돌봄 조력자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맞벌이 가구의 주요 돌봄 조력자(중복 응답)는 조부모·기타 친족·이웃(영유아기 56.9%·초등기 41.7%)이 가장 많았으며 초등기의 경우에는 각종 학원(42.7%)의 역할이 컸다.

 

이번 조사에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경우 남성 육아휴직자도 해마다 늘어나는 등 어느 정도 정착되고 있는데 본인이 다니는 직장에 이런 제도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한 경우도 많았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일하는 엄마와 아빠가 직장에서 눈치 보지 않고 자녀 돌봄 지원 제도를 활용할 수 있으려면 양육 친화적인 기업 문화가 제도화되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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