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5일 새 총리한테 관저 비워주고 떠날 처지
23일(현지시간) 영국 총리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건물 입구 주변이 노란 해바라기와 파란 수국으로 아름답게 장식됐다. 노란색과 파란색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특히 해바라기는 우크라이나의 국화이기도 하다. 이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8월24일)을 축하하는 의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오는 9월5일이면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이미 2019년부터 3년간 사용한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이삿짐도 다 빼낸 상태다. 최근까지 남유럽에서 느긋하게 여름휴가를 즐긴 그를 향해 야당인 노동당은 “곧 떠날 사람이라고 국정은 아주 내팽겨쳤느냐”며 독설을 쏟아냈다. 영국은 올여름 최악의 폭염에 시달리고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상당수 국민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생활고를 호소하는 중이다. 금융권에선 내년 1월이면 영국의 물가상승률이 무려 18.6%까지 치솟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 와중에도 존슨 총리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하원에서 총리로서는 마지막으로 행한 고별연설에서 존슨 총리는 자신의 임기 중 가장 잘한 일로 ‘우크라이나 방어’를 꼽았다. 그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G7(주요7개국) 정상들 가운데 유일하게 두 번이나 방문했다. 영국 정부는 고성능 무기를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젊은이들을 직접 영국으로 데려와 신병훈련까지 시키고 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4개월마다 1만명씩 정예 신병을 양성한다는 포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런 영국, 그리고 존슨 총리를 스스럼없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친구”라고 불렀다. 코로나19 방역규칙 위반 정황, 거짓말 의혹 등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존슨 총리가 여당인 보수당 의원들의 반발 속에 결국 낙마했을 때 가장 큰 슬픔을 표시한 이도 젤렌스키 대통령이었다.
영국은 현재 차기 보수당 총재를 놓고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과 리즈 트러스 현 외교부 장관이 치열하게 경합하는 중이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영국은 하원 다수당인 보수당의 총재가 자동으로 총리를 맡는다. 다우닝가 10번지의 새 주인은 오는 9월5일 정해진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