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빼러 나갔다가 ‘연락두절’
소방당국 “배수작업 후 수색”
70대 여성 급류 휩쓸려 사망
‘사라’와 ‘매미’에 이은 역대 3위급의 중심기압을 지닌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6일 한반도 영남 지방을 중심으로 큰 피해를 남기고 소멸됐다. 제주 지역을 강타한 힌남노는 6일 오전 4시50분쯤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한 뒤 남해안 곳곳을 할퀴다 오전 7시10분쯤 울산 앞바다를 통해 빠져나갔다. 중심부가 한반도 내륙에 머문 시간은 2시간 20분가량으로 당초 예상보다 짧았지만, 피해는 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집계 기준 힌남노로 인해 2명이 사망(포항 1·경주 1명)하고 10명이 실종(포항 9·울산 1명)됐다. 향후 집계가 이어지면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힌남노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경북 포항에서 발생했다. 포항에서는 시간당 111㎜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1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울산에서도 1명이 실종됐다. 사망자는 이날 오전 7시57분쯤 포항 남구 오천읍 도로에서 70대 여성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뒤, 1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포항시 남구 인덕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실종자가 대거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포항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0분쯤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침수됐던 차를 이동시키기 위해 주차장에 들어간 주민들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았다. 이들 주민은 오전 6시 30분쯤 지하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 조치하라는 관리사무실 안내방송 후 차량 이동을 위해 나갔다가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포항시와 소방당국은 7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주차장은 지하 1층으로 현재 물이 가득 찬 상태로 배수 작업이 10% 정도 진행된 상태”라며 “배수를 한 후 구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 45분쯤 오천읍 다른 아파트에서도 지하주차장의 차량을 옮기러 간 주민들이 연이어 소식이 끊겼다. 앞서 울산에서도 이날 오전 1시쯤 울주군 언양읍 남천교 아래 하천에서 20대 남성이 물에 빠져 실종됐다.
힌남노가 관통한 영남 지역에서는 도로 침수와 정전사태가 잇따랐다.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선 빌딩풍이 강하게 불었고, 월파로 인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4차로 해안도로를 덮쳐 바닷물이 고층 건물 사이 도로 안까지 밀고 들어왔다. 힌남노는 원전까지 멈춰 세웠다. 이날 오전 6시쯤 신고리원전 1호기 터빈 발전기가 멈춰 섰다. 터빈 발전기 정지 이후 원자로는 25% 출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방사선 유출 등의 위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풍이 직접 상륙한 경남에서는 강풍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3시55분 창원시 진해구 이동을 시작으로 창원 성산구와 마산 합포구, 양산과 통영에서 나무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태풍 대응과 관련해 “주민이 한 분이라도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판단되면 정부가 한발 앞서서 신속하게 나서달라. 주민 안전에 몰입해달라”고 당부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밤 서초동 사저로 돌아가지 않고 용산 대통령실에서 ‘24시간 철야대기’를 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