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삶이 고통스럽다”… 고물가에 ‘천조국’ 미국마저 신음 [뉴스+]

, 이슈팀

입력 : 2022-08-24 08:00:00 수정 : 2022-08-23 18:50:5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고물가로 미국인의 ‘고통지수’ 2008년 갤럽 조사 이후 최고
러, 유럽 가스공급 중단예고에 가스값 1년 전보다 1000%↑
영국 내년 물가상승률 18% 전망…물가 50년 만에 최고 예상
물가상승에 영국 공공부문 줄파업…형사재판까지 중단 우려
아르헨티나 수도서 대규모 시위…살인적인 물가상승에 항의

세계 각국이 고물가 충격으로 신음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폭등, 세계 공급망 불안 등 구조적 문제로 각국은 전례 없던 물가 상승률을 경험하고 있으며, 생필품 등 가격이 치솟아 생활고를 겪는 이들이 급증했다. 경제적 어려움은 곧바로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려 “삶 자체가 고통스럽다”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최근 각국 정부는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체감물가는 더 올라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모양새다.

 

사진=AP연합뉴스

◆“현재는 고통스럽고, 미래는 없다”

 

세계 1위 경제 대국 미국도 고물가 충격에 휘청이는 중이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최근 강력한 금리 인상 의지를 내비치며 인플레이션 위기에 적극 대응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꺾이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지만, 한편에서는 그 이유가 경기 부진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체감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거듭하며 미국인들의 ‘고통지수’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갤럽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미 전역에서 3649명을 상대로 ‘생활 평가 지수’를 조사해 22일(현지시간)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현재 및 미래의 삶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나쁘다”고 답한 미국인은 5.6%로 나타났다. 이는 갤럽이 관련 지수 평가를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래의 삶이 “번창하고 있다”라고 답한 미국인은 51.2%로, 18개월 만의 최저치이자 지난해 6월 59.2%로 최고치에 이른 이후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갤럽 생활 평가 지수는 척도를 0∼10까지 두고 자신의 삶이 ‘번창하고 있다’, ‘고군분투 중이다’, ‘고통스럽다’ 3가지로 나뉜다. 미래가 번창하고 있다는 답변은 2008년 11월 금융위기 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4월 각각 46.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즈미드의 한 유통 매장에서 고객들이 냉동식품을 고르고 있다. 로즈미드=AFP연합뉴스

생활 평가 외에 ‘스트레스와 걱정 지수’에서는 자신이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는 미국인은 48%로, 1년 전의 43%에서 다소 올랐다. 다만 이는 대유행 시작 시기인 2020년 3월의 60%보다는 낮은 수치다. 매일 걱정하고 있다는 답변은 42%였는데, 이는 1년 전의 38%보다 상승했지만 2020년 3월의 59%보다는 낮았다.

 

갤럽은 “이번 고통지수는 처음으로 5%를 넘어섰으며, 이는 미국 성인의 약 1400만명에 달한다”며 “경제 상황이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달 52만8000개의 일자리 증가에도 여전히 높은 물가 탓에 갤럽의 경제 신뢰지수는 2009년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에너지 위협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유럽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에너지 위협’에 유럽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러시아가 이달 말 일시적으로 유럽행 가스관을 아예 걸어 잠그겠다고 예고하면서 유럽 시장에서 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22일 네덜란드 에너지 선물시장에서 9월 인도분 네덜란드 TTF 가스선물 가격은 장중 1메가와트시(MWh)당 전 거래일보다 20.6% 뛴 295유로까지 치솟았다. 이로써 다음 달 인도분 가스 선물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초 300유로를 찍었던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기록했던 26유로에 비하면 1000% 이상 뛴 수준이다.

 

AFP연합뉴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국을 제재해온 유럽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천연가스 공급을 줄여왔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지난 6월 중순부터 노르트스트림-1을 통해 독일 등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가스관 용량의 40%, 지난달 27일에는 20%로 재차 줄인 바 있다.

 

러시아발 가스 파동으로 가스 도매가격 급등으로 영국의 물가 전망치는 5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씨티뱅크는 22일 내년 1월 영국의 물가 상승률을 18.6%로 예상했고 싱크탱크 레졸루션 파운데이션은 18.3%로 전망했다. 이는 석유파동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린 197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시 영국은 선진국 중 처음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처지였다.

 

영국의 7월 물가 상승률은 10.1%로 40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이는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세운 물가 상승률 목표치(2%)의 5배가 넘는다. BOE는 연내 물가 상승률이 13%가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 급등세의 주요인은 국제 가스 도매가격 급등에 따른 전기·가스요금 인상이다.

 

물가 급등으로 서민 생계에 큰 타격이 우려되지만, 영국 정부에서는 아직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어 시민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9월5일 차기 총리가 선출되기 전에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런던의 버러 마켓에서 배와 사과가 판매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고물가 대책 내놔라” 파업·시위 이어져

 

영국은 고물가 여파로 사회 기반 서비스가 불안정한 상황까지 몰렸다. 공공부문 곳곳에서 물가상승에 걸맞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이 이어지면서다. 최근 전국 철도와 런던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이 파업으로 운영에 차질이 빚어진 데 이어 이번엔 형사재판 변호사들과 최대 항만 노동자들마저 파업을 알렸다.

 

영국 형사변호사협회(CBA)는 다음 달 5일부터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최근 근로조건과 형사재판 피고인 재정지원과 관련해서 격주간 파업을 해왔는데 이제 전면 확대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영국의 형사재판이 상당 부분 멈추게 된다. 영국 최대 컨테이너 항만인 펠릭스스토우의 노동자 2000명은 21일부터 8일간 파업에 들어갔다. 이 항만에서 파업은 1989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주엔 영국 철도와 런던 지하철·버스가 파업을 벌였다. 격주로 이틀간 철도운행이 80% 멈췄고 다음 날 아침까지도 여파가 이어졌다. 이에 더해 우편이나 통신회사 노동자들과 의료진 등도 파업을 검토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런던 중심부에 있는 슈퍼마켓의 식품 코너. EPA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지난 18일 살인적인 물가상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번 시위는 2019년 12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 취임 후 노동계의 첫 대규모 시위였다. 아르헨티나 최대 노동단체인 노동총연맹(CGT)을 주축으로 한 시위대는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대로에서부터 국회의사당까지 행진을 벌였고, 다른 노조들도 가세하면서 규모가 수 만명에 이르렀다.

 

노동총연맹은 정부에 대항한 시위가 아니라 “(터무니없는) 가격을 형성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한 시위”를 재차 주장하면서, 폭등하는 물가상승률에 상응하는 임금인상 재협상과 특별보너스를 요구했다. 파블로 모야노 트럭노조 위원장은 노동총연맹이 친여당 성향임을 상기시키며 “대통령은 필요한 (경제)조치를 취해야 하며, 우리는 그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매체 인포바에기가 전했다. 같은 시간 대통령궁 앞 5월 광장에서는 강경 좌파 시위대 역시 급등한 물가로 인한 생활고 해결 및 정부 보조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했다.

 

지난 7월 연 물가상승률 71%를 기록한 아르헨티나는 지난 몇 년간 두 자릿수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으며, 올해는 연말까지 세 자릿수를 전망하고 있다. 20년 만의 최악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화의 일환으로 기준금리를 무려 9.5% 인상해 69.5%로 끌어올리는 ‘비상조치’를 취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