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는 충직한 동물이다. 주인을 찾아 300㎞를 달려온 ‘백구’, 몸에 물을 적셔 주인을 살려준 ‘오수견’, 사망한 주인을 매일 역 앞에 앉아 10년 동안 기다린 ‘하치’와 같은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개를 기르는 사람이라면 주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과 충성심에 공감할 것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현관문 앞에서 배웅하고, 5분 만에 들어와도 며칠을 못 본 양 폴짝폴짝 뛰며 격렬히 반겨주는 모습을 보면, 내가 마치 연예인이라도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인간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최근 기사화된 ‘복순이’ 사례는 정말 개탄스럽다. 강아지 복순이는 주인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크게 짖어 생명을 살려준 일이 있었다. 그런데 복순이는 누군가로부터 코와 가슴이 잘리는 잔혹한 학대를 당하게 되었고, 이후 주인의 가족은 복순이를 보신탕집에 넘겼다고 한다(보신탕집에 넘겨진 것이 죽기 전인지 후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주인 측은 치료비가 부담 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지방자치단체 등 어디에서도 다친 복순이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다. 추후 수사를 통해 학대자가 특정되고, 강력히 처벌받아야 함은 별론으로 하고, 어쨌든 강아지 덕분에 살아난 주인의 가족이 그 강아지를 보신탕집에 넘겼다는 사실은 정말 믿기가 어렵다.

위 사건은 지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동물 소유자의 책임의식 부재, 부담스러운 치료비, 고통에 몸부림치는 동물의 코와 젖꼭지를 자르는 인간의 잔혹함과 생명경시, 동물학대를 아직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한 사법부와 사회적 인식, 동물보호 문제를 방관하다시피 하는 행정청 등이 모두 문제라 할 것이다.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지만, 우선은 가장 기본적인 답을 강조하고 싶다. 제발 자신이 거둔 동물은 끝까지 책임을 지자. 끝까지 책임을 질 자신이 없다면 처음부터 키우지 말자. 개들도 키워준 은혜를 갚는데, 이들로부터 많은 즐거움을 얻는 인간도 최소한의 도의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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