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명절에 전 안 부쳐도 됩니다”… 차례상 표준안 제시

“기름진 음식으로 제사… 예 아냐”
성인 40% “차례상 간소화 필요”
절반이 “음식 5∼10가지가 적당”

추석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에 오를 많은 음식 가짓수와 비용 부담 등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가정이 적지 않은 가운데 국민 10명 중 4명은 차례문화 중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차례상 간소화’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 음식의 적정 가짓수는 10명 중 5명이 5∼10가지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유교 중추기구인 성균관은 명절에 전(煎)을 부치지 않아도 되고 음식 가짓수는 최대 9개면 된다는 차례상 표준을 제시했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5일 발표한 추석 차례상 표준안.
성균관 제공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차례상 표준화 방안’을 발표했다. 성균관유도회총본부회장인 최영갑 의례정립위원장은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데 이로 인해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 불화가 초래된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번 발표가 가정의례와 관련한 경제적 부담을 덜면서 남녀·세대 갈등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차례를 지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성균관의례정립위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7월28∼31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제례문화 관련 인식조사를 한 결과,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해야 할 점’으로 가장 많은 응답자가 ‘차례상 간소화’(40.7%)를 꼽았다. 이어 ‘정성’(19.1%), ‘남녀 공동참여’(19.0%), ‘전통 지킴’(9%) 등 순으로 답했다. 차례 음식의 적당한 가짓수로는 ‘5∼10개’(49.8%)란 응답자가 제일 많았고, ‘11∼15개’(24.7%), ‘16∼20개’(11.3%), ‘20∼30개’(3.2%)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성균관의례정립위는 송편, 나물, 구이(炙), 김치, 과일, 술 6가지를 기본으로 육류, 생선, 떡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차례상 표준안’을 내놓았다. 기름진 음식으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라며 전을 안 부쳐도 된다고 했다. 차례상 예법처럼 여겨온 ‘홍동백서(紅東白西: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조율이시(棗栗梨枾: 왼쪽부터 대추·밤·배·감)’ 역시 예법 관련 옛 문헌에 없는 표현인 만큼 상 차릴 때 음식을 편하게 놓으면 된다고 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