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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수유 ‘완모 vs 완분 vs 혼합’… 선택은? [토닥토닥엄마건강]

, 이슈팀

입력 : 2022-08-27 21:00:00 수정 : 2022-08-27 21: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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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행복한 육아 위한 ‘선택’

모유수유, 누군가에겐 행복이지만
누군가에겐 육아를 두렵게 만드는 짐
자신의 의지와 환경에 맞게 방법 결정

출산한 여성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과제는 모유수유다. 갖 태어난 강아지, 돼지들은 눈도 못 뜬 상태로도 어미에게 기어가 잘도 젖을 빨던데, 인간의 아기는 왜 젖먹는 것도 이렇게 힘든지. 엄마들의 수유담은 남자들의 군대 얘긴 저리가랄 정도로 ‘짠내난다’.

 

모유가 아기의 건강에 여러모로 유익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산모들은 아기에게 최대한 많이 모유를 먹이기 위해 수유에 공을 들인다. 산후조리원들이 앞다퉈 “우리는 모유수유 전문가가 산모들의 수유를 전담 관리한다”고 홍보하는 이유다. 모유수유 의지가 강한 산모들은 일부러 ‘모유의 신’이 있다는 유명 산후조리원을 일찍부터 예약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유수유는 노력한다고 누구나 쉽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많은 여성들이 그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와 아픔을 견뎌야 한다. 이 때문에 최근엔 굳이 고통받으며 모유수유를 하기 보다 자신의 의지와 환경에 맞게 수유를 선택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뜻하지 않게 ‘완모’하게 된 사연

 

“난 젖양이 적었어. 너는 3개월정도 간식처럼 먹었고, 네 동생은 맛도 못봤지.”

 

우리엄마는 자신의 모유수유 경험을 이렇게 요약했다. 모유를 고집하지도 않았단다. 나와 동생이 태어났던 80년대엔 모유수유를 도와줄 전문가가 흔치 않았고, 분유를 먹어야 아기가 튼튼하게 자란다고 믿던 때였기 때문이다.

 

나도 엄마 딸이니 모유수유는 어려울 것이라 여겼다. 산모 교실에서 아기 인형을 들고 수유 연습을 하면서도 “초유만 먹이고 젖양이 적으면 분유를 먹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어쩌다보니 나는 ‘완모’(분유를 먹이지 않고 모유만 먹임)맘이 됐다.

 

모유수유가 수월해서는 아니었다. 산후조리원에서는 아무리 잘 먹어도 젖양이 늘지 않았다. 국제모유수유전문가인 부원장님의 지도하에 유축기로 서너시간 마다 유축하고 아이에게 자주 젖을 물렸다. 아이가 많이 먹기 시작하면서 양도 늘었다. 그렇다고 충분히 먹일 만큼은 안됐다. 소화가 빨리 되니 아이가 배고파 자주 울었고 하루 먹는 양의 3분의 1은 분유로 채웠다.

 

그렇게 100일이 되어가던 어느 날, 젖몸살이 찾아왔다. 왼쪽 가슴 한곳이 빨갛게 되면서 스치기만 해도 아팠다. 유선염 때문에 열이 38도를 넘겼고 올랐고 온몸이 쑤셨다. 

 

동네 유방외과에 가니 “염증이 심해 더는 모유수유를 할 수 없으니 단유를 하라”고 했다. 딱히 오래할 계획은 없었지만 갑자기 단유할 생각을 하니 슬펐다. 아기가 젖을 물고 베시시 웃던 모습이 떠올라 아쉬움이 밀려왔다.

 

어쨌든 나는 살아야 했다. 집에 와서 약을 먹고 당장 아픈 가슴을 해결해보려 했는데 염증이 더 심해지기만 했다. 정신까지 살짝 혼미해지자 ‘큰일 나겠다’ 싶어 급하게 유명하다는 가슴마사지 전문점을 찾았다.

 

원장님은 사흘에 걸쳐 양쪽 가슴에 고인 젖을 빼냈다. 그러면서 “젖양이 충분한데 혼합수유(모유와 분유를 함께 먹이는 것)를 해서 남은 젖이 고여 염증을 일으킨 것”이라며 “완모를 하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 분유를 끊고 모유수유만 했더니 정말 가능했다. 모유만 먹고도 아기는 얼굴이 왕만두처럼 통통해지도록 잘 자랐다. 그렇게 1년간 첫째에게 모유를 먹였다.

 

첫째 모유수유로 자신이 붙은 나는 둘째 때도 모유수유를 하기로 했다. 쉽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둘째 모유수유는 첫째 때와는 많이 달랐다. 아기를 안고 젖을 물리면 안 그래도 둘째의 존재가 불편한 첫째가 심하게 투정을 부렸다. 수유할 때마다 첫째를 달래줘야 했고 졸린 저녁시간엔 더 전쟁이었다. 첫째에게 미안해 단유를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첫째는 내가 잠시 외출할 때 아빠나 할머니가 분유를 주면 별식처럼 잘 받아 먹었다. 그런데 둘째는 젖병은 절대 물지 않았고 손으로 쳐내며 오로지 엄마젖만 찾았다. 그 덕에 둘째는 돌까지 100% 모유만 먹었다.

 

그렇게 어찌저찌 두 아이를 돌 때까지 모유먹은 아기로 키우게 됐다. 많은 이벤트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모유수유는 인생에서 손꼽히게 강렬하고도 행복한 경험으로 남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모유의 강력한 장점과 만만찮은 단점

 

모유에는 아기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모두 담겨 있다. 세상에 태어나 온갖 자극을 받을 아기를 지켜줄 면역력을 선물하며, 분유에는 없는 특별한 성분들이 두뇌·시력 발달, 장내 세균수 증진 등에 골고루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모유 먹은 아기는 튼튼하고 똑똑하다’고 한다. 모유가 아기에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밝힌 연구는 이밖에도 무수히 많다.

 

엄마에겐 뭐가 좋은가. 대한모유수유의사회에 따르면 아기가 젖을 빨면 엄마에게선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산후 출혈을 막고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또 저장되는 지방이 적어져 뱃살이 빨리 빠지며, 여성질환, 심혈관계질환 등에 걸릴 확률도 낮춰준다.

 

두 아이 완모맘 입장에서 가장 피부에 와닿았던 장점은 ‘편함’이다. 분유물 온도를 맞추고, 타서 먹이고, 젖병을 씻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외출 시 짐을 덜 수도 있다. 분유값이 들지 않는 것은 보너스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아기와 살을 맞대고 눈을 맞추며 오랫동안 스킨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와 아기의 애착이 더 빠르고 끈끈하게 형성된달까.

 

나보다 1년 먼저 아기를 낳은 L은 “조리원 나오자마자 분유만 먹였는데 그래서인지 또래 애들과 다르게 엄마한테 막 안기고 부비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일반화하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모유수유가 애착 형성에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엄마들에게 모유수유를 강권할 수 없는 것은 단점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역시 스트레스다. 초기 모유수유는 상상 밖으로 어렵고 힘들다. 일단 아기가 그냥 물어서는 젖이 나오지 않는다. 아기가 혀를 차면서 빨아먹을 수 있도록 엄마가 잘 물려줘야 하는데 그것부터 감을 잡는 데 시간이 걸린다. 

 

다음은 젖양이다. 출산 직후부터 젖이 충분히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초기엔 아기가 물지 않을 때도 유축기로 젖을 짜면서 양을 늘려간다. 한국의 거의 모든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서 이렇게 하기를 권장한다. 

 

깔대기를 가슴에 대고 쫄쫄 흐르는 젖을 젖병에 담고 있으면 내가 젖소인지, 젖소가 나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양이 늘지 않으면 조바심이 나고, 모유가 가득찬 젖병을 신생아실에 갖다 놓는 산모를 보면 세상 부러운 마음이 든다.

 

양이 많으면 쉽나. 그렇지도 않다. 엄마 젖도 아기가 먹을 만큼만 생기는 것이 좋은데 너무 많을 경우엔 유선염, 젖몸살 등 탈이 나기 쉽다. 

 

모유수유를 강조하는 주변 분위기가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기도 한다. 대부분 산후조리원이 특강, 방문 상담까지 해주며 친절하게 모유수유를 마스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완벽한 모유수유를 위해선 새벽에도 젖을 물려야 한다”며 밤에도 몇 번씩 깨우는 산후조리원도 있다. “엄마젖 먹어야 아기가 똑똑해진다”면서 집안 어른이 단유를 반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모유수유를 하면 자연스럽게 육아부담을 여성이 더 많이 지게된다. 신생아는 새벽에도 두세번씩 깨어 수유하는데, 분유를 먹는 아기라면 아빠가 한 두번 먹일 수 있어 엄마가 잠 시간을 확보하고 몸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모유수유만 하는 아기라면 매번 엄마가 깨어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가중된다.

 

모유수유를 하면 등과 어깨도 굽는다. 아무리 수유쿠션을 쓴다고 해도 젖을 먹일 땐 몸을 숙일 수밖에 없다. 모유수유 기간이 길면 길수록 엄마의 뒷모습은 둔해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건강하고 행복한 육아를 위한 ‘선택’

 

둘째 출산 후에도 첫째 때와 같은 산후조리원에 갔다. 국제모유수유전문가 부원장님은 그때도 계셨다. 그런데 부원장님의 모유 특강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매뉴얼대로 강의한 뒤 “너무 힘들면 참고 견디지 말고 주변에 얘기하라. 초유만 먹이고 분유 먹여도 괜찮으니 너무 부담 갖지 말라”고 말했다.

 

3년 만에 달라진 이유가 궁금해 따로 물었다. 그는 “한 산모가 조리원을 나가 반나절 동안 돌아오지 않아 조리원이 발칵 뒤집힌 사건이 있었다”면서 “근처 건물 아래에 쪼그려 앉아있는 걸 발견해 데려와 대화를 나눴는데, ‘모유수유가 생각대로 되지 않아 힘들고, 조리원을 나가면 아기를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게 너무 두려웠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모유수유에 대한 부담이 산모에게 조리원 탈출을 생각할 정도의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뒤부터 산모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모유수유는 누군가에겐 행복이지만 누군가에겐 육아 자체를 두렵게 만드는 짐이다. 육아 초기 엄마가 아이와 24시간 함께하는 게 당연한 일 같겠지만, 내가 아기의 밥줄이기 때문에 떨어질 수 없는 것은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온다.

 

엄마는 수유 말고도 할 일이 많다. 잠 재우기, 반응하며 놀아주기, 아기 옷 빨래와 소독 등 모든 게 엄마가 되고 처음 접하는 새로운 일이다. 수유에 너무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쏟으면 육아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 젖소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젖양이 줄고 질이 떨어진다는데, 정신적 고통 속에서 모유수유를 하면 잘 될 가능성이 낮아질 뿐더러 육아하는 엄마도, 아기도 행복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마이너스 요소들을 극복할 수 있다면 모유수유를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아니라면 꼭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키가 작거나 자주 아플 때마다 ‘모유를 먹지 않아서인지’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전문가들은 “영향이 있다”고 하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많은 지인들과 얘기해본 결과 특별히 몸이 약한 경우가 아니라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는 것이 결론이다. 

 

분유만 먹어도 키 크고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은 많다. 물론 돌 때까지 모유를 먹은 우리 아이들도 건강하다. 그래도 남들 걸리는 수족구, 장염, 독감 등은 유행 때마다 치른다.

 

완모든 완분이든 혼합이든, 죄책감 갖지 말고 행복한 육아를 위한 수유방법을 결정하면 된다. 모유수유를 하지 않는 것은 포기나 실패가 아닌 선택이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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